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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11일(한국시간) 텍사스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류현진 3⅓이닝 6실점 승패 없음
결국 문제는 제구였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류현진(35·토론토) 특유의 날카로운 컨트롤이 보이지 않았다.
2회 닉 솔락에게 맞은 솔로 홈런 때 토론토 포수 대니 잰슨은 새끼 손가락을 내밀며 바깥쪽 공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심 패스트볼(시속 91마일·약 146㎞)이 바깥으로 가는 듯하다 가운데로 몰리면서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볼 배합도 아쉬웠다. 볼카운트 2-0, 타자가 노리는 타이밍이므로 빠른 공보다는 변화구로 유인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4회 1사 1루 안디 이바녜스 타석 때도 86마일(약 138㎞) 커터가 한가운데로 들어와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앞선 2회 이바녜스는 떨어지는 83마일(약 134㎞)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므로 비슷한 변화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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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
그러다 보니 류현진으로선 쓸데 없이 투구 수를 낭비하게 된다. 스트라이크를 못 잡으니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결국 공이 가운데로 쏠려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텍사스 선발 스펜서 하워드도 1회 토론토 맷 채프먼에게 97마일(약 156㎞) 강속구를 던지고도 가운데로 몰리니 스리런 홈런을 내주지 않았는가.
따라서 최고 구속이 92~93마일(약 148~150㎞) 정도인 류현진으로선 체인지업과 커터 등 변화구를 노리는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패스트볼을, 그것도 정교한 컨트롤로 꽂아 넣어야 한다. 이날 2회 아돌리스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잡을 때 던진 91마일 포심 패스트볼이 좋은 사례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6-1, 5점 차나 앞선 상황에서 한 이닝에 4연속 안타를 내주며 난타를 당했다.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문 일이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류현진답지' 않은 투구였다.
이날 홈런을 친 채프먼은 3루 수비에서도 몇 차례 어려운 바운드의 공을 잘 잡아냈다. 내야 수비는 다소 안정이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 류현진은 자신의 주특기인 제구에 더욱 신경을 써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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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