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왜 김무열 병역면제를 문제 삼았을까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6.22 14:54
  • 글자크기조절
image


연예인 병역비리 취재를 처음 한 건 2004년 송승헌과 장혁이었다. 병역브로커가 적발되면서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당시 송승헌은 호주에 일정이 있어 기자들과 함께 나가있던 상태였다.

송승헌이 귀국하는 날 서울검찰청에 구름 같은 취재진이 몰렸다. 병무청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두 사람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재검을 받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취재하다가 송승헌이 신병 교육대에서 보낸 편지도 읽어 봤는가 하면, 장혁이 땀 흘리며 군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한 명은 국내외 팬들의 환대 속에 전역했고, 한 명은 철책에 있다가 동기와 함께 눈밭을 건너 제대했다.

국적포기로 병역기피 논란이 인 뒤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은 2003년 6월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법무부는 유승준이 예비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입국하는 것만 허락했었다. 입국장에는 유승준의 팬들이 하얀색 옷을 입고 눈물로 기다리는 한편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2007년 싸이와 이재진, 강현수가 검찰의 병역특례비리 수사로 인해 산업기능요원편입이 취소되면서 현역병으로 재입대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억울한 사연이 많았다. 특히 이재진은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재진은 군에서 불화를 이기지 못해 2009년 3월 탈영하고 말았다.


당시 이재진 탈영을 단독으로 보도하기까지 동료가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가 생길까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2010년 MC몽이 이를 고의로 뽑아 군면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경찰과 언론에 네티즌까지 가세해 MC몽을 매장시켰다. MBC 뉴스데스크에선 MC몽에게 의사가 보냈다는 편지를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재판과정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밝혀졌다. 결국 MC몽은 고의적으로 병역을 연기한 것은 유죄를 받았지만 고의발치는 무죄로 판명됐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해 11월 박해진이 병역비리 논란에 휘말렸다. 수서경찰서는 박해진이 정신분열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2004년 병역을 면제받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내사를 벌이다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박해진의 병역면제에 관한 의혹이 확산되자 재수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박해진과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를 했다. 박해진은 연예인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정신분열 증세를 이야기하다가 "이러다 내가 자살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병역 논란에 휘말렸던 연예인들과 시간이 흘러 우연이겠지만 필연처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쇠가 센 불에 두들겨 맞으면 더 단단해지듯이 호된 시간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지난해 장혁과 만나 '시크릿가든'에 출연하지 못한 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뿌리 깊은 나무'를 하기 전이었다. 장혁은 원래 '시크릿가든'에 출연할 계획이었지만 같은 소속사에 막 합류한 박재범 출연이 무산되자 소속사 방침으로 덩달아 하차했다. 말하자면 굴러온 돌 때문에 박힌 돌이 밀려난 경우였다.

장혁은 "'왕의 남자'가 없었으면 아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혁은 '왕의 남자'를 찍다가 병역비리가 발각돼 군에 입대했다. '왕의 남자'는 결국 캐스팅을 다시 하고 다시 찍어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장혁은 "군에 있을 때 '왕의 남자' 소식을 한편으론 아쉽고 한편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큰 피해를 입혔는데 정말 잘 되서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올해 5월 칸영화제에서 유승준과 만났다. 유승준은 말은 아꼈지만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은 숨기지 않았다. 그를 받아들이는 건 대중의 몫이지만 입국 자체를 막는다는 건 한국의 그릇이 그만큼 좁은 게 아닐까 싶었다. 김태원도 말하지 않았나, 용서할 수 있어야 용서받을 자격이 생기는 법이라고.

김무열이 병역면제 논란에 휘말렸다. 감사원이 그의 생계유지곤란으로 인한 병역면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이 생계곤란이라니'란 자극적인 타이틀이 주를 이뤘다. 덩달아 김무열과 친분이 두터운 조정석도 생계유지곤란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연예인 병역문제를 오래 취재하다보면 어떤 의도가 읽히는 경우가 많다. 병역 브로커를 적발하면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몰아치듯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병역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데다 연예인은 더욱 들끓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나 자제들 병역문제로 국민적인 여론이 들끓은 건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 외에는 본 적이 없다.

이번엔 공정이다. MB정부의 화두다. 감사원은 김무열 병역면제에 관해 고의로 입대를 미뤘다는 점과 소득, 그리고 다른 연예인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억대를 버는 연예인이 생계곤란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과 다른 연예인은 김무열보다 소득이 적었는데도 현역으로 입대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김무열 측은 20살 시절 아버지가 쓰러진 뒤 3억원의 빚과 이자, 병원비, 생활비를 떠안으면서 판잣집에서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고 해명했다. 고의로 병역을 연기했던 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랬다며 2010년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을 때도 2억원의 빚에 대한 소명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고의든 의도적이든 대한민국 남자연예인 중 병역을 연기하지 않는 연예인도 있는지.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행정고시를 보기도 하며, 한류스타 중에는 해외 행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공정을 논하자면 20대 남자연예인은 입대 연기를 하면 안 된다.

물론 김무열보다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군대에 간다. 하지만 그건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융통성의 문제다. 어려운 사정인데도 입대하는 사람들은 군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만 그저 견딜 수 없으면 즐기라며 참으라 한다. 제도를 사정에 맞게 적절하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지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돌팔매를 던지는 건 잔인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10년을 열심히 산 한 청년의 삶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건 잔혹하다.

김무열은 아마도 군대에 가야할 것이다. 감사원이 당시 김무열에게 면제판정을 내린 병무청 직원을 징계하라고 한 만큼 병무청도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병역이라 여론도 좋지 않다. 연예인이 죄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열심히 산 사람을 매도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군생활이 더 단단하게 해줄 수도 있다.

참고로 기자는 철원에서 현역으로 군생활을 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