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MBC"가 목표라더니..폐지만이 답인가?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2.08 13:46 / 조회 : 1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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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가 결정된 MBC '놀러와'(사진 위)와 '엄마가 뭐길래'<사진제공=MBC>


"2013년에는 반드시 1등의 자리를 탈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MBC에 미래는 없다."

지난 11월 30일 MBC 창사 51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김재철 MBC 사장이 밝힌 기념사 일부다. 이날 김 사장이 강조한 것은 1등, 1등이었다. 올해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노조의 장기 파업 등으로 시청률이 하락하고 광고 판매가 부진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사장은 "내년에는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나설 것이며 1등 MBC를 위해서라면 적이라도 기용할 것"이라며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면 최고의 수익이 날 것이며, 그것은 직원들의 임금에 반영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일성이 바로 편성에 반영된 결과일까. 그로부터 채 열흘이 되지 않아 MBC는 2개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 통보했다.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와 간판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다.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낮은 시청률'이다.

지난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불과 2개월을 넘긴 '엄마가 뭐길래'의 경우 시청자들의 호평과 고정팬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이 발목을 잡았다.

한창 힘을 받아야 할 시기 단행된 MBC의 방송 시간대 변경도 한 몫을 했다. 당초 일일시트콤으로 기획된 '엄마가 뭐길래'는 약 한달만에 월요일과 화요일 메인 뉴스가 끝난 뒤 2회가 연이어 방영되는 기형적인 구조로 전파를 타야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MBC에서 다시 내려온 통보가 바로 폐지였다. 며칠 전까지 계속했던 촬영에 더이상 나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에 출연진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2004년부터 9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간판 예능 '놀러와'도 폐지 칼날이 희생양이 됐다. 파업이 한창이었던 지난 4월부터 이어진 폐지 요구를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시기와 방법이 아쉬움을 남겼다. '놀러와'는 최근 연출진과 작가진까지 교체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던 중이었다. 새 코너 '수상한 산장'이 지난 3일 첫 선을 보여 호평을 얻었고, '트루맨 쇼'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5일만에 떨어진 폐지 결정에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과연 폐지가 답일까. 시청률이 잘 안 나오는 프로그램은 일단 폐지하고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 답이었다면 MBC는 이미 여러 답을 얻었어야 했다. 물론 지상파 방송국 MBC가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우선순위가 "1위"로 대변되는 시청률뿐인지 또한 따로 짚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목요일 밤 시간대와 일요일 오후 '일밤' 시간대는 1년 내내 폐지 퍼레이드를 벌여왔다. '일밤'의 경우 지난해부터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짧게는 수주, 길게는 몇달만에 폐지를 거듭했다. 그러나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

MBC의 저주로까지 불린 목요일 오후 11시간대에는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폐지 이후에도 '정보석의 주얼리하우스', '정글러브',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 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면 최고의 수익"이 난다는 김재철 사장의 말을 현재 입증하고 있는 대표적인 MBC의 예능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어느 프로그램과 견주어서도 독보적인 재미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무한도전'은 동시간대 1위를 꾸준히 지키는 한편 광고 판매에서도 정상을 지키고 있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준 대로라면 '무한도전'은 만들어진 직후 없어져야 할 프로그램이다. 엉뚱한 미션과 몸개그, 말장난으로 웃음을 주던 초창기 '무한도전'은 신설 이듬해인 2006년께만 해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적 프로그램이었다. 4%대 시청률로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지설을 딛고 꾸준한 자기발전과 변화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왔다.

12년만에 TV에 전격 복귀한 주병진도 어쩌지 못한 MBC의 목요일 밤 11시를 최근 구원하고 나선 것은 다름아닌 '황금어장-무릎팍도사'였다. 신설과 폐지가 반복되던 자리에 들어선, 신뢰받는 제작진과 능력있는 MC, 전통의 검증된 포맷이 합쳐진 전통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후속도 없이 '놀러와'가 사라진 자리, 월요일 밤에도 폐지 퍼레이드가 새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이 누군가. '1등 MBC'를 위해서, 진정 폐지만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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