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4. 스포츠용어 제대로 알야야 하는 이유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3.01.12 10:29 / 조회 :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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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우리나라에서 쓰는 스포츠 용어는 그야말로 '멀티 언어'다.


스포츠용어가 대부분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국에서 널리 퍼져 나갔고,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복잡한 역사적 요인 때문에 여러 언어가 섞여 쓰인다. 특히 일본 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보기를 몇 개만 들어본다.

야구(野球)라는 말 자체가 어떻게 유래된 것인지 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어 '베이스볼(Baseball)'은 뜻 그대로 보루를 의미하는 '루(壘)'와 공을 의미하는 '구(球)'라는 한자어를 써서 '루구(壘球)'라고 말하지 않고 '들 야(野)'와 '공 구(球)'의 합성어인 야구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도 없다. 또 이를 설명해주는 자료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 종목인 육상(陸上)이라는 말도 아리송한 단어이기는 마찬가지다. 근대 육상경기 발상지 영국이나 영국 연방제국에서는 육상경기를 'Athletic'라고 칭한다. 이 말은 경쟁을 뜻하는 그리스어 'Athlos'에서 유래됐다. 'Athletic'은 원래 탄탄한 몸매 또는 체격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용어가 동양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말로 바뀌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뭍 육(陸)'과 '윗 상(上)'자가 결합한 '육상(陸上)'이라고 말한다. 영어 단어 의미와 전혀 다른 일본식 조어인 육상이 어떻게 유래된 지는 불확실하다.

대한체육회는 영어 명칭을 'Korean Sport &Olympic Committee'로 사용한다. 우리 말 '체육'을 영어로 'sport'로 표기하고 있다. '몸을 기른다'는 한자어인 체육을 원래 영어식대로 풀이하면 'phyisical education'이라고 써야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스포츠 학계에서 '체육이냐, 운동이냐, 스포츠냐'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아직까지도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아 체육과 운동, 그리고 스포츠를 혼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 체육단체, 교육 기관 등에서 필요에 따라 같은 의미를 다르게 쓰고 있다.

체육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일본 식민 시절부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체육이라는 말이 딱 두 번 나온다. 순종실록에만 이 말이 등장한다. 1919년 8월2일 '조선체육협회에 일금 150원을 하사하였다. 시민 체육 발달을 위해 새로 설치하기 때문이다'와 1921년 5월2일 '조선체육회에 일금 200원을 하사하였다'는 대목이다. 1920년 조선체육회가 출범할 무렵이었으므로 체육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순종 이전 조선 시대에는 체육이라는 의미나 개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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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이라는 말이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일본 메이지 시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니시 아마네(西周) 등 개화 사상가들이 영어 '스포츠'를 '체육'으로 번역하고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을 거쳐 이 말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사용된 많은 스포츠 용어들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각국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가 스포츠에 녹아들아 탄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깊은 고민을 거치지 않고 대체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스포츠 용어들을 그냥 퍼와서 외래어로 사용한 것들이 많다.

일본에서 번역어로 채택된 조어는 우리에게는 번역어가 아닌 그저 한자로 된 일본어였을 따름이다. 당시에 그런 어휘들은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에게는 번역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진지한 고민이나 내면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본으로부터 해방 된 이후 '한국적'으로 왜곡과 변질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이후 스포츠 후진국에서 압축성장을 거치며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등을 개최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스포츠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살펴본 기억은 없다.

스포츠 용어는 일반 언어와 같이 항상 변화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말로 대체된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의 나라 용어를 그대로 갖다쓰는 것은 낙후된 스포츠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올바른 스포츠 문화를 세우기 위해선 스포츠 용어부터 바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해야한다.

스포츠용어는 한 민족의 역사이면서 언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용어 속에는 공동체 삶의 모습과 생각이 담겨있다. 말 이전에 생각이 있고 말 이후엔 행동이 따른다고 한다. 어떻게 스포츠 용어가 만들어졌고, 스포츠 용어가 탄생한 뒤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스포츠용어에 대한 연구는 단순 나열식의 사전적 설명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포츠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포츠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스포츠용어가 서양에서 시작해 일본 등을 거쳐 어떻게 들어왔는가를 어원적으로 살펴보고 올바른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선 스포츠 용어 어원 대백과사전 등과 같은 편찬물 등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행정사법인 CST 대표 양재완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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