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히어로' 박병호의 한숨 "정후가 울어요"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2.30 04:37 / 조회 : 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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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박병호, 이정후, 김하성./사진=OSEN
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35·KT 위즈)를 떠나보낸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이정후(23·키움)도 믿고 따랐던 선배의 이적 소식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발표 후 박병호는 2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정후와 얘기를 했는지 묻는 말에 "운다. 안그래도 막 통화했는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움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이날 KT는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설마 했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이 현실이 되자 많은 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함께하던 키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고 대표적인 선수가 이정후였다.

지난 28일에도 'Memory(추억)'라는 문구와 함께 박병호와 함께한 사진을 SNS에 올렸던 이정후는 계약 당일 슬픈 감정을 쏟아냈다. 발표 직후 이정후의 SNS에는 박병호, 서건창(32·LG) 등 올해 키움을 떠난 선배들과 함께한 사진 20여 장이 올라왔다. 마지막 게시물에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팀에서 함께 뛰었던 기억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영광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정후로 대표되는 후배들의 마음을 박병호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후배들에게 떠난다는 말을 미리 전했음에도 계약 직후 그에게 연락이 쏟아졌다. 많은 연락이 오는지 묻는 말에 박병호는 "미치겠다"라고 복잡한 감정이 섞인 답을 내놓았다.

후배들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2011년 LG를 떠나 히어로즈에 합류한 박병호는 팀과 함께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이적 이듬해부터 기량을 만개한 그는 백투백 MVP(2012년, 2013년), 홈런왕 5회(2012~2015년, 2019년)를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2008년 창단 후 하위권을 전전하던 히어로즈도 박병호를 앞세워 야구 단골팀으로 탈바꿈했다. 키움의 어린 선수들은 그 과정을 보고 자랐다.

감정을 추스른 박병호는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지금은 이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선배가 떠나는 걸 아쉬워해 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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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왼쪽)가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FA 계약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T 위즈


'히어로즈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던 박병호였기에 그가 떠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려웠다. 박병호 역시 "FA를 신청할 당시 이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선수로서 처음 가진 FA 자격이었고 내 현재 가치가 어떤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키움과 첫 만남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아 박병호에게 올해 KBO리그 우승팀 KT가 다가왔다. KT는 이번 겨울 박병호에게 연락을 준 유일한 타 구단이었다.

박병호는 "KT에서 (최근 부진에도) '네가 충분히 반등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정말 감사했다. 또 (결정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주셨다. 금액도 이적료(보상액 22억 5000만원)를 포함하면 무시하지 못할 규모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후 박병호는 키움과 한 차례 더 만남을 가졌다. 이적으로 마음을 굳힌 뒤에는 키움과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다. 그래서 구단과 합의하에 계약 과정과 내용에 대해 밝히지 않기로 했다. 박병호는 "내가 원한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감정싸움은 전혀 없었다. 좋게 마무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어로즈는 내게 너무나 감사한 팀이고 같이 성장해 더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팀이다. 구단에서도 내 앞날을 축복해줬고, '정말 부담 없이 반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도 해주셨다. 10년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정을 무시하지 못한다. 나도 같이 뛰었던 동료들과 관계자분들을 생각하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팬들 역시 이적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적 직후 박병호는 소속사를 통해 손편지로 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팬들과 우승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정말 죄송스럽다. 우승할 기회가 없던 것이 아니어서 더 아쉽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팀을 옮기는 것은 나중에는 결국 이해하고 응원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라고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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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29일 KT와 FA 계약이 발표된 직후 소속사를 통해 손편지를 전했다./사진=리코스포츠 에이전시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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