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트', 韓웨스턴 호러가 할리우드로 갔을 때

형민우 동명 만화 원작 영화 '프리스트' 국내 첫공개

김현록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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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스트'(위)의 한 장면과 만화 '프리스트'의 주인공 이반 아이작
영화 '프리스트'(위)의 한 장면과 만화 '프리스트'의 주인공 이반 아이작


할리우드로 간 한국산 웨스턴 호러는 어떻게 재탄생했을까?

형민우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할리우드 액션영화 '프리스트'의 국내 첫 시사회가 2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국내 만화를 할리우드에서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 첫 공개되는 자리로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취재진이 몰려 관심을 대변했다.


영화 '프리스트'는 원작의 괴기스러운 세기말적 분위기를 차용한 액션물로 태어났다. 중세를 연상시키는, 교회 지배 아래의 어두운 미래도시가 배경. 전사로 자라나 과거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지금은 존재마저 희미한 프리스트가 주인공이다. 모두 물리친 줄 알았던 흡혈귀가 다시 창궐한다는 소식에 교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홀로 황무지로 향한다.

웨스턴과 호러를 결합한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던 '프리스트'의 설정과 줄거리 대부분은 서구 관객의 입맛에 맛게 변했다. 타락천사와 좀비들, 악마와의 계약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설정들은 전사 프리스트와 흡혈귀의 대결로 간단히 정리됐다. 자신의 과오로 연인을 잃은 뒤 악마에게 영혼 반쪽을 바치고 광란의 복수에 나선 주인공 이반 아이작의 여운은 희미하게만 남았다.

쓸쓸한 황야를 배경으로 긴 머리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은탄환이 든 묵직한 샷건을 발사하던 그는 대머리에 가까운 짧은 머리에 중세 수도승의 후드 가운을 뒤집어 쓴 이름없는 프리스트(폴 베타니 분)로 바뀌었다. 그의 애마도 바이크로 재탄생했다. 이마에 그려진 커다란 십자가 문신만이 그가 이반 아이작의 현신임을 나타낸다.


영화 '프리스트'는 형민우 원작의 충실한 영화화를 기대한 팬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화 원작이 웨스턴물의 각종 변주에 익숙한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식으로 재구성되고 재탄생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보인다. 호러보다는 액션에 치중한 팝콘무비로는 그럭저럭 볼만하다. 영화는 여느 할리우드 액션물처럼 속편 제작에 대한 강한 열의를 내보이며 마무리된다.

1999년 처음 원작이 발행된 만화가 '300'이나 '신시티' 이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 개봉했다면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주 개봉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형민우 원작의 스타일을 반영, 굵은 선으로 압축적으로 극의 배경을 전한 애니메이션 오프닝은 꽤 멋지다. 6월 9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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