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특별한 형제' 정직한 웃음과 감동이 주는 힘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4.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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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부족한 걸, 서로가 도우며 사는 세상. 태어났으면 잘 살아갈 책임이 있다고 믿는 세상. 육상효 감독이 보고 싶은 세상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런 세상을 담은 영화다.

머리 아래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린 나이에 신부님이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 보내진다. 책임의 집은 여러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싸우고 똑같이 즐거운 곳이다. 가난하지만 정겨운 곳이다.


그곳에서 세하는 5살 지능을 가졌지만 몸이 건강한 동구를 만난다. 동구는 세하의 팔다리를 대신한다. 세하는 동구가 살아갈 이유가 된다. 버려진 곳에서 구원 받았다. 만남을 통해. 그래도 그게 아직 구원인지 모른다. 삶이 버거우니깐.

줄담배에, 소주를 생명수라 부르는 신부님은 말한다. 사랑하다 보면 실망하지만 그 실망까지 사랑하라고. 그렇게 같이 살아가라고. 혼배성사에서 하는 말이지만 세하와 동구, 그리고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신부님이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 책임자가 없으니 책임의 집은 허물어질 위기에 놓였다. 지체 장애인과 지적 장애인은 서로 떨어지게 됐다. 세하와 동구도 헤어지게 됐다. 세하는 진학과 취업에 필요한 봉사 활동 기록을 조작해주고 돈을 받아 책임의 집을 건사하려 한다. 쉽지 않다. 그런 차에 봉구의 빼어난 수영 실력이 눈에 들어온다. 장애인이 일반인, 아니 비장애인과 수영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화제가 되고 그러면 책임의 집도 해산하지 않을 터.


세하는 구청 수영장 알바이자 취업을 준비하는 미현을 꼬드긴다. 고시텔에서 참치캔, 깻잎캔, 각종 통조림과 살아가던 미현에게 장애인 도와 수영 대회 우승시키는 스펙을 쌓아보라며 꼬드긴다. 그렇게 세 사람은 수영대회를 차근차근 준비한다.

그리고 동구를 수영장에서 버린 엄마가 찾아온다. 그렇게 세하와 동구에게 커다란 위기가 연이어 찾아온다. 위기가 기회일지, 이야기는 더 거세게 흘러간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방가? 방가!'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신작이다. 낮은 곳에서 평범하지만 당연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그의 시선은 이번에도 유려하다.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끼리 자신들이 있는 것으로 돕는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관찰자는 미현이다. 우연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 형제에 동행하게 된 그녀에게 어느덧 세하와 동구는 '나의'가 된다. 특별한 건 이들의 장애가 아니다. 형제가 아닌데 형제라서가 아니다. 미현이, 이 두 사람에게 구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남으로. 그렇기에 특별하다. 육상효 감독은 많은 비장애인 관객이, 미현을 통해, 이 두 사람을 특별하게 만나길 바랐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여느 영화들과 다르다.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불쌍하니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성공담을 그리지 않는다. 누구나처럼 갈등이 있고, 오해가 있고, 화해가 있다. 그렇게 담는다. 세하와 동구의 드라마를 전형적으로 풀어낸다. 이 서사는 평범하다. 평범하기에 비범하다. 장애인의 서사도 비장애인의 서사와 다를 바 없듯 그렸기에 비범하다.

웃길 때 웃기고, 울릴 때 울린다. 카메라는 정직하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봤다가 어느덧 장애인의 시선으로 맞춰진다. 앵글로 위계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정직하고 평범하게 인물에 맞췄다. 음악도 정직하다. 울려야 할 때 울리고, 감동에 젖어야 할 때 흐느낀다. 구태의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언제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게 있는 법이다. 이 영화와 닮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 모든 등장 인물은 착하다. 적당히 때 묻어도 착하다. 이해를 조금만 벗으면 세상 사람들이란 다들 착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감독이 바라 보고픈 세상인 것 같다.

세하를 연기한 신하균과 동구를 연기한 이광수의 호흡은 발군이다. 신하균은 몸을 쓰지 않고, 그러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연기했다. 평범하게 하는 게 어려웠을 연기를, 평범하게 해냈다. 비범하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이광수는, 크고 긴 초식동물 같은 그의 몸을 동구로 잘 안착시켰다. 그의 이미지와 그의 연기와 동구의 캐릭터가 삼박자를 맞췄다. 같이 연기해도 늘 홀로인 듯한 신하균과 무리에 있어도 도드라져 보이는 이광수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선 둘로써 하나가 된 듯하다.

미현 역을 맡은 이솜은, 어느새 청춘의 어떤 얼굴이 됐다. 고단하고 그러면서 선량한. 무엇보다 거리감의 활용이 좋다. 적당할 때는 적당하게, 멀어야 할 때는 멀게, 가까워야 할 때는 가깝게, 이 거리감은 배우 이솜의 좋은 무기가 될 것 같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감동의 여운이 밭다. 기승전결이 빠르다 보니 여운에 젖을 새를 좀처럼 주지 않는다. 대신 웃음으로 메꾼다. 감동은 마지막으로 몰았다. 이런 방식은 예스럽다. 예스러워서 귀하다. 5G 시대에 찾아온 아날로그 감성이다. 그래서 귀하다.

5월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세하와 동구는 실존 인물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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