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싫은 30가지 이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4.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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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고백하건대 김제동이 싫다.

김제동을 처음 만난 건 2003년 SBS '야심만만' MC로 발탁됐을 때였다. 재능있는 패널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제동은 '야심만만'을 통해 강호동 유재석 뒤를 이을 MC 재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야심만만'에서 쏟아낸 명언은 강호동을 긴장시켰다. 강호동은 당시 작가들에게 남몰래 명언을 따로 준비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강호동의 명언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제동은 수많은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았다. 당시 인터뷰를 할 때면 기자들에게 최근 재밌게 읽은 책을 물어보곤 했다.

김제동의 셀리브리티 취향이 싫었다. 이승엽의 형, 윤도현의 동생으로 소개되는 게 싫었다. '누구와 친한'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될 만하니깐. 강호동과 친한 듯하더니 어느새 유재석과 친해졌다. 김제동의 놀라운 친화력이 싫다. 자신을 낮추며 슬쩍 접근해 현란한 화술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게 싫다.

김제동이 미녀스타들과 친한 게 싫다. 이효리와 친하고 고현정에게 결혼하자는 소리를 듣는 게 싫다. 미녀스타들과 친하면서 변변찮은 연애 한 번 못하는 게 싫다. 사실 수년 전 김제동은 한 미녀탤런트와 핑크빛 소문이 돌았다. 전화를 했다.


"아시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알아? 맞다, 아니다라고 해야 알지. 김제동이 미녀탤런트와 핑크빛 소문이 돈 게 싫고, 아시잖아요라고 했을 때 알아버린 게 싫다. 합정동 원룸에 살다가 서래동 패셔니스타가 됐지만 정작 그 방에선 다른 커플이 첫 키스를 한 게 싫다.

김제동은 차세대MC로 맹활약을 하다가 어느 순간 주춤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대세가 스튜디오 토크쇼 중심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렸다. 김제동은 개그맨을 거쳐 MC로 발탁된 경우가 아니다. 콩트로 단련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흐름에는 맞지 않았다. 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2009년 MC였던 KBS 2TV '스타 골든벨'에서 돌연 하차했다. MC가 웃음을 책임지지 못하면 제작진이 하차를 검토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시기가 묘했다. 김제동을 높은 분(?)들이 엉뚱한 시선으로 본다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김제동 하차는 최소한 MC 교체는 한 달 전에 통보한다는 방송 관례와 어긋났다. 김제동과 같은 소속사였던 윤도현이 2008년 11월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한 것과 맞물려 외압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의 뜻을 떠나 발탁과 하차가 정치적인 이유에 휘말린다면 어떤 PD가 김제동에게 선뜻 손을 내밀게 될까?

김제동이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시비에 휘말린 게 싫다. 지난 4일 KBS 새노조는 "김제동 하차에 유무형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KBS에선 반박성명을 냈지만 김제동 하차 여부가 웃기고 진행 잘하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들먹여지는 게 싫다.

김제동은 방송에서 밀려나다시피 하면서 '토크 콘서트'로 전국을 돌았다. 그런데 콘서트장 대관을 정치적인 행사라는 이유로 보류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제동 토크콘서트가 정치행사로 낙인찍히는 게 싫다. 그러면서도 김제동이 트위터에 오히려 환불 받아야 하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남기는 게 싫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구는 게 싫다.

사찰 문건에 김제동이 거론됐다는 게 싫다. 김제동이 산에 많이 가서 절에 많이 다니다보니 사찰 당하는 게 아니냐는 유머가 도는 게 싫다.

김제동은 2010년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식 사회를 맞은 뒤 국정원 직원이 두 차례 찾아와 "왜 당신이 사회를 맡아야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반전을 외쳤던 비틀즈의 존 레논은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FBI의 감시를 받았다. 김제동이 존 레논급이 된 게 싫다.

김제동은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본 뒤 1회 녹화까지 마친 Mnet '김제동쇼'가 폐지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Mnet은 외압설을 부인했다. 그래도 방송가에선 속칭 '영감님'이란 사람에게서 압력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제동이 '영감님'이란 사람에게 전화 받는 사이란 소문이 도는 게 싫고, 그 '영감님'에 대해 사실여부가 확인조차 힘든 게 싫다.

중견탤런트 박용식은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4년간 방송활동이 정지됐다. 김제동이 누구랑 닮았는지 찾을 수 없는 게 싫다.

김제동이 좌파연예인으로 분류되는 게 싫다. 김제동은 존경하는 사람으로 DJ와 고 박정희 대통령을 꼽았다. 김제동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 진행도 맡았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사찰 파문이 인 뒤 김제동은 한겨레, 시사인,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과 인터뷰를 했다. 그가 진보로 분류되는 매체들과만 인터뷰를 하는 게 싫다. 선택은 시민의 자유지만 낙인찍히기를 피할 수 없다. 김제동이 낙인찍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밤잠을 못자 수면제를 먹는다면서 그러는 게 싫다.

김제동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이란 답이 돌아왔다. 좀이 뭐? 오늘은 좀 힘들다는 소리인지, 내일은 괜찮다는 소리인지. 좀이란 단어에 담긴 뜻을 알아버린 게 싫다.

김제동은 MC를 맡고 있는 SBS '힐링캠프'에서 한혜진에게 "도대체 언제 웃길 거냐"고 구박 받는다. 김제동이 구박 받는 게 싫다. '힐링캠프'는 '야심만만'을 김제동과 함께 했던 최영인PD가 연출한다. 최PD의 용기 있는 선택을 김제동이 못 웃겨서 응답 못하고 있는 게 싫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 자기검열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게 싫다.

나치 정권에 항거했던 에밀 구스타프 프리드리히 마틴 니묄러는 독일에 나치가 등장해서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침묵했다고 썼다. 유대인이 아니니깐. 나치가 사회주의자를 잡아갈 때 침묵했다고 썼다. 사회주의자가 아니니깐. 나치가 가톨릭교도를 잡아갈 때 침묵했다고 썼다. 가톨릭이 아니니깐. 나치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을 때 침묵했다고 썼다. 노동운동가가 아니니깐. 그러다 나치가 자신을 잡으러오자 주위에 나를 위해 이야기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침묵이 싫다.

김제동 친구와 결혼했는데 낚시한다고 결혼식에 안 왔다.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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