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열고 닫는다..여성 캐릭터들의 향연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1.14 12:00 / 조회 : 1291
  • 글자크기조절

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image
image
유령 / 사진=CJ ENM
이 기사에는 영화 '유령'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대놓고, 멋을 부렸는데 멋지다. 강렬하고,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이 영화 '유령'을 여닫는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스파이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는 첩보물에서 '유령'의 강렬한 반격과 함께 스파이 액션의 차원으로 변주를 준다. 남성 배우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장르에서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은 오롯이 여성 배우들의 몫이다.

이해영 감독은 백지에 이하늬라는 점을 찍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령'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이하늬라면, 스파이 '난영' 역의 이솜이 영화의 시작을 연다. 그의 등장은 말 그대로 짧지만 강렬하다. '난영'은 조선총독부 내에 잠입한 '유령'의 존재를 알려주는 인물로,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가 '유령' 색출 작전의 판을 짜는 계기가 된다. 그는 짧은 등장이었지만, 강인하고도 처절한 감정을 쏟아내고,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극 중 '난영'은 비교적 일찍 끝을 맞이하지만, 이는 '차경'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끝까지 극에 영향을 준다. 특히 초반 '차경'(이하늬 분)과 '난영'이 빗속에서 마주한 뒤 우산에 물방울이 맺히고, 담배를 나눠 피는 모습이 비치는 순간 관객들은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하늬를 필두로 나아가는 '유령'은 '유리코'(박소담 분)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두 캐릭터의 대립과 연대, 각자 다른 이유로 시작해 같은 목적을 향해가는 질주는 놀랍고도 벅찬 미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이렇듯 '유령'은 보기 드문 강렬한 여성 캐릭터와 또 서사를 품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하늬와 박소담의 연기력이 묵직함을 더한다. 차가운 겉모습에 뜨거운 내면을 가진 '차경'과 어디로 튈지 모르면서도, 단단한 '유리코'는 두 배우를 만나 더욱 빛나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특히 달리고, 구르고, 쏘는 액션신이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성별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맨몸 액션부터 장총과 쌍권총을 든 두 사람의 모습은 '과할 만큼' 멋있다.

'유령' 속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령'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는 "이하늬와 박소담이 큰 틀을 끌고 갔지만, 초반부 짧게 나온 이솜 씨가 강렬하게 시작을 열었고, 마지막에는 이주영이 닫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영 감독의 전작인 '독전'에서 농아 남매의 동생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주영은 '유령'에서 또한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한다.

여성 캐릭터들의 놀라운 앙상블을 보여주는 '유령'이 설 연휴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을까. 오는 18일 개봉.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기자 프로필
김나연 | ny0119@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나연입니다. 항상 노력하고, 한 발 더 앞서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