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고' 김용화 "'아바타' 넘어선 3D 보일것"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6.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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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올 여름 고릴라가 야구하는 한국 영화가 나온다. 야구하는 고릴라라니, 말은 쉽다. 그것도 100% CG로 완성된 디지털 크리처에 풀 3D 영화다. '아바타'며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같은 입 떡 벌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뇌리를 먼저 스친다.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영화의 선결 조건이라면,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어떻게 전하느냐는 영화의 핵심 과제다.

'미스터 고', 이 대범한 기획을 짊어진 이가 바로 김용화 감독이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웃음과 눈물을 솜씨좋게 버무려내던 흥행 마술사는 오로지 '미스터 고'를 위해 4년을 매달렸다. 사재 30억까지 털어 덱스터 디지털을 세웠고, 중국과 손을 잡고 동시 개봉을 성사 시켰으며, 살아 움직이는 듯 물결치는 고릴라 털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7월 17일 그 집념의 결정체가 나온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부득부득 찾아가 만났다.


열정적인 감독이자 제작자이며 능수능란한 언변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는 되뇌기도 어려울 만큼 난해한 각종 전문용어를 쏟아냈다. 거듭 짧게 부탁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볼 수 있냐고. 그는 말했다. "'아바타'에서도 못 본 볼륨과 공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럼 웃음과 감동은? 그건 김용화 감독의 전매특허 아닌가.

-어떻게 시작했나.

▶CJ와 '미스터 고'를 준비하던 영화제작자 친구가 2009년인가 찾아왔다. 어떠냐기에 좋은데 디즈니아 워너에 연결을 시켜보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후 1년쯤 뒤 힘들다며 한번 더 왔다. 어떠냐기에 '나는 못한다' 했다. 안되는 이유가 뻔하지 않겠나. 이해타산 안 맞고, 처음 하는 시도 아닌가. 그러고 6개월쯤 있다가 CJ와 준비가 어그러지고 쇼박스로 넘어와 다시 저한테 왔다. '그래, 준비해보자' 한 게 2010년이다.


-왜 마음이 바뀌었나.

▶처음부터 매력적이기는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니까. 잘 하면 뭔가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이야기는 못 꺼냈다. 그 친구가 헛된 희망을 가질까봐, 걷지도 못하는 걸 날게 한다는 게 두려웠던 거지.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이게 바로 영화인데' 그랬다. 그렇게 같은 프로젝트가 3번을 오니 '운명인가보다' 하게 되더라.

-'미스터 고'를 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성진 VFX(시각효과 visual effects)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이게 되겠냐'더니 막 웃었다. 일단 CG로 한다는 게 안 맞는다는 거다. 당시가 '혹성탈출'은 이야기도 못 들었을 때라 일단 퍼펫(모형인형)을 만들자 했다. 애니메토닉스라고 해서 원격으로 근육이며 표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게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거였다. 그런데 애니메토닉스만으로도 10억을 달라더라. 안되겠다 싶어 일단 퍼펫만 만들어서 살짝 쓰자 했다. 그런데 그게 연출이 되겠나. CG를 알아봤다. 재앙이었다. 웨타스튜디오에 물어봤더니 CG만 최소 6000만 달러를 달란다. 1년간 엎을까 말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런데 이게 참 재미있는 게, 디지털 아이디어를 계속 팠더니 VFX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모여서 제일 먼저 한 게 털을 실사처럼 보이게 하는 거였다. 1년동안 R&D를 거쳐 젤로스퍼라는 프로그램을 아예 개발했다. 털이 실제처럼 움직이고, 제어도 가능한데다 할리우드 이상으로 빠르고 직관적이다. 한쪽으로는 시나리오며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며 시간을 벌고 한쪽으로는 계속 특수효과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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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말 그대로 모두가 최초 아닌가. 털 달린 크리처가 나오는 것 자체도.

▶물론이다. 그렇게 1년쯤 지나 촬영을 약 8개월 하고 후반작업을 1년 정도 한다면 한 번 해볼 만하다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30% 정도는 퍼펫을 쓰려고 했고 촬영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다, 결국 회사(덱스터)를 만들었다. 30억 가까이 사재를 털었다. 8명이 시작했다 CG 좀 한다는 사람들이 다 모여들어 지금은 200명이다. 촬영을 하며 진화를 거듭했고 결국 퍼펫을 안 쓰게 됐다. 진짜 털을 찍어 CG와 비교해보면 CG가 더 진짜같다. 진짜 털은 빛의 반응에 둔감하니까. 그렇게 진화해 여기에 온 거다.

-공 던지는 고릴라라니, 그 모습이 독고탁과도 모습이 비슷하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나.

