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첫승은커녕 문제만 노출... 최악의 개최국 '위기'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11.21 12:24 / 조회 : 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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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대표팀의 펠릭스 산체스(왼쪽) 감독. /AFPBBNews=뉴스1
적극적인 축구 유망주 귀화 정책과 잦은 국제대회 참가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축구는 엉성했다.

카타르는 21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 0-2로 패했다. 이로써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로 개최국임에도 16강 진출을 하지 못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카타르는 이날 경기에서 일찌감치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골을 허용했다. 오랜 기간 합숙훈련에도 팀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카타르 선수들은 거친 파울을 했고 펠릭스 산체스 감독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경기는 월드컵 개최국이 펼친 역사상 최악의 개막전이라고 과언이 아니었다. 조직력도 문제였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카타르는 월드컵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듯했다. 가뜩이나 카타르가 부패한 FIFA(국제축구연맹) 수뇌부의 결정에 의해 선정된 월드컵 개최지이며 노동자 인권 문제가 불거져 국제사회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 축구의 졸전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카타르는 축구 문화가 뿌리내린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포함한 글로벌 스포츠 메가 이벤트 대회 개최에 대한 왕실과 정부의 야심은 컸다.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후 카타르는 수도 도하에 거대한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어스파이어 풋볼 드림스(Aspire Football Dreams)'라고 명명된 이 축구 아카데미는 문자 그대로 축구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유소년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카타르는 소국이다. 전체 인구가 불과 293만 명이다. 심지어 이 가운데 해외 이주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래서 카타르는 아프리카, 중동, 남미 지역에서 유망 선수를 끌어들여 카타르인으로 귀화시키기 위해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카타르는 2022 월드컵 본선에 4명의 귀화선수를 포함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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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한국시간) 카타르-에콰도르의 개막전 모습. 빨간 색 유니폼이 카타르 선수들이다. /AFPBBNews=뉴스1
이날 에콰도르와의 개막전에서도 카타르는 3명의 귀화 선수를 출전시켰다. 귀화는 아니지만 카타르 대표팀에는 해외 출생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수단, 이라크, 바레인, 이집트 등에서 태어난 이들은 부모와 함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카타르로 이주한 경우다. 현재 카타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산체스 감독도 '어스파이어 풋볼 드림스' 축구 아카데미의 코치로 고용돼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대표팀 감독이 됐다.

카타르 축구 대표팀은 2022 월드컵을 앞두고 그 어떤 국가의 대표팀보다도 밀도 있는 훈련과 실전경험을 쌓았다. 카타르는 2019년 아시안컵 대회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최초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카타르의 실전훈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남미 국가들의 축구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도 참가했으며 2020년에는 유럽 축구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2022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A조에 포함됐던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이후에는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가 주최하는 골드컵에도 참가했다. 이런 대회에 카타르가 초청을 받거나 참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국이면서 석유부국이기 때문이다. 각 대륙연맹 차원에서 향후 중요한 재정적 후원자가 될 가능성이 큰 카타르에 문호를 개방했던 셈이다.

어쩌면 카타르는 이런 환경 속에서 거의 세계 모든 대륙의 축구 팀과 경기를 치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카타르 축구 대표팀은 지난 9월 중순 자국 프로리그 시즌을 마친 뒤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카타르에는 유럽파 대표선수가 단 1명도 없는 상황이라 이 같은 장기간의 합숙훈련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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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한국시간) 카타르-에콰도르의 개막전이 열린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띈다. /사진=김명석 기자
에콰도르전 패배로 카타르는 16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세네갈,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경기가 남아 있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월드컵 개최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사례는 오직 한 번뿐이었다. 2010 월드컵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당시 1승 1무 1패를 기록했지만 아쉽게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은 치안문제와 월드컵 건설사업과 관련된 부정부패 등에도 우리에게 '만델라의 월드컵'으로 기억되고 있다. 흑인인권 운동의 투사이자 남아공의 정신적 지주였던 넬슨 만델라(1918~2013)는 지난 2004년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남아공의 월드컵 개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는 FIFA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1976년 FIFA가 남아공을 회원국에서 (인종차별 문제로) 축출했던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 결정은 우리가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됐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참여했던 FIFA 수뇌부는 만델라의 이 한 마디를 외면할 수 없었다. '부패한 스포츠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들의 몇 안 되는 선행을 만델라가 상기시켜줬기 때문이다.

만약 카타르가 나머지 경기에서도 졸전을 펼친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적어도 개최국 차원에서 성공적인 대회라고 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오히려 카타르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를 전 세계에 노출시킨 대회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축구에 대한 카타르 사람들의 관심도 떨어질 것이다. 카타르 인구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은 축구가 아니라 크리켓이다. 축구장을 크리켓 경기장으로 바꾸는 게 월드컵 경기장 사후 활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여기에서 나왔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의 주인공은 이주노동자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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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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