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우승' 연봉 1·2위팀, SD에 무릎... 3위 양키스도 위태위태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LA 다저스 선수들이 지난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 9회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2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가을야구에는 유난히 이변이 많다. 이미 100승 이상을 기록한 두 팀이 탈락했다.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시즌 101승을 올린 뉴욕 메츠가 패했고 NL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시즌 111승을 따낸 LA 다저스가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이 두 팀은 MLB 팀 총연봉 1, 2위를 기록한 부자구단이다. 메츠는 팀 연봉이 2억 3560만 달러(약 3390억 원)였으며 다저스 총연봉은 2억 1450만 달러(약 3086억 원)였다. 메츠는 연봉 3000만 달러(약 431억원)이 넘는 선수가 3명이나 될 정도로 초호화 팀이지만 총 연봉 4위 샌디에이고에 덜미를 잡혔다. 팀 내 최고연봉 선수 맥스 셔저(38)가 1차전에 선발 등판해 부진했던 게 시리즈를 내주는 계기가 됐다.

2020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었던 다저스도 기세가 오른 샌디에이고에 무릎을 꿇었다. 다저스의 패배는 충격이 컸다. 정규시즌에서 최다승을 기록한 최강팀이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111승은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공동 5위에 해당됐다. 21세기 들어 MLB 정규시즌에 110승 이상의 성적을 낸 팀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116승)가 유일했을 정도로 다저스의 올 시즌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또한 다저스는 최근 MLB를 대표하는 부자구단이다. 2020 시즌 팀 총연봉 2위, 2021 시즌에는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연봉 순위와 정규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은 내지 못해왔다.

아메리칸리그(AL) 포스트시즌에서도 팀 총연봉은 시리즈 승리를 이끄는 보증수표가 되지 못했다. 30개 MLB 구단 가운데 팀 총연봉 25위였던 시애틀 매리너스는 연봉 11위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제압했다. 또한 팀 총연봉만 놓고 보면 MLB 최하위 팀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연봉 21위 팀 탬파베이 레이스를 역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이겼다. 클리블랜드의 팀 총연봉은 2910만 달러(약 419억 원)에 불과하다. 가디언스의 총연봉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MLB 선수들이 무려 15명에 달할 정도다.

뉴욕 메츠 선수들. /AFPBBNews=뉴스1

비록 시애틀은 AL 디비전 시리즈에서 휴스턴에 3패를 기록하며 탈락했지만 클리블랜드는 AL 디비전 시리즈에서 팀 총연봉 3위 뉴욕 양키스를 맞아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선전하고 있다. 만약 클리블랜드가 5차전에서 양키스를 제압한다면 올 시즌 MLB 포스트시즌에서 팀 총연봉 1, 2, 3위 팀이 모두 탈락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MLB와 유럽 프로축구가 우승 팀을 결정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유럽 프로축구는 정규시즌 성적(승점)으로 우승 팀을 결정한다. 2015~2016 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처럼 가끔 대이변이 펼쳐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럽 프로축구는 우승 팀을 예측하기 쉬운 편이다. 부자구단의 우승 가능성도 크다.

반면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제도를 확립했던 MLB의 월드시리즈 우승 팀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이는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팀이 만들어내는 이변 때문이다. 여전히 팀 총연봉은 포스트시즌 성적에도 중요한 지표이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만약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 포스트시즌 제도가 있었다면 바이에른 뮌헨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10연패를 이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돈으로 행복(우승)을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는 적어도 현재까지 2022 시즌 MLB 포스트시즌을 강타하고 있다. '언더 독(약팀)의 반란'은 올 시즌 MLB 가을 야구의 중요한 흥행 포인트다.

이종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