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파 대 반민초파 같은 '외계+인' 엇갈린 반응..화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7.22 10:01 / 조회 :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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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크게 엇갈립니다. 수박 쪼개지듯 재미있다와 재미없다가 양극으로 나뉩니다. 영화 '외계+인'에 대한 반응입니다.

외계+인'은 '타짜'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이 7년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최동훈 감독이 '암살'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류준열과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이 출연하면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습니다. 2부작으로 만들어졌는데 1부에만 무려 330억원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화제작입니다.

지난 20일 개봉한 '외계+인'은 첫날부터 관객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이렇게 호불호가 끝과 끝으로 갈리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개봉에 앞선 기자시사회 때부터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호불호가 갈리는 지에 대한 분석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데 대한 관객의 성향 변화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빠르게 바뀐 관객 성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여러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둘만 꼽으라면, 화제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독과점 같은 외적인 요소는 제외 한다면 말입니다.

그럼 화제와 재미 중 어떤 게 흥행에 더 중요할까요? 저는 화제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재미가 있는, 좋은 작품은 결국 관객이 찾기 마련이라는 격언과 배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업적인 성공에는 화제가 재미에 앞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근래처럼 관객 성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을 때는 더욱 화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성향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위험을 무릎 쓰고 극장을 찾을 때는 확실한 볼거리가 있다는 전제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극장을 찾는 게 영화 관람을 겸한 여가 활동의 일환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됐을 때는 극장을 찾는 게 오롯이 영화 관람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기에 극장을 찾을 이유가 화제작이어야 했습니다. 화제가 있어서 봤거나, 본 사람들이 화제를 삼으면서 보게 되는 성향이 팬데믹 이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볼거리 위주의, 또는 마블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까닭입니다.

무엇보다 극장 요금이 3년 연속 오르면서 화제성이 큰 영화를 찾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 극장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기 이전에는 성수기에 각각 다른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관람행태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화제가 되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만족했다면 N차 관람하는 행태가 늘었습니다. 타인의 후기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안정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을 반복하는 반면 모험적인 관람은 줄었습니다. 그렇기에 화제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3년 연속 극장 요금이 인상된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최악의 상황을 맞은 극장들의 자구책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의 극장 요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극장 요금은 일본, 대만, 홍콩의 3분2 수준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3년 연속 극장 요금이 올랐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 중에는 낮은 편에 속합니다. 다른 나라의 극장 요금도 이 기간 올랐으니깐요.

문제는 팬데믹 이전에 한국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았던 건, 극장 요금이 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한국의 인구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4.37회로 전세계 1위였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유난히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극장 나들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가 활동이자 문화 생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랬던 게 3년 연속 극장 요금이 인상되면서 더이상 극장 나들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가 활동으로 여겨지지 않게 됐습니다. 극장의 자구책이 오히려 한국영화 생태계를 뒤흔들어버리고 있습니다.

다시 화제와 재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가 있으면 화제가 따르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문제는 재미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겁니다.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재미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화제가 있는 작품에 더 쏠립니다. 최근 '탑건:매버릭'의 뒷심 흥행과 '헤어질 결심'의 아슬아슬한 손익분기점 돌파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영화라도, 팬데믹 이전이라면, 극장 요금 인상 전이라면, 직접 보고 확인하려는 관객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는 한국영화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한국영화 제작이 시도될 수 있는 바탕이었습니다. 이 바탕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7월부터 멀티플렉스 3사 극장요금이 모두 올랐습니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데 월급만 그대로라는 요즘에는, 극장 요금 인상이 더 크게 여겨집니다. 때문에 '외계+인'을 비롯해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올여름 한국영화 빅4는 팬데믹 이전보다 화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외계+인'의 화제는 흥행에 어떻게 작용할까요? 엇갈린 호불호는 분명 과거보다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다만 '외계+인'에 대한 호불호는 마치 민트초코에 대한 반응과 비슷하기에 관객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완성도에 대한 차이라기 보다는 취향의 차이로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을 재밌게 관람했다는 반응은 민초파 같습니다. 재미없게 관람했다는 반응은 반민초파 같습니다. 양쪽의 타협은 없습니다.

민초파 대 반민초파의 싸움은 재밌습니다. 화제가 화제를 낳는 즐거운 싸움이니깐요. '외계+인' 흥행은 개봉 첫 주말, 엇갈린 반응이 얼마나 더 많은 화제를 낳느냐에 달릴 것 같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취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한국영화를 보다 많은 관객이 관람하고 평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으니깐요. '외계+인' 뿐 아니라 올여름 한국영화 빅4 모두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올여름 한국영화 빅4 흥행 결과는 향후 몇년간 한국영화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에 화제가 재미보다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본질은 재미라고 믿습니다. 재미는 취향의 산물입니다. 취향은 계급에서 잉태됩니다. 계급이 고착화될수록 취향도 획일화되기 마련입니다.

부디 '외계+인'을 비롯한 올여름 한국영화 빅4가 관객의 좋은 선택을 받기를, 그리하여 한국영화산업이 획일화로 쏠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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