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5년 베트남 여정, 또다른 '한일전'으로 마감한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1.13 16:56 / 조회 : 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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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의 결승전은 한국의 박항서(64)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일본 기업의 후원으로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 떠오른 태국이 맞붙는다.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2경기로 진행된다. 1차전은 13일 베트남에서 펼쳐지고 2차전은 16일 태국 홈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결은 한국 팬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동남아시아 중위권 수준이던 베트남 축구를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박항서 감독은 이듬해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어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5년여의 동행을 마감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축구 한류를 만든 박 감독의 영향 때문인지 이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한국인 지도자 신태용(53), 김판곤(54)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신태용과 김판곤 감독은 두 팀을 이번 대회 4강까지 끌어 올렸다. 그래서 2022년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은 한국인 감독의 지략과 리더십이 빛을 발한 대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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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4강에 오른 박항서(왼쪽부터) 베트남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 /AFPBBNews=뉴스1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다. 그는 결승전에 진출한 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시아 팀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알렉산드레 푈킹(47·브라질) 감독이 이끄는 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최다인 13골을 성공시켰을 정도로 공격력이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수들의 개인기술과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반면 베트남은 수비와 역습에 능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베트남의 수비는 견고했다. 베트남은 현재까지 이 대회에서 무실점 경기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더욱이 수비라인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역습 능력은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한 뒤 지금까지 태국과 상대전적에서 1승3무1패를 기록 중이다. 태국전에서 그의 마지막 승리는 2019년 킹스컵에서 나왔다. 당시 베트남은 태국을 1-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은 태국을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을 정도로 절대 열세였다. 2021년에 펼쳐진 2020 AFF 스즈키컵 준결승에서도 베트남은 태국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는 태국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산업적으로 규모가 큰 프로축구 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태국은 1996년 출범한 AFF 대회에서도 지금까지 무려 6번의 우승을 차지해 동남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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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선수들이 지난 10일 AFF 대회 말레이시아와 4강 2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AFF 대회 결승전은 축구 한류와 일본 산업간의 한·일전으로도 볼 수 있다. 태국은 자국 프로리그의 스폰서가 일본 굴지의 자동차 회사이자 오랫동안 태국 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업체 도요타다. 태국 최고의 명문 프로축구 클럽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필두로 적지 않은 팀들의 스폰서가 일본 기업들이다. 태국 프로 축구리그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도 일본 기업 몰텐이 생산했다.

또한 태국 선수들의 일본 J리그 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2022 AFF 대회에 참가한 태국 국가대표팀 핵심 선수 가운데에도 J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가 2명 있다. 이번 대회에서 6골을 기록 중인 골잡이 티라실 당다(35)와 태국의 수비를 이끄는 티라톤 분마탄(33)은 각각 시미즈 S 펄스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 뛰었다.

여기에다 태국은 2022 AFF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 기업인 미쓰비시 일렉트릭과 특수관계다.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1964년 태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최초로 해외에 세운 공장이었다. 이후 일본 기업은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미쓰비시 일렉트릭 태국 공장은 동남아 사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런 영향으로 미쓰비시는 태국의 에어컨과 냉장고 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봇을 사용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 분야에서도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태국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됐다.

태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쓰비시 일렉트릭이 동남아시아 축구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회인 AFF 대회를 후원하는 이유다.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AFF와 함께 동남아시아 유소년 축구 유망주들을 위한 풋볼 클리닉도 주최했다. 미쓰비시 일렉트릭 외에도 AFF 대회의 일본 후원사는 또 있다. 역시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농기계와 디젤 엔진 생산업체 얀마와 음료업체 포카리 스웨트다.

일본 기업이 축구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태국과 박항서 감독 신드롬으로 축구 한류의 진원지였던 베트남의 격돌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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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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