▶다 가져왔다. '고릴라가 야구를 하면 저럴 거야'에서 출발했다. 야구의 물리 반응을 다 따른다거나 할 수는 없었다. 너무 멋지거나 너무 부드러워서도 안돼서 애니메이터들이 무지하게 고민을 했다. 타격과 생활 행동, 인간과의 상호작용 등 많은 자료(asset)들을 축적해 거기서 하나씩 골라냈다. 이런 영화는 미국에서도 1억불 주고 찍어서 후반작업도 1년은 해야 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연기한 배우들도 대단하다. 성동일과 중국배우 서교 등등.

▶촬영 전 고릴라 눈이 여기쯤이야 식으로 한번 시연을 하는데 그 때 명확히 기억을 해야 한다. 모든 배우가 첫 시연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데 성동일은 난 사람이다. 서교는 동일이형의 정확히 2배고.(웃음) 동일이 형은 아주 동물적이다. 현장의 동물적인 반응이 아주 괄목할만한데 서교의 스마트함에는 못 미친다. 움직임에 따른 X축 Y축 Z축을 짚는 게 정확하다. 사실 초반에 그 설정을 관객이 믿고나면 시선의 위치가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다 넘어가는데 서교는 아주 정확하게 기억한다.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다. 항저우가 고향인데 평소에도 대륙의 딸다운 기상이 있다.(웃음)

-어떻게 중국과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제게 똑같은 시간을 주고 판아시아 영화-할리우드 영화 둘 중에 선택하라면 저는 아시아, 중국으로 가겠다. 그러면 그게 아시아를 통합할 수 있다고, 그게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가 중국어다. 중국인구에 화교를 더하면 영어권보다 말도 안되게 큰 시장이 된다. 미국 가서 미국 영화 만드는 건 세계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하지 않다. 선배 감독들이 이미 했지만 아주 많은 수모와 어려움이 있으셨을 거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동양의 일개 감독을 불러다 대작을 맡기겠나. 문화적으로도 안된다. 완전한 액션이면 모를까, 그나마도 문제는 미국에 그걸 할 수 있는 감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코미디는 더 어렵다. 웃기는 건 문화의 차이를 어마어마하게 탄다. 사회 전반을 통찰해야 한다. 말도 서툰데 어떻게 배우를 움직이나.

-어떻게 자신감을 얻었나.

▶중국말을 잘 하지는 않지만 제 영화가 불법으로 중국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불법으로.(웃음) 화이 브러더스 사장이 번역한 제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더라. 좋은 정서는 전세계 공통이라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 또 이렇게 되면 중국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고. 단추부터 화이같은 큰 회사가 너무 열심히 도와줬다. 너무 좋았다. 복이 있는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이 구현이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가 우선이라는 게 함정인데.

▶그게 되게 애매한 부분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감정을 이해시킨다는 것. 주인공이 말도 하지 않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지난 4년간 정말 힘든 것 중 하나가 마지막 CG가 붙을 때까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가 없다는 걸 안고 버티는 것이었다. 고릴라가 50% 정도 완성됐을 때부터 감정이 붙더라. 감정의 변화, 통찰의 부분이 나쁘지 않아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

-가장 할리우드적인 연출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는 깊이 잔혹하게 긁지 않아도 이미 관객들은 은유만으로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지 않아도 죽은 만큼 드라마를 몰입시키면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학교 못가는 게 죽는 것만큼 힘들다는 걸 보여준 게 좋은 연출이라 본다. 객관적으로 드라마를 몰아붙이는 게 블록버스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너무 쉬운 장치인 거다. 그거 말고 우리 주인공이 거짓말 했다고 고백 하는 것 자체가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슬프다면 그게 연출적으로 볼 때 더 글로벌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후폭풍도 클 것이고. 그런 부분들을 아마 좀 좋게 평가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의 분량, 그 가운데 CG는 어느 정도인가.

▶본편이 126분30초. CG컷수 1920컷이다. 고릴라가 그 중에 한 1000컷 나오려나. 전체 영화고 전체가 다 VFX다. 순수 VFX 예산만으로 120억 정도 된다. 컷으로 보면 4800컷이었던 '국가대표'의 반도 안된다. 하지만 영화로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끼실 거다.

-어떤 수준의 3D가 구현됐나.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짧게 설명해 달라.

▶짧게는 안된다.(웃음) 인간의 컨버전스라는 게…(설명)

-안된다. 짧게! '아바타' 수준의 3D 구현이 가능할까.

▶도끼가 날라오는 듯한 3D는 없을 거다.(웃음)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볼륨감을 잃지 않는 영화가 탄생할 거다. '아바타' 정도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던 걸 볼 수 있으며 거기에서도 보지 못한 볼륨과 공간을 보여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게 볼륨이다. 색감 역시 필름을 넘어서는 최고의 계조를 보게 될 거다. 오픈 EXR 포멧을 기반으로 ACES 칼라스페이스바를 받아들인 최초의 디지털 영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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