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영은 김탄처럼 결국 서자였을까?[윤상근의 맥락]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3.01.28 07:30 / 조회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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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정성일이 인생에서 가장 크게 하락하는 인물인 도영을 잘 표현했다."(김은숙 작가)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3월 10일 파트2 공개를 공식 확정하기 이전부터 '더 글로리'의 다음 이야기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정말 엄청났다. 일찌감치 유튜브에서 '더 글로리'에 던져진 여러 떡밥이 비하인드 콘텐츠로 무수히 재생산됐다. 이렇게 디테일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파트1 8화 내용을 샅샅이 털고서는 "이것도 떡밥이 될수 있다"라며 궁금해 미쳐버리는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어떻게든 긁어보려고 했다. 그래봤자 파트2가 공개되면 다 알게 될 것을. 3월 10일이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날짜였나 싶었던 시청자들이 기자 주변에도 정말 많았다.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의 본격적인 복수가 박연진(임지연 분)을 향해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가 '더 글로리' 파트2의 핵심 스토리가 되겠지만 이 두 주연 말고도 봐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더 글로리'를 통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스타덤과는 거리가 있던 배우들의 화제성이 폭발한 가운데 그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정성일이 연기한 박연진 남편 하도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양조위'라는 수식어를 탄생시키며 레전드 명작 '화양연화'까지 소환하게 만들었던, 마성의 '나이스한 개XX'를 연기한 정성일의 존재감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고, '더 글로리' 파트1의 엔딩을 장식했던 하도영이 박연진이 문동은의 학교 폭력 가해자임을 확인하고 나서 보여줄 첫 모습에서부터 '더 글로리' 파트2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미 파트2 예고편에 등장했던 하도영은 박연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하도영이 서자라는 확정적인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재평건설이라는 거대 기업의 대표이며 금수저인, (어쩌면 상속자일 수도 있는) 하도영의 딸인 하예솔이 알고보니 전예솔이었다는 것을 전재준(박성훈 분)이 친자 유전자 검사로 확인했을 때 던져졌던 떡밥에 이어진 주장은 바로 하도영의 불임이었다. 매력적인 중년의 섹시함으로 무장한 이 남성이 불임이라니, 그런데 서자였다고? 물론 이는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가히 충격적인 하도영의 '열리지 않아야 하는 상자'일수도 있겠다.

근거는 2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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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1. 하도영의 모친이 전재준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지인과 함께 골프를 즐긴 이후 전재준과 마주하며 소개를 받았을 때 이 지인은 하도영 모친을 "이 댁 아들이 재평건설 사장이야"라고 말한다. 하도영이 서자가 아니라 본처 아들이었다면 지인이 "이 분이 재평건설 사모님이야"라고 소개를 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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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2. 박연진이 예솔을 출산한 직후 산후조리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 하도영 모친은 이렇게 말한다. "배냇저고리는 잘 뒀다가 중요한 날마다 들려보내고. 젖먹던 힘까지 끌어다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야. 도영이도 그랬다." 하도영이 본처 아들이었다면 그렇게 죽자살자 버티며 그 위치까지 가는 꼴이 일어났을까?

하도영을 보며 묘하게 떠올려지는 인물이 있다. '김은숙 유니버스'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유독 빛났다. 블링블링하게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것이 아니라 아픈 과거와 각 잡힌 절제가 (작품마다 비중은 달랐지만) 절묘하게 어우러져 멋짐이 극대화됐다. 한국판 '가십걸'로도 비유되며 귀족 명문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려진 SBS 드라마 '상속자들'은 이런 유형의 남자 캐릭터를 만들어내기에 딱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제국그룹 상속자이고 가정부 딸과의 아련한 로맨스를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완성했으며 서자라는 아픔을 가진 김탄(이민호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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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상속자들'


'상속자들'에서 김탄은 최소한 집안일과 관련해서는 웬만하면 환하게 웃지를 않았다. 웃을 수가 없었다. 제국고 이사장이기도 한 '어머니' 정지숙(박준금 분)에게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엄마' 한기애(김성령 분)가 처절하게 눈칫밥을 먹어가며 (미모를 유지해가면서까지) 그 대저택에서 버티고 있었고, 그저 친구로 바라보며 리스펙하고만 싶었던 유라헬(김지원 분)은 굳이 안 가도 될 자신의 약혼녀라는 길을 가다 결국 애정이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여기에 학폭 가해자로 함께 했던 동지 최영도(김우빈 분)는 자신과 결국 틀어진 김탄을 툭하면 비꼬고 깐족댔으며 그와중에 미국에서 불현듯 나타났던 차은상(박신혜 분)에게 느껴진 연민은 사랑으로 발전되고 있었다. 김탄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내가 서자인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그룹 둘째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가 내 아버지를 등에 업으면 너 따위가 감히 상대가 될까?"라고 한방을 날리며 예전의 나빴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더 글로리'에서도 하도영의 미소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드문드문 등장했던 모친의 표정에서부터 뭔가 독기가 바짝 오른 사람마냥 극도의 히스테리 성향이 내비쳐져 있었고, 왜 전예솔이 하예솔이 됐냐며 분노한 전재준은 문동은의 참관수업에 기어이 등장해 잃어버린 걸 찾으러 왔다고 깐족대고 "아유 칠것 같아요 분위기가"라고 역시 비꼬았다. 여기에 박연진의 학폭 과거를 인지한 상태에서 박연진은 "이 상자는 반짝이지 않아"라고 선수를 치는 모습으로 화를 더욱 북돋았고, 기원에서 불현듯 나타난 문동은은 "일부러 접근했냐가 첫 질문일 줄 알았어요"라며 끌어당기고 있음을 대놓고 인정하고 있었다.

김은숙 작가의 말처럼 하도영은 '더 글로리'에서 어떻게, 어떤 흐름으로 하락하게 될까. 그 하락의 시작이 박연진을 향한 분노에서 출발해 문동은의 바람대로 파멸의 길로 향하는 모습일 것이기에 더욱 궁금해진다. 참고로 김탄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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