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감독에서 '작전의 신'으로... '리오넬' 메시 꿈 완성시킨 '리오넬' 스칼로니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12.20 15:43
  • 글자크기조절
image
리오넬 스칼로니(왼쪽) 아르헨티나 감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머리에 키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한국시간) 펼쳐진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프랑스를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 승리로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인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사실상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만 놓고 보면 프랑스와 브라질 등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르헨티나는 스쿼드의 평균연령이 높아 16강 토너먼트 이후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이같은 단점을 거의 매경기 이뤄진 전술적인 변화와 용인술을 통해 극복했다. 프랑스와 결승전에서도 그동안 많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앙헬 디마리아(34·유벤투스)가 대활약했다. 디마리아는 이 경기에서 뛰어난 스피드와 돌파력을 선보이며 전반전에 골까지 넣었다. 만약 그가 이전 경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결승전을 위해 디마리아의 체력을 비축한 리오넬 스칼로니(44)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의 작품이었다. 메시와 이름(리오넬·Lionel)이 같은 그는 포백과 파이브 백 수비라인을 경기 상황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변형시켰고 예측하기 힘든 선수 기용으로 상대팀의 의표를 찔렀다.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전반전에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던 것도 이같은 그의 치밀한 작전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축구의 신' 메시의 월드컵 우승은 '작전의 신' 스칼로니 감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mage
19일(한국시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만지는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 /사진=뉴스1
사실 스칼로니 감독은 지난 2019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스칼로니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는 클럽 팀에서 단 한 번도 감독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없었던 이른바 '듣보잡'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칼로니 감독은 주변의 의구심을 2021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우승으로 불식시켰다. 이 대회에서 스칼로니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리드를 잡으면 견고한 수비를 구축하는 '잠그는 축구'를 구사했다. 그는 이 방식이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안성맞춤인 전략으로 판단했던 셈이다.

이 대회 우승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스칼로니 감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스칼로니 감독은 당시 코파 아메리카 대회를 치르면서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즐겼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메시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같이 뛰었던 스칼로니 감독은 때로는 선수들의 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며 신뢰를 쌓아갔다.

이런 그의 소통능력은 이번 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던 아르헨티나 코치진과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를 보좌한 코치들은 천재 미드필더 출신 파블로 아이마르(43·현 아르헨티나 U-17 대표팀 감독)와 한때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 받았던 로베르토 아얄라(49) 등 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다. 스칼로니 감독은 월드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상정해 놓고 이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자주 토론을 했다. 이를 통해 스칼로니 감독의 변화무쌍한 용인술과 작전은 정교하게 발전했다.

image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19일(한국시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시도 이런 코칭스태프의 전술적 준비에 대해 격찬했다. 메시는 프랑스와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 "우리 팀의 코칭스태프에는 우연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 전에 그들이 알려준 부분은 경기 때 반드시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스칼로니 감독은 44세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 감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과 소통을 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의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은 아르헨티나가 최정상급의 스쿼드는 아니었지만 월드컵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스칼로니 감독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19일 이코노미스트는 "현란한 정치적 수사만 앞세우다 국가 경제를 망친 아르헨티나 정부는 철저한 계획과 실행 능력으로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을 안겨준 스칼로니 감독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image
이종성 교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