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 5번 실패' 모로코, 다음 타깃은 '식민 지배' 프랑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12.12 11:00 / 조회 : 5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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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팬들이 11일(한국시간) 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진출하자 수도 라바트 거리에 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모로코는 월드컵 개최에 한이 많은 국가다. 무려 5번이나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1994년과 1998년 대회에 도전했던 모로코는 FIFA(국제축구연맹) 투표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삼켰다. 2006년 월드컵 유치도 시도했지만 독일에 패했다. 월드컵 유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던 2010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또다시 패했다. 당시 남아공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를 내세워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월드컵 개최에 성공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6년 월드컵 유치전에 북중미 3국(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경쟁했다. 결과는 또 모로코의 패배였다. 축구 역사도 깊고 더욱이 아프리카 대륙의 축구를 선도했던 모로코로서는 충격적인 5번째 월드컵 유치 실패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모로코 축구 대표팀은 어수선했다. 구 유고연방 출신의 바히드 할릴호지치(70) 감독이 경질됐기 때문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팀의 간판 스타인 하킴 지예시(29·첼시)와 갈등 속에서 그를 대표팀 경기에 소집하지 않자 모로코 국민들이 격분했다. 지예시는 네덜란드에서 출생해 네덜란드 21세 이하 팀에서 활약했었지만 2015년 모국인 모로코 국가대표팀의 일원이 된 '애국자'였다.

결국 과거의 모로코 축구 스타인 왈리드 레그라귀(47)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형님 리더십'으로 모로코 대표팀을 똘똘 뭉치게 했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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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공격수 엔네시리(오른쪽)가 11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 8강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는 좌우 측면에서 엄청난 기동력을 활용한 역습 전략으로 강팀을 잇따라 제압했다. 특히 모로코는 이중 수비라인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스페인(16강전)과 포르투갈(8강전) 공격의 예봉을 막아내며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이 두 경기에서 대활약을 한 골키퍼 야신 부누(31·세비야 FC)는 신들린 '선방 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모로코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아프리카 축구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뒤 20년 만에 아프리카 축구에서 기념비적인 성과가 나온 셈이다.

모로코는 1986년에도 아프리카의 월드컵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만든 국가다. 멕시코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모로코는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16강에 올랐다. 당시 모로코는 조별리그 F조에서 잉글랜드, 폴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의 강호와 경쟁했다. 모로코는 당초 예상을 깨고 잉글랜드, 폴란드와는 무승부를 거뒀고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제압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지만 국교가 이슬람교로 범(凡)아랍권 국가로 불리는 모로코의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슬람 국가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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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 8강전에 선발 출전한 모로코 대표팀의 베스트 11. /AFPBBNews=뉴스1
모로코의 4강전 상대는 지난 대회 우승국 프랑스다. 모로코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56년 독립했다. 그래서 모로코 축구는 프랑스와 스페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두 나라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았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모로코 국가대표팀에도 이런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수비의 핵인 아슈라프 하키미(24·파리 생제르맹)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은 유시프 누사이리(25·세비야 FC)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5번이나 실패했던 모로코는 그 아쉬움을 카타르 월드컵 4강 진출로 씻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볼 점유율은 상대 팀에 뒤졌지만 철통 같은 협력수비와 번개 같은 역습으로 이변을 연출했던 모로코의 돌풍이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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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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