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사망..'거장→미투→코로나' 불편한 결말[종합]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12.12 10:44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기덕 감독 /사진=스타뉴스


한국 영화계의 거장, 미투(Me, too) 감독 전락, 코로나19로 돌연 사망. 김기덕 감독의 황망한 일대기다.

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세. 그의 사망 소식은 타국인 라트비아에서 전해졌다. 11일 라트비아 매체 델피는 러시아 아트독페스트 영화제 예술감독인 비탈리 만스키의 말을 인용해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던 김기덕 감독이 이날 현지의 발트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11월 20일부터 라트비아에 머물러왔다. 그는 라트비아 북부 유르말라에서 집을 매입하고 거주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김 감독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자 만스키 감독이 동료들과 수소문한 끝에 김기덕 감독이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교부는 이날 "현지 시각으로 11일 새벽 우리 국민 50대 남성 1명이 코로나 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라며 "주라트비아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접수한 후 현지 병원을 통해 관련 경위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유족을 접촉해 현지 조치 진행사항을 통보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한 50대 남성은 김기덕 감독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은 황망함 그 자체였다. 김기덕은 한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쓴 한국의 유일한 감독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년에 '미투 감독'으로 오명을 입고 대중에게 외면 받다가 코로나19란 유행성 질병으로 돌연 60년 인생에서 허무하게 작고했다.


image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김기덕필름


김기덕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늘 저돌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음울한 저변을 건들며 '문제적 감독'으로도 불렸다. 1996년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파란 대문', '섬', '실제상황', '해안선',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아리랑', '피에타' 등을 연출했다.

그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시선상을,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국내를 넘어 세계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던 김기덕 감독은 데뷔 20년 만에 추락했다. 그가 2017년 여배우 A씨로부터 폭행, 강요 등 혐의로 고소당한 것. 재판부는 김기덕 감독의 폭행 건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명령을 내렸다. 강제추행치상에서는 검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김기덕 감독에겐 '미투 감독'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그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지만 대중에게 낭보가 되지 못했다. 이제 그의 작품 속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이는 한국에 거의 없었다. 그간 호평 받았던 작품마저 '여성 인권을 갉아먹어 만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김기덕 감독은 말년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로 신작 '디졸브'를 현지 배우들과 함께 했다. 그는 최근 라트비아 영주권을 얻고 그곳에 거주할 계획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에도 대중은 차갑게 반응했다. 망자가 된 이후에도 김기덕은 '거장 감독'이 아닌, '미투 감독'으로 불렸다. 자신의 영화 같은, 불편하고 비극적인 결말이다.
기자 프로필
한해선 | hhs422@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