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주 씨제스 대표 "'올빼미' 류준열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그게 씨제스의 목표"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3.01.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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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백창주 대표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회사들 가운데 진짜 '종합'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만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기획사든, 주력이 있고 조력이 있기 마련인 탓이다. 연예인 매니지먼트가 주력인 회사가 있고,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 등 콘텐츠 제작이 주력인 회사가 있고, VFX 등 제작 기술이 주력인 회사가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중에 돈이 엄청 풀렸던 2021년, 2022년 초반에만 해도 상장을 앞둔 회사들이 종합엔터테인먼트 타이틀을 붙이기 위해 구색 맞추기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사들이고 관련 부서를 억지로 키우기도 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좀 다르다. 분명 매니지먼트사로 출발했지만 점점 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를 중심으로 VFX회사, 드라마, 영화, 예능, 공연, 뮤지컬까지 그야말로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웰메이드 사극이란 평을 들으며 324만명을 동원한 '올빼미'가 그 저력을 입증했다. '올빼미'는 여느 매니지먼트사가 주연배우를 앞세워 공동제작 타이틀을 손쉽게 얻어오는 것과는 궤가 다르다. 사실 '올빼미' 시나리오는 충무로에서 몇년째 떠돌았다. 좋은 시나리오인데도 좀처럼 투자 기회를 얻지 못했다. 늦깍이 신인감독과 주연배우도 안 붙은 시나리오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계 돈줄이 말라붙었으니, 쉽지 않았다. 마침 좋은 시나리오를 찾고 있던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공동제작을 제안했고, 주연배우를 붙였고, 투자를 끌어왔으며, 좋은 스태프들로 진용을 꾸렸다. 가장 뚝심 있었던 건 안태진 감독을 지킨 것이었다.

투자사도 처음에는 50살이 넘는 늦깍이 신인감독을 주저했다. 촬영 전까지 쉽지 않은 상황도 있었지만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감독을 지켰다. 매니지먼트만 우선하는 회사였다면, 영화라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그렇게 탄생한 '올빼미'는 지난해 늦가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첫 영화 '올빼미'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선보였다. 시작과 과정, 결과까지 종합적이었기에 가능했다.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비상선언'은 기획부터 같이 참여했고, 라미란 주연 '시민 덕희'는 가장 먼저 만든 작품이었지만 결국 '올빼미'를 먼저 첫 제작 영화로 세상에 선보이게 됐는데. 왜 영화를 제작하려 하는가.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분명 씨제스의 시작은 매니지먼트고, 회사의 중심이다. 처음에는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배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 공연 등을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점점 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중요성도 커졌으며, 무엇보다 애정이 더 커졌다.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나 뿐 아니라 회사 전체에 기준을 세웠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작품. 당연한 소리지만 이걸 지키기가 가장 어렵더라. 매출 늘리려고 욕심 내는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그걸 결과까지 책임지면서 함께 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

-사실 '올빼미'는 투자부터 제작,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특히 안태진 감독은 결과적으론 연출력을 입증했지만 51살에 데뷔하는 늦깍이 감독을 흔드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는데.

▶어떤 작품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자체 시나리오와 기획을 준비하는 한편 우리 회사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같이 만들면 어떤 게 좋을지 계속 찾았다. '올빼미'는 3년 전쯤 발견한 시나리오였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았다. 장르와 실제 사건, 설정까지 다 신선했다. 제작 뿐 아니라 배우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과 영화일 것이라 확신했다. 씨제스는 배우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과 캐릭터를 찾고, 배우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제작하는 바로 그 시너지가 중요한 데 '올빼미'는 그런 점에서 배우 류준열의 성장에 좋은 기폭제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올빼미'는 투자도 쉽지 않았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뒤로는 3개월 동안 물 흐르듯 정말 잘 진행됐다.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를 오래 준비하면서 이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분이다. 당연히 이 분이 이 영화를 해야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감사할 뿐이다.

