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웅' 피가 끓고 눈물이 터진다..한국인이라면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1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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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끓고 눈물이 터진다. 한국인이라면.

안중근은 어머니 조마리아와 아내, 세 아이를 두고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난다. 동지들과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 그는,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 독립군 정보원 설희. 그녀는 이토 히로부미가 곧 러시아와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일급 기밀을 독립군에게 전한다.

안중근은 오랜 동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마진주 등과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드디어 1909년 10월26일. 안중근은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 뮤지컬을, '해운대'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한국영화에 드문 뮤지컬 영화다. 윤제균 감독은, '영웅'을 그의 장기보다는 안중근 그리고 뮤지컬이란 장르에 더 초점을 맞춰 만든 듯 하다. 그 탓에 '영웅'은 윤제균 감독의 전작들보다 덜 울리고 덜 웃기지만, 그 덕에 피가 끓고 눈물이 터진다. 실화가 주는 감동이 울릴 뿐, 구태여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아들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당당히 죽으라"며 보낸 편지를 읽고 어느 누가 울컥하지 않겠는가.


윤제균 감독은 구태여 더 울리려 하지 않고 담담히, 하지만 절절히, 그리고 뜨겁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

'영웅'은 뮤지컬 영화답다. 설원에서 시작하는 안중근과 그 동지들의 '단지동맹'부터 마지막 사형집행을 앞두고 부르는 '장부가'까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가벼울 땐 가볍게, 절절할 땐 절절히, 간절할 땐 간절히, 두려울 땐 두려히, 당당할 땐 피를 토하듯, 노래가 가슴에 꽂힌다. 특히 전반부 설희 역을 맡은 김고은의 '내 마음 왜 이럴까'와 후반부 안중근 역의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이 두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이유가 충분하다. 절실하고 불에 델 듯 뜨겁다. 뮤지컬 '영웅'의 대표 넘버 중 하나인 '누가 죄인인가'는 뮤지컬 영화가 주는 힘을 입증한다. 주인공과 앙상블에게서 전해지는 힘이 상당하다.

'영웅' 전반부는 김고은이, 후반부는 정성화가, 눈물은 나문희가 책임진다. 가상의 인물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은 '영웅'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예쁘고 단단하며 절제했다가 폭발한다. 노래에 감정을 싣는 힘이 무척 좋다. 배정남 등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었던 전반부의 텐션을 김고은이 틀어잡고 끌고간다. 후반부는 정성화가 완성한다. 뮤지컬 '영웅' 초연부터 안중근을 연기했던 정성화는 누르고 눌러 마지막의 마지막 '장부가'에서 관객을 압도한다.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는, 애써 울리지 않고 그저 울린다. 어미보다 먼저 죽는 걸 불효라고 생각하지 말고,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게 어미에 대한 효도라며 아들의 수의를 만드는 어머니. 나문희가 부르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와 마지막 사형집행을 앞두고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감정이 흐르듯 연결돼 마침내 폭발한다.

윤제균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마투르기다. 마지막 한순간을 위해 감정을 차곡차곡 이야기 속에서 잘 쌓는다. 윤제균 감독은 이렇게 쌓은 감정을 눈물로 터뜨리곤 했다. '영웅'은 좀 다르다. 눈물이 없진 않지만 절제했다. 대신 마지막 정성화의 외침으로 발산한다. 대한독립을 위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영화 속에서 끌어모아 터뜨린다. 분명 노래로 맺지만,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 같다. 그 장면을 위해 '영웅'의 모든 순간들이 달려간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만 영웅이라고 외치는 영화가 아니다. 대한독립을 위해 싸운 모두가 영웅이라고 노래 부른다. 이 노래의 울림이 크다.

12월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언제나 그렇듯 영화로 역사를 배우면 안된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물론 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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