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해 죄송"... 떠나는 박병호, 키움 팬에 손편지 남겨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1.12.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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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FA 계약을 맺은 박병호(왼쪽). /사진제공=KT
9시즌 동안 몸담았던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는 박병호(35)가 팬들을 향한 인사를 꾹꾹 눌러썼다.

박병호는 29일 소속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SNS를 통해 공개한 손편지에서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하며 이별의 소회를 남겼다. 이날 박병호는 KT 위즈와 3년 총액 30억원 계약에 합의하며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비록 타 팀에서 데뷔했지만 박병호는 그동안 키움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선수다. 2차례 리그 MVP를 수상했고, 한국시리즈 2회를 포함해 키움을 7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올렸다. 그런 만큼 박병호의 이적은 키움 팬들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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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남긴 자필편지. /사진=리코스포츠 인스타그램
박병호는 편지를 통해 "저에게는 고향 같은 구단이었습니다"며 키움 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병호는 새로 손을 잡은 KT를 향해서도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시고, 영입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수로서 그에 보답하고 상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엄중히 느껴집니다"면서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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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남긴 자필편지. /사진=리코스포츠 인스타그램
다음은 박병호의 손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박병호입니다.

많이들 놀라셨겠지만, 저는 이번 FA 신청을 통해 KT위즈로 팀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2011년 7월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었던 날이 기억납니다. 그때부터 10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긴 시간 동안 제가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 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두 시즌 저의 노력과는 달리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많은 자책과 실망을 하였고, 팬 여러분의 상심도 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야구선수로서 팬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송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위즈 구단에서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시고, 영입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수로서 그에 보답하고 상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엄중히 느껴집니다.

그와는 별도로, 히어로즈 구단과 감독님들, 코치님들, 선후배 동료들, 직원분들, 팬 여러분께 감사함과 죄송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망주로 머물던 시절 히어로즈의 선수로 뛰게 되며 전폭적인 기회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경험을 하고, 메이저리그라는 야구 선수로서의 꿈의 무대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복귀를 결정했을 때도 히어로즈 구단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셨고, 저에게는 고향 같은 구단이었습니다.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8년, 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염원을 향했던 기억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 수상소감에서 히어로즈 팬 분들은 일당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팬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히어로즈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강하였으나, 주어진 상황에서 프로야구선수 박병호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신 KT위즈 구단의 감사함도 간과할 수 없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팀을 떠나게 되었지만, 히어로즈에 대한 감사함과 팬분들에게 받은 사랑과 응원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병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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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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