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환 "누나 조혜련에게 연기 인정 받았다"(인터뷰)

ⓒ이동훈 기자

'누구의 동생'으로 불린다는 건 배우에게는 당연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개그우먼 조혜련의 동생으로 살며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했다던 그가 배우 조지환으로 세상 앞에 나왔다.


영화 '한반도' '시체가 돌아왔다' 등 조지환의 출연작은 많다. 그러나 모두 스쳐지나가는 단역이었다. 항상 마음을 비우고 촬영장으로 향했던 그는 '미운 오리 새끼'로 처음으로 카메라 포커스의 중심을 차지했다.

"영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하는지 파악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비중 있는 역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저한테도 줄자(영화 촬영 시 배우와 카메라의 거리를 재기위한 줄자)가 온 거예요. 그때 정말 울컥했어요. 내 생애 줄자가 오는구나 하고."

연기를 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지만 조지환의 앞을 가로 막은 건 다름 아닌 무대 공포증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함께 연기한 오달수와 같은 극단에서 8년 동안 연극에 몸담았던 그는 여전히 무대에 서는 것이 떨린단다. 조지환은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지금이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극단에 있을 때는 연기를 정말 못했어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요. 항상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큰 역할을 해 본 적은 별로 없어요. 카메라 앞이 더 편한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는 스태프들이 나를 찍기 위해 있는 거니까 내가 집중만 잘하면 되는데 연극은 앞에 기대를 하고 있는 관객들이 있잖아요. 조금만 실수하면 얼마나 실망을 하겠어요."


영화에서 의욕은 넘치지만 어딘가 하는 일 마다 실수가 있는 중대장 역할을 맡은 조지환. 실제 성격은 어떨까.

"영화랑 비슷한데 저는 윗사람한테 아부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오히려 연락을 잘 못하는 타입이예요. 허당기도 심하고요. 누나들이 영화를 보더니 화내는 장면에 제가 녹아있대요. 단점은 너무 좋고 싫음이 강하다는 거예요. 이제는 내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치려고 노력중이예요"

ⓒ이동훈 기자

SBS '기적의 오디션'의 배우들과 함께 한 이번 영화. 모두 생짜 신인인 그들은 요즘 영화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다. 매일 피켓을 들고 서울 곳곳을 누비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곽경택 감독은 기쁨보다는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개봉을 하느냐 마느냐 하던 때 감독님이 '내가 진짜 마음이라면 광화문에서 피켓 들고 서있고 싶다'고 하셨어요. 개봉을 앞두고 가만히 집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생각했는데 그걸 내가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감독님은 '그거 하지 마라. 내가 감독이자 아빠로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하셨어요."

거리 홍보를 만류하는 곽경택 감독을 설득한 것은 다름 아닌 조지환의 친 누나 조혜숙이다. 조혜련 만큼이나 영화에 애정을 가진 조혜숙이 곽경택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곽경택 감독은 조혜숙의 설득에 넘어갔다.

'기적의 오디션' 과정에서 10시간씩 전화 통화를 하며 연기를 돕고, 영화에 카메오 출연까지 나서준 조혜련, 함께 거리 홍보를 하고 있는 조혜숙 까지 조지환의 누나들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시사회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하러 극장으로 올라갔어요.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조혜숙 누나가 거기에서 계속 홍보를 하고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그걸 보시더니 계속 담배를 피우셨어요. 우리 다 마음이 굉장히 짠했죠."

ⓒ이동훈 기자

동생의 영화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누나 조혜련. 처음부터 동생의 연기 인생을 지지했을까.

"어렸을 때는 누나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어요. 공부도 안 좋아하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이 진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 누나가 뜨기 시작하면서 비교를 많이 받았죠. 누나랑 소통을 별로 안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나에게 PD좀 소개시켜달라고 얘기를 꺼냈는데 가차 없더라고요."

스스로 배우의 길을 헤쳐가길 바랬던 누나 조혜련은 조지환이 '기적의 오디션'에 지원하면서부터 누구보다 적극적인 지지자가 됐다. 하루 10시간씩 통화를 하면서 연기를 지도했던 누나를 보며 조지환은 그간 쌓여있던 오해를 풀었다.

"혜련 누나는 원래 잘했다는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언론 시사회를 하고 나서 누나가 '야, 너 연기 좋더라'라고 툭 던지더라고요."

곽경택 감독의 차기작을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는 조지환. 제작이 불투명해졌지만 여전히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지금은 영화도 찍어보고, 거리 홍보도 하고 두려울 게 없어요.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