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단순하고 화려하고 끝까지 가는 오락영화①

[리뷰] 마스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2.13 10:45 / 조회 :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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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대 금융 사기극. 3조원이 넘는 피해금액. 해외로 도피한 범인. 그리고 죽었다는 소식. 누가 봐도 조희팔이다. '마스터'는 바로 조희팔 사건을 정조준한다. 현실에서 해결 못한 사건을 영화로 끝까지 간다.


'마스터'는 '감시자들'로 550만명을 동원한 조의석 감독의 신작. 이병헌과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 등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한다. 진경과 엄지원, 오달수 등 조연들도 화려하다. 필리핀 로케이션에 99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등 올 겨울 최대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마음만 먹으면 하늘도 속인다는 원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 화려한 말재주와 사람을 현혹시키는 재능,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의 소유자. 수만명의 회원을 끌어들이며 금융 피라미드 사기극을 벌인다. 반 년 간 그를 쫓아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해온 그는 눈에 뻔히 보이는 피해자들보단 진 회장을 잡고, 진 회장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잡는데 초점을 맞춘다. 경찰청장에 그야말로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로 만들어주겠다며 자신만만 한다.

김재명과 수사팀은 진 회장의 왼팔인 박장군(김우빈)을 압박한다. 전산실 위치와 진 회장의 비밀장부를 넘기면 선처를 해주겠다는 것.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500억원에 그쳤을 사기를 3조원 사기극으로 부풀린 데 한 몫을 한 박장군. 그는 혼자 살 길을 도모한다. 김재명과 진 회장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한다. 그런 박 장군을 진 회장의 오른팔 김엄마(진경)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진 회장을 압박해 들어가는 김재명.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당할 진 회장이 아니다. 검찰, 경찰, 법원, 국회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뉜 그의 비밀장부가 펼쳐질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쏟아진다.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 그리고 유유히 해외로 사라지는 진 회장. 과연 김재명은 그리고 박장군은, 진 회장을 잡을 수 있을까.

실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는 어렵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일수록 어렵다. 영화 속 단죄가 자칫 희망고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그리하여 '마스터'는 단순한 방법을 택했다. 돌아가지 않는다. 입체적이기보단 평면적인 길을 택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범인, 눈에 보이지 않는 비호세력, 이들을 끝까지 쫓기 위해 가장 익숙한 길을 택했다. 이 단순함은 '마스터'의 미덕이다.

실제 사건을 오락 영화로 만드는 건 모험이다. 유쾌함과 통쾌함을 쫓는 대신, 의미와 깊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는 유쾌와 통쾌로 방향점을 명확히 했다. 복잡한 사건을 쉽게 풀기 위해 캐릭터를 최대한 전형적으로 만들었다. 이 전형성에 깊이를 더하는 건 배우들의 몫으로 남겼다. 친절하고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 구도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 '마스터'의 승부수다.

반면 그 때문에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마스터'의 한계이기도 하다.

진 회장 역의 이병헌은 과연 이병헌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진심을 호소하다가 한순간 냉정한 눈빛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캐릭터를 설명한다. 어쩌면 뻔했을 악역에 깊이를 더한 건 이병헌의 오롯한 공이다. 김우빈은 '기술자들'에서 익히 보여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미워할 수 없는 뺀질거림, 김우빈의 매력이 통통 튄다. 강동원은 강동원으로 기능했다. 김 엄마 역의 진경은, 이 배우의 넓은 스펙트럼에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만든다.

'마스터'는 두뇌 게임이다. 금융 사기극을 모티프로 한 만큼, 머리로 속고 속인다. 속고 속이는 관계로, 긴장감을 쌓는다. 정우성이 날라 다녔던 '감시자들'의 액션 활극은 없다. 액션 활극이 주는 쾌감 보다는, 뒤통수를 치고 때리는 두뇌 싸움의 묘미가 있다. 액션 활극의 아쉬움은 필리핀 현지 촬영이 어느 정도 달래주기도 한다. '마스터'의 하이라이트인 필리핀 장면은, 두뇌 싸움과 이병헌의 존재감과 액션이 두루두루 겹쳐진다.

'마스터'는 끝까지 달린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그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결말로 내달린다. 현실을 영화로 끌고 와 영화 같은 현실을 바라게 맺는다. 마지막 강동원의 "시작하자"는 말은, 어쩌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바라는 정의일 것만 같다. '마스터'는 유독 정의를 강조한다. 각자의 정의 속에서 올바른 정의를 쫓는다. 그래서 '마스터' 결말이 의미를 갖는다.

12월21일 개봉. 15세 관람가.

추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쿠키 영상이 두 개 등장한다. 김우빈 쿠키영상, 이병헌 쿠키영상. 하나는 영화고, 하나는 현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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