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엄친딸? 구속이고 스트레스였어요"①

영화 '연가시' 이하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7.02 14:23 / 조회 : 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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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사랑스러운 보조개를 지닌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엄친딸. 배우 이하늬(29)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다. 남다른 미모와 말솜씨, 무대매너를 자랑하던 그녀가 드라마를 거쳐 본격 스크린에 진출했다. 이하늬는 개봉을 앞둔 영화 '연가시'에서는 치사율 100% 변종 기생충 연가시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등장해 본격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연이어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개봉도 앞뒀다. 바쁜 행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하늬는 영화 개봉에 즈음해 9년을 이어온 채식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때마침 벌침에 쏘여 영화 제작보고회에 불참했다가 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녀를 만났다. 아직 벌침에 쏘인 얼굴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엄친딸' 이미지에 대해, 최근의 논란에 대해 찬찬히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하나로 모아졌다. "이하늬답게, 이하늬스럽게,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잘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연가시'에서는 내내 올곧은 소리를 하는 연구원으로 등장했다. 정부측 대처에 문제제기를 하는 캐릭터다.

▶딴죽 거는 캐릭터로 보일까봐 걱정이었다. 아무리 맞는 말도 계속하다보면 '아유, 쟤 뭐야' 짜증날 수 있지 않나. '이 나리에 연가시 감염자만 있어' 하는 정부 대변하시는 분과 부딪치는 장면이 더 있는데 들어내기도 했다.

-김동완과는 연인으로 등장했다. 제작보고회에서는 키 차이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둘의 호흡이 괜찮다.

▶예쁘고 똑똑한 연주가 왜 하필 그 사람을 만나는지 이유를 찾는 게 고민이기도 했다. 저는 모성애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도 싶고, 지긋지긋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건사하랴' 싶은 마음도 있고.(웃음)

동완 오빠가 실제 성격도 막내오빠 같은 느낌이 있다. 다정다감하고 스위트하다. 재미있게 촬영했다. 키 부분이 영화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데, 시사회에는 그렇다고 의상을 갖춰 입고 힐을 신지 않을 수도 없고. 오빠가 서운한 티는 전혀 내지 않았는데 그날 하필 워낙 낮은 신을 신고 오셔서. 죄송한 마음이다. 어떡하죠.

-미스코리아로 활동을 시작해 방송 진행을 거쳐 결국 연기자가 됐다. 이하늬에게 연기란 어떤 일인가.

▶서른이 된 이번 해가 특히나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20대 때는 뭐가 저한테 잘 맞을지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가야금을 4살 때부터 배워서 쭉 가다보니까 너무 일찍 정해져버린 제 전공에 대한 고민도 컸다. 제게 예술쪽 분야가 맞는 것은 같은데 가야금은 좀 외로웠다. 하루 12시간씩 독방에 앉아서 연습하고, 독주회를 하는 게 성취감은 있지만 너무너무 외로웠다. 그런데 연기란 독백을 하지 않는 한 공동작업이 아닌가. 그게 제게 잘 맞았다. 감정도 연기에선 대사에 실어 다 드러낼 수 있다면, 악기에선 그렇지가 못하고. 뭔가 해소되지 않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연주할 땐 숨쉴 수 없을 만큼 극한의 뭔가를 표현한다면, 연기할 땐 그 감정이 하면서 해소가 되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가야금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고.

▶가야금은 계속 버리지 않고 가져가야 할 제 일부다. 너무 오래 했고, 지금은 제 일부가 됐다. 비공식적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연주를 하기도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건 제 의무이기도 하다. 노래하면서 써 놓은 곡도 있고, 음반도 낼 수 있고. 저의 어머니, 언니가 하는 가야금이 다르고 제가 하는 게 또 달라야 하고 또 다를 것 같다. 쉬지 않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가야금을 연기를 통해 보여줄 계획은?

▶연주를 보여줄 수 있는 기생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한 쪽인데 1차적으로 그렇게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가야금이 이렇게 멋있고 소리가 좋다는 말이야'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언젠가는 멋있게 잘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고무만 해도 비구니가 추는 춤인데,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승무를 추고 또 몸을 뒤집어 가며 북을 친다.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또 섹시한가. 언젠가 멋있게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껴두고 있다.

-MC를 보거나 연기를 할 때도 꽤나 강심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큰 일에 강하다는 느낌도 들고.

▶큰 일에도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이 일을 계속하다보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한이 서리게 억울할 때도 있고 별별 일이 다 생긴다. 그러나 깊이깊이 담거나 묻어두는 건 안 하려고 한다. 여배우들이 대개 당차지 않나. 원래 그런 사람이 이 일을 한다기보다는 이 일을 하다보니 그런 면모가 생기는 것 같다.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넘어갈 건 넘어가는 게 필요한 게 아닐까.

어려서부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어렸을 땐 벌벌 떨고 그랬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늘 하셨던 말씀이 '떡판 내놓듯' 내 놔야 음악도 늘고 무대매너도 늘고 다 늘 수가 있다는 거였다. 몇만명 모인 데 나가 노래하고 춤추고 했으니, 그게 뜻하지 않게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사실 큰 무대보다는 작은 데서 시험보는 게 더 떨렸다. 하도 시험을 보다보면 떨리는 것도 지겨워지고 단련이 된다. 떨려도 그냥, 연습한 걸 믿고 가는 거다.

-국악을 배운 게 뜻하지 않게 방송이며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아무래도 적용이 된다. 때로는 내가 너무 나이브하게 연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 가야금은 하루에 12시간 연습하길 20년을 한 게 아닌가. 연기를 할 때도 조금 더 준비하고 연마하는 게 당연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질 못하니 맨몸으로 총알받이를 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도중에 한 1년 뉴욕에 가서 스튜디오도 하고 스스로를 충전하기도 했다. 계속 뭔가를 해서 스스로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쉬지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괴롭혀야 배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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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이하늬 하면 집안도 좋고 어렸을 적부터 국악을 배워 서울대까지 나온 엄친아 이미지가 강하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스스로는 그런 집안 환경이 구속이었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 문재숙씨는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고, 언니 이슬기씨는 서울대를 나온 유명 가야금 연주자다)

▶이미지가 잘못된 거죠. 왜곡된 거예요.(웃음) 그런 환경이 제게는 구속이었고 스트레스였다. 반항도 심하게 해봤고, 그러다 맞기도 했다.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힘들게 학교를 다녔다. 구속이었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다. 중학교 땐 학교 갔더니 '어머니가 교수님이고 언니도 수재라더라' 하면서 아이들이 구경을 왔을 정도였으니까.

사실 집에서는 미운오리새끼 같았다. 언니는 늘 1·2등 하며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뛰어났는데, 그에 비해 저는 특출난 게 없었다. 입시 때마다 '떨어지면 이 집에서 낙오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그게 연습하고 노력하는 동기가 됐다.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했던 거다. 그러며 뭐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다는 걸 배웠다. 배부른 소리라고 하시지만 누구나 자기 어깨에 진 짐이 가장 무겁지 않나.

곱게 자란 줄 아시지만 나름은 거칠게 자랐는데. '엄친딸' 이런 이야기 들으면 오그라들어서 죽을 것 같다. 어디 홍보문구에 지적이며 섹시하고 도도하고 당당하고 어쩌고 하고 나오는데, 어휴. 이거 누구 얘기인가요 그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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