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01. 프롤로그, 세상을 바꾼 LCC

채준 기자 / 입력 : 2023.01.03 11:17 / 조회 :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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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첫번째 기종 Q400 의 퇴역식 장면 /사진제공=제주항공


스타뉴스가 한국 LCC의 산 증인인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와 함께 'K-LCC 개론'라는 이름으로 국내 LCC 전반에 걸쳐 심도 높은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K-LCC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참으로 어려운 고난의 과정을 거쳤다. 지금 K-LCC업계는 코로나19, 경기침체, 고유가와 고환율 등 온갖 외부변수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기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해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게 K-LCC는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기존항공사들 만 존재했던 세상에서는 고비용의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되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본격 취항하면서 이 질서(?)가 처음으로 깨졌다.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그 정의가 처음 바뀌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었다. 우리나라에서도 K-LCC가 없던 시절에는 비행기를 타는 게 드문 일이었다. 대중화가 되지 못해 비행기 타는 것을 교통수단보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역사를 왜 배울까? 그 이유는 오늘의 우리 삶이 과거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지금 우리의 발걸음에 따라 미래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가 단절되고 왜곡되어 있으면 과거의 소산인 현재의 역사의식도 뒤틀리고, 미래를 보는 올바른 시각도 가질 수 없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고,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제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3.1운동이 없었다면 8.15광복이 있었을까? 그리고 80년대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을까?

전 세계 각 대륙에서 태동한 LCC의 흥망성쇠 역사를 살펴보면 일단 성공한 LCC가 나오고, 이후 이를 모방한 LCC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시장논리에 의해 자체정리 되고 나면 비로소 똘똘한 LCC 한 두 회사가 해당대륙을 지배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이들이 태어난 배경과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성공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은 모두 닮은꼴이다. 엇비슷하거나 아니면 아예 똑같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그 과정을 어렵사리 살아나오면서 이들은 매우 유사한 혁신을 낳았고 이는 하나의 정신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각 대륙별로 대표적으로 성공한 LCC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 공통분모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해답이 보인다. 그리고 향후 어떻게 따라가야 성공을 지속할 수 있을지 전략이 보인다.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않고 지금 당장의 성공에 도취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심스럽게 엿볼 수도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전 세계 LCC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같은 궤도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던져 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없었다면 라이언에어가 있었을까? 라이언에어가 없었다면 에어아시아가 있었을까? 역사는 다시 역사를 만들어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없었다면 제주항공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주항공이 없었다면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의 탄생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역사는 라이언에어의 역사을 만들어냈고, 제주항공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제주항공의 역사가 있었기에 K-LCC의 역사가 오늘날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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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노선 외에 부정기노선까지 환산하면 K-LCC의 국제선 첫 취항은 불과 15년 전인 2008년 7월11일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K-LCC 국제선 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제주항공의 첫 국제선 정기노선이었던 인천~오사카 노선 신규취항 광고이미지이다. 어린이가 돼지저금통을 들고 오사카 여행을 가는데 “만만하다!”는 카피가 상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LCC를 말할 때 가장 흔히 통용되는 명칭이 '저가항공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LCC들이 Low Cost Carrier를 직역(直譯)해서 '저비용항공사'라는 대체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를 동의어로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리사회는 LCC 당사자가 아닌 타인들이 LCC에 대해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인 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존재한다. LCC가 도입된 이후 저가항공사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2005년 무렵 K-LCC 설립자들은 거의 맹목적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해서 그 방식 그대로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의 크게 다른 문화적 정서로 인해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방식의 LCC는 엄밀히 보면 우리나라에서 적용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항공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수정 적용된 것이다.

우리나라 LCC는 해외 LCC의 변형인 '다른 LCC'이자 '한국형 LCC'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 LCC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저가항공사'라거나 어색한 우리말 표현인 '저비용항공사' 등 갈등을 부추기는 이름으로 부르기 보다는 '대한민국 LCC'이자 '한국형 LCC'이므로 이를 줄여서 'K-LCC'로 불러주는 게 합리적이다

-양성진 항공산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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