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 많이 쓰다보니 이제는 입에발린 말처럼 들리는 '제 2의 전성기'란 표현이 배우 박준규에게는 어색하지 않다.
'야인시대'의 카리스마 넘치는 쌍칼 형님으로 성큼 다가온 박준규는 어느덧 각종 TV연예오락프로그램을 누비는 단골 게스트가 됐고, 연달아 주연급으로 영화에 캐스팅되며 물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짝을 맞춘 여배우들은 또 얼마나 젊고 아름다운지. 추석을 맞아 개봉한 '구미호가족'에서는 묘한 매력의 섹시녀 박시연이, 섹시코미디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선 S라인 몸매의 김사랑이 그의 파트너다.
'구미호가족'의 홍보 일정으로 바쁜 그를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물어봤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친숙한 눈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먼저 번진다.
"하하. 기분 좋지요. 하지만 그거 아나요? 내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70편은 족히 될걸요."
1988년 영화 '카멜레온의 시'로 데뷔했다는 그는 이런 영화는 들어본 적 있느냐며 자신의 출연작들을 줄줄이 읊어보인다. '마리화나' '인신매매' '벌레먹은 장미' '독재소공화국' '비키니섬 이야기' 등등 기억에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영화들이 죽 이어질 수 있는건 순전히 '의리' 덕이다. 영화에 출연해달라며 100만원을 건네는 지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연이어 영화에 출연하곤 했다.
스스로 "B급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고 회상하는 박준규는 그래서 "저예산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안다"고 설명했다. 그 언제보다 대중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만나는 그가 "저예산영화가 잘 돼야 한국영화가 정말 발전한다", "그때처럼 절실하게 내가 필요해서 꼭 출연해달라고 100만원을 건네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돈 받지 않고도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힘든 시절을 고스란히 겪어가며 지금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카리스마 있는 남성의 상징에서 친근하고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을 거듭하는 그지만 "연기에서는 사실성에 중점을 둔다"는 게 변함없는 원칙이다. "내가 추구하는 코미디란 몸과 분장으로 웃기는 게 아니다. 배우가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관객이 웃어야 하는 코미디가 좋다." 구미호 전설과 뮤지컬, 호러와 코미디가 기묘하게 섞인 '구미호 가족'은 그런 점에서 박준규에게 더욱 기분좋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후배 박시연과 짝을 이룬 박준규는 허를 찌르는 상황에서 선선한 웃음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다. "젊은 미녀스타들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역시나 눈가 가득 장난 가득한 미소가 먼저 번진다.
"아유 업보죠 업보. 젊어서는 출연하는 작품에 여자가 나와도 어떻게 된 게 나랑 만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고 허구헌날 남자들이랑 싸움박질하는 연기만 했는데. 요새는 웬일인지 여자들이 먼저 들이대요. '이제는 너도 여자랑 해봐'하고 하늘이 문을 열어주신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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