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사태의 본질, '음원 수익 0원' 그리고 '가스라이팅'

윤지훈 아이즈 칼럼니스트 / 입력 : 2022.11.30 22:20 / 조회 :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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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스타뉴스DB
가수 겸 배우 이승기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승기가 2004년 데뷔 때부터 18년간 함께 해온 후크엔터테인먼트(후크)를 상대로 미정산된 음원 수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이 사태가 촉발됐다. 이후 후크 권모 대표가 이승기에게 47억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오랜 기간 같은 소속사에 몸담은 가수 이선희가 이런 상황을 몰랐는지 여부까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이번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논란이 가중되면 본질이 훼손되곤 한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끝까지 쥐고 가야 할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음원 정산 0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스라이팅'이다. 무려 18년 간 음원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이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큰 대목이다. 그러니 음원 정산 여부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대중의 또 다른 궁금증은 "어찌 18년 동안 모를 수 있나?"다. 아무리 10대 때 일을 시작했다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선 이승기가 그렇게 긴 기간 음원 정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놓고 가스라이팅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음원 정산

이승기는 지난 11월14일 후크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크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27장 앨범의 음원료 수익 내역을 제공하여 줄 것'과 '앨범들에 인해 발생한 이승기의 수익금을 정산하여 줄 것'이다.

이를 보도한 매체는 2009년 10월∼2022년 9월, 이승기의 음원 매출이 96억 원 가량 발생됐으며, 약속된 배분 비율에 따르면 이 중 58억 원 정도가 이승기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5년 간의 회계 자료가 누락된 것을 고려하면 이승기의 음원으로 발생한 매출은 족히 1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후크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 매체를 통해 발표된 이승기와 소속사간 계약 내용(수익 분배비율 등) 및 후크가 이승기에게 단 한 번도 음원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왜 후크는 객관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까? 사실, 이승기 측의 주장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 '음원 정산=0원'이라는 주장은, 상대방이 정산을 해준 내역 하나만 공개하면 쉽게 허물어진다. '음원 정산을 대부분 받지 못했다'는 것과 '음원 정산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은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후크 측에서는 음원 수익과 관련해 18년 동안 모아둔 자료 중 단 하나라도 제시하면 이승기 측 논리를 깰 수 있다. 이승기 외에 윤여정, 이서진, 이선희 등 유명 연예인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매니지먼트로서 적절한 대응 논리를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 행보도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크는 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중은 "제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된다.

이승기 측도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담당 법무법인은 "이승기는 후크로부터 음원료 지급 정산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후크가 이승기에게 음원료를 지급했다면, 철저한 입출금 내역 검증을 통해 명확한 지급 근거를 제공하면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기는 가수 활동 외에 드라마 및 예능에 출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활동으로 인한 출연료는 정산이 됐다. 이 정산에 포함돼 음원 수익도 이승기에 줬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는 있다. 직장인이 월급 명세서를 받을 때도 기본급과 수당, 식대 등이 모두 나누어 기재된다. 하물며 수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톱스타의 활동 내역을 정산하며 이를 뭉뚱그려 지급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만약 이런 이유로 객관적 자료를 곧바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또한 적잖은 문제다. 회계 처리가 엉망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을 간파한 이승기 측은 "계산 또한 간단하다.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주장대로 기지급된 음원료 정산 내역이 있다면, 미지급된 정산금에서 제외하면 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승기를 둘러싸고 시시각각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단독'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음원 수익 정산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사법적 처벌이 불가피한 영역이다.

후크 측은 "이승기와 지난 2021년 전속계약을 종료하였다가 다시 전속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동안의 정산 내역 등을 쌍방 확인하여 금전적 채권 채무 관계를 정산하였고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승기 측은 "음원 수익의 발생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이승기가 도대체 어떻게 음원료 부분을 정산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오히려 후크 측에 묻고 싶다"면서 "만약 후크가 2021년 당시 음원료 정산을 염두에 두고 이승기에게 합의서 체결을 요청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사기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이 언론을 통한 공방인 아닌, 법원에서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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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은 왜 가스라이팅에 취약할까?

이번 사태를 다루며 많은 매체들이 '가스라이팅'을 거론했다. 어릴 적부터 후크와 관계를 맺고 있던 이승기는 "승기야, 넌 마이너스 가수야" "네 팬들은 앨범을 안 사"라는 소속사의 거듭난 이야기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승기의 팬들은 이승기가 공연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하며 소속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승기의 법률 대리인 역시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님에도 아직까지도 음원료 매출내역 및 정산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지금껏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는 가스라이팅으로만 일관한 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고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피해를 공론화했다.

대중은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방송인 박수홍을 둘러싼 논란이다. 그가 지난해 초 30년간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던 친형 내외에게 1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을 때, 이를 선뜻 믿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1년이 넘는 경찰, 검찰의 수사 끝에 친형 내외는 61억 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수홍은 그동안 방송에 출연해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내곤 했다. 모든 재산 관리를 친형이 해주고 있으며,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친형은 항상 소형차를 타고 다니며 검소한 생활을 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배신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연예계의 생리와 맞물려 있다. 연예인들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폐쇄적이다. 특히 젊은 시절, 별다른 사회 생활 없이 매니지먼트에 의존하며 활동을 시작한 경우, 그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구설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 쉽게 주변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오로지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전적으로 기대며 그들의 말을 신뢰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가스라이팅이 독버섯처럼 돋아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모든 연예인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하진 않는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확률적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연예계에서는 가스라이팅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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