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6강 도와준 '가나'... 탈락했는데 기뻐하며 '코리아' 외쳤다 [월드컵]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12.03 06:41 / 조회 : 47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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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AFPBBNews=뉴스1
같은 조 경쟁 팀 가나가 한국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가나는 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포르투갈에 패하고 한국을 이겼던 가나(1승2패·승점 3)는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에 잡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H조 최하위에 그쳤다.

그런데 가나 축구팬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실망이나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며 기뻐했다. "코리아"를 연호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원수'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 더선은 "가나 축구팬들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했음에도 펄쩍 뛰며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나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 남아 "우루과이, 집으로 가", "코리아"를 연호하며 기쁨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조국 가나 탈락의 슬픔보다 우루과이 탈락의 기쁨이 더 컸던 것이다.

그만큼 가나와 우루과이의 악연은 골이 깊다. 시작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었다. 당시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의 이른바 '신의 손' 사건 때문에 가나가 탈락했다. 당시 가나는 16강에서 한국을 꺾고 올라온 우루과이와 8강전에서 만났다. 1-1 상황이던 연장 후반 막판,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시사켓)의 헤더 슈팅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수아레스가 고의로 손을 써서 막아냈다.

수아레스는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당했지만, 한 골을 막아냈다. 여기에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가나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노스이스트)이 실축했고, 우루과이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스포츠정신에 어긋난 플레이로 다 잡은 승리를 뺏어갔으니 가나는 우루과이가 미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아레스는 지난 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의 손' 관련 질문을 받고는 "(가나에) 사과하지 않겠다. 난 당시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가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고 말해 더욱 가나 팬들의 분노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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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가나 축구팬. /사진=AFPBBNews=뉴스1
12년이 흘러 다시 성사된 이날 우루과이전에서 가나는 전반 일찍이 두 골을 허용해 16강 진출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열심히 뛰었다. 한 골을 더 내줄 경우 한국 대신 우루과이가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가나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우루과이 공격을 차단했고, 가나 골키퍼 로렌스 아티-지기(장크트갈렌)도 여러 차례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 선수 교체를 지시해 시간을 끌었다. 결국 가나는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수아레스가 탈락의 눈물을 흘렸다. 펑펑 우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한 축구팬은 SNS을 통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수아레스의 업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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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탈락에 눈물을 흘리는 루이스 수아레스. /사진=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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