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 "멘붕연기 위해 안면근육도 연구"(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06.09 13:09 / 조회 : 4255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이태성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번처럼 별명을 많이 얻었던 작품은 처음이에요."


'멘붕태무', '스타일리스트 태무', '흑태무', '핵태무', '불태무', '동태무' 등등. 모두 배우 이태성(27)을 가리키는 말이다.

수목극 접전 속 최후의 승리를 차지한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거의 모든 악행의 근원지로 활약하며 극의 갈등을 이끌어 낸 용태무. 이태성은 그간 드라마 속에서 쌓아온 '훈남' 이미지를 벗고 수많은 별명을 양산해 내며 개성강한 악역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에 큰 몫을 했다.

"처음에 '옥탑방 왕세자'로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땐 안 하려고 했었다. 소속사에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었다. 전작인 '애정만만세' 시청률이 잘 나왔고 좋은 이미지였고, 개인적으로는 9개월간 보여준 이미지 연기패턴이 조금은 희석 될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거절했다."

그런데 자꾸만 용태무 캐릭터가 생각이 났다는 이태성. 이후에 다른 사람이 하면 질투날 것 같아서 다시 대본을 보고, 감독과 미팅을 다시 한 뒤 자신이 맡기로 결심했다.


"캐릭터가 겹치거나 비슷한 역할이었다면 안 했겠지만 180도 다른 모습이라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연속극의 연기 패턴에서 한 인물을 오랫동안 하다보니까 습관적으로 나오는 제스처들이 두려웠다."

image
배우 이태성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그런 이태성에서 용태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완전히 이미지 변신을 보여 줬음은 물로, 다양한 표정 연기와 표현력은 새삼 재조명됐다. 다양한 별명은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을 보여줬다.

"멘붕태무, 흑태무, 스타일리스트 태무, 핵태무 등 다양했지만 동태무가 기억에 남는다. 팬들이 동태에 제 얼굴을 합성해서 만든 것도 봤는데 너무 웃겼다. 유천이가 두 동강 내버릴 거라고 반 토막 난 동태무도 있더라. 이렇게 많은 별명을 얻은 캐릭터는 없었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멘붕이라고 할 정도로 매회 놀라고 당황하는 연기를 펼쳐내야 했던 이태성. 유쾌하고 발랄한 인물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조성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악역으로서 무게감도 컸다.

"매회 매신마다 놀라고 당황하고 불안정한 요소를 시작부터 계속 가야하니까.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날카롭고 많이 힘들었다. 어떤 신은 힘을 줘야 되고 부드럽게 해야되는데 모든 신이 정신없고 사색이 되고. 에너지 소비가 컸다. 목줄에 힘줄이 튕기는 걸 처음 느꼈다. '사색이 된다', '공황상태가 된 태무' 등의 지문이 표현하기가 애매했다. 형상적인 말들을 써 놓으시니까. "

특히 매신 비슷한 패턴이 펼쳐져 배우로서 어떻게든 다양하게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이태성은 이를 위해 안면근육 해부학 관련 책도 찾아 봤을 정도. 그야말로 근육까지 연기를 한 셈.

"같은 감정 상태가 반복되니까 여러 가지 표현을 고민했다. 놀라는 장면이 되게 많았다. 매회 놀라는 장면이 많았다. 디테일한 변화를 위해 안면 근육을 많이 썼다. 안면 근육 해부학과 관련된 책도 봤다. 구조적으로 어떻게 해야 어떤 근육이 움직이는지 알 수 있으니까. 사실 이번 작품 하면서 가위에 많이 눌렸다. 내가 보는 나의 모습들이 늘 '멘붕' 표정들이니까. 정서적으로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밤샘 촬영이 많이 지면서 가위에 자주 눌리더라."

사실 이태성과 더불어 세나(정유미 분) 역시 악역으로 함께 호흡을 펼쳐 눈길을 끌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세나만 개과천선해 태무 홀로 악인으로 남게 됐다. 이태성은 사실 태무도 회개하는 장면이 따로 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원래는 마지막 회에 교도소에서 세나가 찾아와 초췌한 모습으로 참회하는 신이 있었다. 마지막 날 촬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 편집된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image
배우 이태성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극중에서는 매회 악행을 벌렸지만 실제로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함께했던 여배우 한지민과 정유미는 이태성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또한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부친상이라는 힘든 일을 겪은 박유천을 위로하거나 트위터 상에서 친근한 대화를 나눠 동료들 간의 훈훈한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장에서 활기찬 것을 좋아한다. 기다리는 시간 다들 피곤한데 처져 있으면 나까지 처진다. 유천이의 경우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었는데, 옆에서 보기에도 슬픔이 느껴졌다. 결국 혼자 감당해야 될 몫이고, 저는 고작 한 살 형이지만 해 줄 수 있는 말은 다 해주고 싶었다. 방송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촬영장에 복귀해야 했던 것도 안타까웠다. 좋게 생각하면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이 지낸 게 오히려 마음 추스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태성이 작품을 함께 한 동료 배우들의 열애가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우용술 역으로 출연한 정석원은 백지영과의 공개연애로, 전작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이보영은 결혼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석원은 열애를 하게 되도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개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무조건 여자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둘이 믿음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 한다면 용기 있는 행동인데. 만약 불확실한 상태에서 공개되면 서로를 못 지켜줄 것 같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을 지키면 멋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수없이 격렬한 감정을 쏟아낸 이태성은 다음 작품에서는 정서적으로 좀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끝까지 고민했던 용태무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시청자들과 팬들에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다음엔 안 해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용태무랑 겹치지는 않을 것 같다. 감정을 너무 소모해서 꺼낼 게 없다. 악역이라 미움 받을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별명도 만들어주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별명을 얻은 건 처음이다. 연기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 많이 인정을 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