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이재한 감독 "논란보다 추억되는 영화이길"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8.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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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이재한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여름 극장가의 핫이슈였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꿔놓은 성공적인 작전의 숨은 영웅들을 그린 이 영화는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의도 아래 만들어진 기획으로 치부됐고, 공개 이후에는 이런저런 혹평 세례에 시달렸다. 그러나 동시에 혹평 이상 가는 호응을 얻었고, 흥행에도 성공하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그 중심에 있던 영화의 연출자 이재한 감독은 영화의 공개 이후 쏟아진 혹평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 듯했다. 동시에 영화의 흥행몰이에 내심 위안을 받은 기색도 역력했다. 이재한 감독은 "영화가 영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념, 정치적인 잣대로 보시는 것은 아쉬운 게 사실"이라며 "희생과 용기에 초점을 두고 헌사하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강조했다. 가족애 동지애 애국심 등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 같은 가치들을 긍정적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이후 흥행 중이다. 하지만 혹평이 상당하기도 하고 평이 엇갈린다.

▶평이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아쉽고 슬프고 그렇다. 이 영화가 참 뜨거운 감자다. 논란도 많고. 이런 부분 말씀드리는 것도 조심스럽다.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념이라든지 정치적인 잣대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이 있으셔서 그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정치하시는 분들이 영화를 정치의 홍보도구로 사용하시는 현상들도 보여서 그건 감독 개인으로서는 아주 불편하다. 과찬을 하시더라도 영화는 영화이고 영화가 하는 이야기에 반응하고 감동하면 되는데 그것 이상으로 가져가는 건 저의 의도와 어긋난다.

-감독으로서 의도했던 바는 무엇인가.


▶이 영화를 제안한 분은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다. 작년 2월이었다. 상당히 먼저 기획이 돼 있었고 저는 후에 참여했다. '인천상륙작전' 하면 보통 맥아더 장군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한국인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 X레이 작전이라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영화는 그 분들의 희생과 용기에 초점을 뒀다. 그분들에게 헌사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저의 의도다. 영화의 감정을 이끄는 주체인 감독으로서 성공은 분명히 성공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작전의 시작을 맥아더 장군이 했기 때문에 빠질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 피가 난무하는 전쟁영화 속에서 긍정의 힘과 인간애, 따뜻함을 꼭 가져가고 싶었다. 가족애, 동지애, 희생정신 등 긍정적인 가치를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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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이전에 연출한 다른 한국전쟁 영화에서도 공통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저희 어머니는 어릴 적 전쟁을 겪은 세대다. 저희 외할아버지도 참전용사신데 6.25 때 돌아가셨다. 가끔 그 이야기를 듣고 생전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박철민씨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갓난아기까지 아이가 넷이었다. 처자식을 두고 나라를 가족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려면 무엇이 작용해야 할까.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겠나. '포화속으로'와 '인천상륙작전'은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런 희생정신이나 용기를 담았다. 그런 행동은 고결함의 경지에 있는 것 같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전쟁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겠나.

-숨겨진 희생과 용기에 초점을 뒀다지만 그들의 죽음이 비교적 극적으로 묘사되는 데 비해 감정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사도 뒤로 배치했고.

▶용사들 개개인에 대한 애정은 있다. 하지만 첩보물이라는 장르 안에 녹여야 했다. 이야기가 빨리 전진해야 하고 작전을 수행하고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에 너무 감성에 젖어 맴돌아서는 안된다. 장르의 장점이자 한계고, 그게 더 현실감 있다고도 생각했다. 전시상황에 누가 죽었다고 울고불고 할 수 없으니까. 개개인의 전사를 모두 다루면 영화가 3시간 정도가 될 것 같았고 긴박한 첩보장르로도 가기 어려웠다. 감동 코드를 후반부로 빼고, 작전을 성공시킨 이후 페이소스를 전하려 했다. 아끼는 장면 중 하나가 대원들이 박철민의 아기를 말없이 안아보는 장면이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다. 물론 전개에 방해가 된다는 반응도 있다.

▶제 아이디어인데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자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쓰면서, 찍으면서도 뭉클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부터 해 왔지만, 멜로라는 게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다. 인간애, 가족애 이런 것들이 모두 장르 안에 포함된다. 제 고유의 터치가 아닐까. 영화 전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다. 긴박한 상황에 잠시 스톱 하는 부분인데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다. 그것 또한 제가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모두들 반응이 다르다. 다양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정재씨가 인터뷰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 '혹평도 중요한 의견'이라고. 영화는 대중적인 예술이고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니까. 아쉬운 건 피카소에게 9점을 주고 베토벤에게 8점을 주고 하지 않지 않나. 예술은 상대적인 것이고 점수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영화가 2시간짜리 오락이지만 관객에게 예술적 감흥과 관객의 의도를 전하는 경험이지 않나.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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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인천상륙작전'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욕심나는 게 더 있나.

▶손익분기점을 넘긴 건 기쁘다. 감독은 본인의 돈이 안 들어가도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당시 작은 꿈 3개가 있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자. 10년 후에도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자. 생명력이 있도록 하자. 저는 감독이니까 숫자보다 긴 생명력을 지닌 영화가 되는 게 좋다. 우리가 추억하는 과거의 좋은 영화들은 얼마를 벌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지 않나. 100m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래오래, 논란이 되기보다 추억이 되는 영화로 남았으면 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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