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BIFF, 내우외환 딛고 소나무처럼 우뚝 설까 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04 10:10 / 조회 :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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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내우와 외환이 겹쳤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스물 한 번째 항해를 시작한다.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 '춘몽'을 비롯해 올해 69개국 301편을 상영한다. 예년과 비슷한 상영작 수준이다. '다이빙벨' 상영으로 지난 2년 간 몸살을 앓았고, 예산도 3분의 1 가량 줄어든 데 비해 상당한 성과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올 부산영화제에선 예년처럼 칸과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 초청작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 대상작인 올리비에 아사샤스의 '퍼스널 쇼퍼',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인 다니스 타노비치의 '사라예보의 죽음'이 선보인다. 베니스영화제 남여 주연상 수상작인 '우등시민'과 '라라랜드'도 주목할 영화다.

해외 게스트도 예년 못지 않다. '위플래쉬'의 마일스 텔러, '다크 나이트'의 에런 에크하트가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두 사람이 출연한 '블리드 포 디스'가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기 때문. 차이망량 감독과 허우샤오시엔, 이창동 감독은 신작이 없는데도 부산을 찾는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드러낸 것.

고인이 된 부산영화제의 친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을 비롯해 중남미 신흥 영화강국 콜롬비아 영화를 살피는 특별기획 등 의미 있는 기획도 적잖다.

그럼에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2년 동안 입은 상처가 깊게 박혀있다. 지난달 28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1년형을 구형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려 보이콧을 선언했던 한국영화단체 중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한 네 개 단체는 여전히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아가씨'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은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유일한 한국 천만영화인 '부산행'도 정작 부산영화제에선 어떤 행사도 갖지 않는다. '터널'도 없다.

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갈라프레젠테이션에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는 게 올해 부산영화제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가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산 축소와 배우들의 참석이 저조해 레드카펫도 예년처럼 화려하지는 않을 것 같다. '덕혜옹주' 손예진을 비롯해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아수라'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그리고 이병헌이 올해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을 밝힐 얼굴들이다.

해운대를 수놓았던 다양한 행사와 각 영화사들의 파티, 프로그램도 대거 축소됐다. 예산 축소 여파도 있지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게스트 초청 행사와 투자배급사의 라인업 파티, 독립영화 초청 파티 등이 대부분 취소된 것. 대학교수와 영등위 등 공공기관 업무 관계자들도 올해 영화제에는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런 행사들이 내년에는 열릴 수 있을지, 김영란법이 어떻게 정착될지에 따라 갈릴 것 같다. 영화를 즐긴다는 영화제 본연으로 돌아가게 될 지, 아니면 화려함이 줄어 영화제를 찾는 재미가 반감될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에는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홀로 서 있는 소나무를 담았다. 끝없는 외압 논란에다 내부 갈등까지 빚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럼에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과연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지, 올 영화제에 국내외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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