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살아있다' 좀비영화 카니발이 살아있다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6.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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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 간절한 바람이다. 홀로 세상에 고립된 사람이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야기. 안녕과 평안, 평강을 바라던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사람의 이야기. 혼자여선 살아날 수 없다는 이야기. '#살아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눈 뜨자마자 가족들이 나간 텅 빈 집에서 늘 하던 대로 컴퓨터게임을 시작하는 준우. 왠지 이상하다. 갑자기 사람들이 뛰쳐나가고 미쳐 날뛴다.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된다. TV에선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는 소리뿐.


집 밖의 사람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서로를 물어뜯고 잡아먹는다. 좀비다. 다들 좀비가 됐다. 준우는 그저 버틴다. 집에 있는 식량들로 버티지만 곧 한계에 다다른다. 어느덧 전기도 끊긴다. 준우가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포기하려 할 때, 아파트 건너편에서 신호가 온다.

건너편 아파트에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이 있었던 것. 준우는 유빈을 발견한 희망에 살아남으려 한다. 두 사람은 좀비들에게 습격당하기 전에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그렇게 살아있으려는 모험이 시작된다.

'#살아있다'는 특이하게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다.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져 세상에 공개됐다. 소재는 같다. 좀비로 고립된 집에서 살아남는 사람의 이야기. 더 한국적으로 바꿨다. 아파트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연결된 세상이 하루아침에 끊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이야기다.


'#살아있다'는 '세계대전Z'로 한국에 잘 알려진 맥스 브룩스의 저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의 방향과 닮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주인공이, 동료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살아남으려는 전략과 전술 등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의 지침에 충실하다. 목적지를 정하고, 정보를 모으고 경로를 설정한다. 기동력을 유지하고 푹 자라는 지침까지 충실하다. 너무 눈에 띄는 신호를 보내지 말라는 지침은 영화적인 장치로 일부러 어긴다. 살을 빼라는 지침이야 유아인, 박신혜 두 주인공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터.

조일형 감독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참고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리얼하다. 실제 같다. 구성의 허술한 구멍도, 이 리얼함이 덮는다. 긴장과 긴장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두 주인공이 합류하고 달리기 시작하는 지점이 영화 3분의2 지점이지만, 그전까지 끌고 가는 울렁거림이 상당하다. 잘 짜여진 프로덕션의 힘이다. 연출의 아쉬움을 프로덕션과 배우, 그리고 좀비들이 켜켜이 레이어를 쌓아 덮는다. 그야말로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그리고 낮이 영화에 시종 서스펜스를 더한다.

'#살아있다'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겠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닮았다. 바이러스로 고립된 사람들. 발코니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 언제나 답은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다'가 전하는 바다.

준우를 연기한 유아인은, 유아인 같다. 미숙하고 불안하고 그래도 단단한 어떤 청춘의 표상. 머리는 짧고 노랗다. 유빈을 맡은 박신혜는 씩씩하다. 건강하다. 유아인이 불안함을 더한다면, 박신혜는 건강함으로 중심을 잡는다. 두 배우의 시너지가 영화를 계속 붙들어 맨다.

'#살아있다'는 고전 좀비영화 같은 고어가 담겨있다. 무섭다. 깜짝 놀라게 한다. 신체훼손과 식인, 좀비영화의 카니발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좀비 마니아들이라면, 즐기고 씹고 뜯고 이야기할 거리가 제법 풍성하다.

6월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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