'시민 덕희'도 보이스피싱 일당을 피해자인 주부가 잡는다는 실화가 무척 좋았고, 무엇보다 라미란과 시너지가 클 작품이라 생각했다. 라미란이라는 배우는 레이어가 무척 풍부한 배우인데 그 레이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해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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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 '올빼미' 포스터.


-올해 개봉 계획인 '시민 덕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가정주부가 보이스피싱 일당을 잡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올빼미'는 스릴러 사극이고, 지난해 12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카지노'는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는데 전혀 다른 장르다. 앞서 제작한 류준열 전도연 주연 드라마 '인간실격'도 그렇고, 동학농민운동을 담은 '녹두꽃'도 그렇고, '으라차차 와이키키' '홈타운'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이브' 등을 살펴도 장르가 특화되지 않았는데. 준비 중인 작품 중에는 시트콤도 있고. 왜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하려 하는가. 그게 더 어려운 길일텐데.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제작사가 되고 싶다.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배우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는 게 목표다 보니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들을 만들려 한다. 그렇게 해서 확보된 IP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란 믿음도 크다.

-자회사인 VFX회사인 걸리버스튜디오는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 에미상에서 특수효과상을 받았는데. VFX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상장 계획도 있다면, 통상적으로 VFX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고려할 법도 한데. 기술력도 과시하고 매출도 크게 잡을 수 있으니.

▶그럼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라는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걸리버스튜디오는 VFX회사로 특화된 기술을 좋은 작품에 잘 융합하는 일들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다. 예컨대 '카지노'에서 최민식의 30대 얼굴을 만든 건 걸리버스튜디오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페이스·음성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2019년에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아이리시맨'에서 70대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20대 모습을 구현했던 것보다 훨씬 제작 비용은 낮고, 구현 수준은 진보했다. 이런 진일보한 기술로 다양한 작품들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같이 고민 중이다. 뿐만 아니라 버추얼휴먼을 만들고, 그 버추얼휴먼을 씨제스에서 매니지먼트하는 방법도 기획 중이다. 버추얼휴먼이 작품에 출연할 수도 있다. 다만 언제나 원칙은 좋은 작품이고, 배우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냐고, 그 작품에 필요한 것이냐지, 선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소속 배우인 박성웅이 출연한 '배우는 캠핑짱'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했는데. 류준열, 문소리 등 소속 배우들이 출연하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고. 김태호PD와도 협업을 하는 것 같던데.

▶영화도 그렇지만, 당연히 예능 프로그램도 재미가 원칙이다. 다만 매니지먼트에서 출발한 만큼 소속 아티스트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 잘 할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둔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한걸음씩 배워가면서 만들려 한다. 기획한 예능 프로그램들도 올해는 하나씩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8인조 남성 아이돌그룹도 런칭을 앞두고 있는데. 아이돌까지 성공을 거둔다면 그야말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다양성을 다 갖추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원래 가수 매니저 출신이다보니 좋은 가수와 함께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계속 있었다. 회사에 현재 김재중, 거미, 노을 등 좋은 가수들과 함께 하고 하면서 그동안 계속 노하우도 쌓였다. 올해 데뷔할 예정인 아이돌 그룹은 3년 동안 준비해왔다. 많은 준비를 한 만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올해 '시민 덕희'도 개봉하고 노지설 작가가 집필하고 조보아 주연의 '이 연애는 불가항력', 조원국 감독 김선덕 작가 멜로사극 '세작'도 촬영에 들어가는데. 상장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인가.

▶상장을 준비하는 건 맞지만 상장 때문에 작품들을 선보이는 건 아니다. 그간 오래 준비해왔던 작품들이 하나씩 하나씩 들어가는 것 뿐이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영화든, 아이돌이든, 어디 욕심대로 바로 준비해서 바로 선보일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나. 소속 아티스트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계속해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게 준비하는 것들을 비로소 하나씩 선보이는 것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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