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울랄라부부' 못 다 이룬 코믹연기, 아쉽다"(인터뷰)

KBS 2TV 월화극 '울랄라부부'의 김정은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2.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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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제공=스톰에스컴퍼니>


김정은의 우렁찬 남자 연기 "여보! 이거 왜 이래"

김정은의 애교 섞인 콧소리 "오빠~"


2012년 하반기 안방극장을 유쾌한 웃음으로 물들게 했던 여배우가 누굴까. 고민할 새도 없이 배우 김정은(36)이 떠오른다.

김정은은 지난 27일 종영한 KBS 2TV 월화극 '울랄라부부'를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김정은은 자신의 장기인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인정사정없이 자극했다.

'울랄라부부'에서 김정은이 보여준 코믹연기는 단순히 외모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청순녀부터 남자까지 그는 다채로운 연기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안겼다. '김정은이 이 정도까지 웃길 수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웃겨도 너무 웃겼다.


코믹연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모성애가 돋보이는 엄마로 남편에게 반기를 든 조강지처로 다채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정은의 열연에 '울랄라부부'는 여성 시청자들, 주부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지난 27일 18회 방송을 끝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울랄라부부'를 마친 김정은. 그는 좀처럼 '울랄라부부'의 나여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종영 후 19회 대본이 나오는 꿈을 꿨다는 김정은이다.

"작품이 끝나고 하루 이틀 정도는 실감하지 못하는데, 지금도 그래요. 나중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허무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물론 시원섭섭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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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제공=스톰에스컴퍼니>


'울랄라부부'는 바람피우던 남편 고수남과 아내 나여옥이 재결합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혼까지 했던 부부의 갈등이 화해와 용서로 해피엔딩을 이뤘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새 삶을 시작하길 바랐던 시청자들은 고수남과 나여옥의 재결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정은은 이 결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종영 후 주변에 논란이 있었어요. 결말에 대해 단순히 생각하면 뻔한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극중 나여옥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저라면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정은은 극중 자신이 맡은 나여옥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극중 자신이 장현우(한재석 분)와 데이트를 할 때 고수남과 사이에 둔 아들 고기찬(엄도현 분)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극중 현우(한재석 분) 오빠와 만나고 데이트 하면, 기찬이가 마음에 걸렸어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기찬이는 어떡하죠?'라고 했었어요. 예전 작품에서는 내 사랑을 믿고 뚝심 있게 가면 됐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데이트 후 집에 오면 죄책감이 들었어요. 극중인데도 그렇더라고요."

김정은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것은 바로 영혼(바디) 체인지 상황이었다. 극 초반 나여옥과 고수남이 몸이 바뀌었다. 이후 두 사람이 각자의 몸을 되찾을 때까지 서로 겉모습만 다를 뿐 속은 하는 언행은 서로 똑같았다. 시청자는 즐거웠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정은은 힘들었다고 머쓱해 했다.

"여자에서 남자, 남자에서 여자로 오가는 감정신은 사실 어려웠어요. 상대방 몸에 제 영혼이 들어가 있었잖아요. 그게 잘 표현돼야 했고, 매 신 마다 그렇게 하려다 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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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제공=스톰에스컴퍼니>


'울랄라부부'는 방송 초반 MBC 월화극 '마의', SBS 월화극 '신의'와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방송 초반만 해도 '울랄라부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극 중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편집되거나 수정된 극 전개가 아쉽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몰랐던 강력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여옥과 수남의 영혼이 제자리를 찾는 게 빨랐어요. 더 늦게 교체되고, 센 이야기도 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옥이 몸으로 임신했던 수남도 유산을 하지 않고 출산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김정은은 '울랄라부부' 초반 나여옥의 몸으로 고수남을 연기했다. 다리를 쩍 벌린 자세부터 말투까지 상남자였다. 시청자들은 그런 김정은의 연기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지만 정작 본인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후반에는 여옥이로 돌아와서 사랑하니까 몸이 편했어요. 수남이 역할은 어렵고 힘들었어요. 저한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코믹 연기라고 하지만 '울랄라부부'에서 저는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남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수남이가 극중 빅토리아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나한테 항상 칭찬해 주잖아'라고 말했어요. 남자는 여자에 비해 단순해요. 여자는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이 존재하는데, 남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 캐릭터를 표현할 때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울랄라부부'에서 시청자들을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바로 고수남과 빅토리아 김(한채아 분)의 불륜이다. 나여옥이 고수남과 몸이 바뀐 후 빅토리아 김과 마주할 때,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실 극중에서 빅토리아 김을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여옥에게 빅토리아 김은 나쁘지만 수남이로서는 사랑한 여자였잖아요. 한국 정서에서 용서가 안 되죠. 저로서는 하나의 감정에 몰입한 게 아니라서 이 부분은 만만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어려울 것이라고 각오는 하고 갔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김정은은 '울랄라부부'에서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시댁 식구들에게 구박 받았다. 매번 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장현우(한재석 분)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남편 고수남을 애타게 했다. 김정은에게는 가장 통쾌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우 오빠처럼 완벽한 고향오빠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 고향 오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통쾌하다기 보다 제가 극중에서 여자이자 수남이었으니까 감정이 미묘했어요. 오히려 한채아씨에게 미안했죠. 수남이었던 저를 보는 한채아씨가 멜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땠겠어요."

김정은은 극중 남편인 신현준에 대해서 '신현준은 상남자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극중 신현준씨가 맡은 고수남은 상남자였어요. 워낙 남성스러운 스타일이니까요. 그걸 표현하는 게 저에게는 어려운 숙제였어요. 하지만 신현준씨는 상남자는 아니에요. 남성스러운 스타일은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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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제공=스톰에스컴퍼니>


'울랄라부부'를 통해 모처럼 신나게 연기했다는 김정은. 어떤 차기작으로 돌아올까 궁금하다.

"지금은 좀 쉴 것 같아요.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차기작은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아요. '한반도' 할 때는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게 '울랄라부부'였죠.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코미디 한을 덜 풀었어요."

김정은은 지난 3개월 동안 '울랄라부부'를 함께 촬영한 제작진, 배우들에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현장 스태프, 감독님, 배우들 모두 좋았어요. 힘들었지만 그 분들 덕분에 견디면서 할 수 있었어요."

어느 덧 30대 중반을 넘긴 김정은은 언제쯤 결혼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울랄라부부'에서 남편의 외도, 배신 등 안 봐도 될 것을 다 봤으니 결혼 생각은 접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남자들에 대해 몰라야 할 부분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결혼 후가 걱정돼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김정은이지만 '울랄라부부'에서는 엄마로 모성애가 진한 연기를 펼쳤다. 모성 연기의 첫 걸음이었다.

"제가 볼 때 아빠는 단순해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거예요. 극중에서도 수남이는 한 게 없어요. 처음에는 아이에게 관심도 없었잖아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아요."

김정은이 코믹 연기로 빛났던 '울랄라부부'. 그는 이번 작품은 힘들었지만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김정은이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게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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