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없는' ML 현역 최다승 감독, 'PS 역대급 불운' 씻을 기회 잡았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10.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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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AFPBBNews=뉴스1
2022년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월드시리즈(29일 개막)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필라델피아는 돌풍을 일으키며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반면 시즌 106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최다승 팀인 휴스턴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며 여유 있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필라델피아의 기세가 놀랍지만 마운드와 타격에서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조금 더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휴스턴은 포스트시즌 경험에서도 필라델피아를 압도하고 있다.


휴스턴은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패권을 차지했지만 전자기기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 의혹으로 빛이 바랬다. 휴스턴은 MLB 팬들이 증오하는 팀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후 휴스턴은 2019년과 2021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휴스턴의 재도약을 이끈 주인공은 백전노장 더스티 베이커(73)였다.

베이커 감독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휴스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팀이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원동력이 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휴스턴의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28)은 "베이커 감독을 위해 우리는 매 경기 나선다"고 말할 정도로 베이커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22년 월드시리즈에서 베이커 감독이 주목받는 이유는 어쩌면 올해가 그의 우승 가뭄을 끝낼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베이커 감독은 현역 MLB 감독으로는 최다승(정규시즌 2093승) 사령탑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감독까지 포함해도 그의 기록은 역대 9위에 해당한다. 그는 1993년부터 5개 팀에서 지휘봉을 잡아 모든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이 기록만으로도 그는 명예의 전당 헌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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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선수들이 지난 24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꺾은 뒤 월드시리즈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명장 중의 명장인 베이커 감독에게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역대급'이라 할 만한 불운까지 겹친 결과였다.

2002년 그가 지휘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 우승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에 앞섰던 6차전에서도 7회초까지 5-0으로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결국 3승 4패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 시즌에도 휴스턴을 월드시리즈까지 이끌었지만 애틀랜타에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베이커 감독이 아쉽게 생각하는 포스트시즌은 2003년이다. 당시 그는 시카고 컵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1945년 이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꿨던 컵스는 그해 MLB 최고 화제의 팀이었다. 컵스는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승 2패로 앞선 가운데 열린 6차전에서 8회초 1사까지 3-0으로 앞서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아웃 카운트 5개만 남겨놓고 있었다.

그런데 컵스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처리할 수 있었던 플라이볼을 홈 관중(스티브 바트먼)이 방해해 이를 놓쳤다. 이후 컵스는 무너졌고 결국 시리즈도 내줬다. 베이커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쓸쓸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MLB 무대에서 근 30년 동안 더그아웃을 지킨 베이커 감독은 흑인 사령탑으로는 역대 최다승 감독이다. 미국프로야구는 1947년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MLB 데뷔로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인종평등이라는 측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에 비해 흑인 감독은 매우 희귀했다. 특히 오랜 기간 MLB 감독 역할을 수행한 흑인 감독은 별로 없었다. MLB에서 1000승 이상을 기록한 흑인 감독은 베이커와 함께 최초의 MLB 흑인 감독이었던 프랭크 로빈슨(1935~2019년)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흑인 사회에서 베이커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패권을 노리는 베이커 감독의 도전이 의미 깊은 이유다. 흑인 감독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사람은 치토 개스턴(78)과 데이브 로버츠(50)감독이 있었다. 개스턴 감독은 1992년과 199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으며 로버츠 감독은 2020년 LA 다저스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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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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