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03. LCC 비즈니스 모델에 '저가'는 없다 ②

채준 기자 / 입력 : 2023.01.18 10:32 / 조회 :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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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떤 LCC도 '저가'(저가격, 저운임)나 'Low Price'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곳은 없다.

LCC를 '저가항공사'로 해석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지만, 굳이 우리나라에서는 LCC의 가장 보편적인 명칭으로 '저가항공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저가항공사라는 표현은 LCC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항공운임의 가격적인 면만 보는 꽤 일방적인 관점이다.

LCC는 '항공운임의 저가격'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저렴한 항공운임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낮은 비용구조를 만들어 낸 항공사'를 가리킨다. 선후가 제대로 바뀐 셈이다. 원문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LCC는 'Low Price Carrier'가 아닌 'Low Cost Carrier'일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 같은 LCC 나름의 사정과 논리는 애써 모른 체하고 그저 '저가항공사'가 친숙한 명칭이다. 그 다음으로는 'Low Cost Carrier'를 글자 그대로 직역(直譯)하여 '저비용항공사'로 부르는 것이 LCC를 배려한 명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LCC 당사자가 아닌 타인들이 LCC에 대해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인 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LCC들은 저가의 운임을 받는 항공사, 즉 단순히 저가를 업태나 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한다. LCC의 비즈니스 모델은 LCC가 등장하기 전에 승객들에게 풀서비스(full service)로 운영되던 기존항공사와 맞서기 위해 항공사의 운영방법과 운영체계 등 많은 것을 쇄신한 혁신(innovation)이었다. 즉 LCC는 기존항공사의 이노베이션이다.

이 같은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존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한 차별화의 주요 방법으로 일정 수준의 저가를 결과물로 구현해 낸 것이 LCC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저가'는 LCC들이 구현해낸 산출물이지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그리고 LCC가 태동한 미국과 LCC가 발전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저가'라는 단어에 대한 문화적 차이와 국민감정이 많이 다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타는 미국의 항공소비자에게 '저가'라는 단어는 그 어떤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이자 혜택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가'라는 용어는 매우 긍정적인 단어이다. 그래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영어사전에서 '경제적'이라는 단어는 financial(비용이 적게 드는), economical로 소개되고 있다. '합리적'이라는 단어는 rational, reasonable, logical로 풀이하고 있다. 즉 이성적이거나 지당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저가'는 low price, cheap price이다. 값이 싸고, 돈이 적게 든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smart buy'로 풀이하기도 한다. '값이 싸고 돈이 적게 든다'는 것은 매우 경제적이고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스마트한 소비활동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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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 사전에서 '저가'를 검색해 보면 우선 부정적인 느낌이 진하다. '시세에 비하여 헐한 값'이라고 풀이한다. 비슷한 단어로는 싼값, 염가, 헐값이 있다. Smart buy와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경제적이거나 합리적인 것과도 거리가 멀다.

또 우리나라 속담 하나가 LCC 전체를 부정적으로 단정해 버렸다. 다름아닌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이다. 이 속담에서 '싼 것'은 경제적이거나 합리적이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나쁘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값이 싼 물건은 품질도 그만큼 나쁘기 마련이라는 말'이라고 그 개념을 보충해주고 있다.

-양성진 항공산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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