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SF 이제 시작"..'정이'의 의미 있는 도전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1.28 17:01 / 조회 :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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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 사진=넷플릭스
한국형 SF 영화의 한계일까. 새로운 시작점일까.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등극한 '정이'는 호불호 평가에 직면했지만, '도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는 어떤 이견도 없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는 폐허가 되고, 인류는 우주에 새로운 터전 '쉘터'를 만들어 이주한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윤정이(김현주 분)는 수많은 작전의 승리를 이끌며 전설의 용병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윤정이는 식물인간이 되고, 군수 A.I. 개발 회사 크로노이드는 윤정이의 그녀가 가진 전술부터 전투 기술, 강한 충성심, 의지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최고의 A.I. 전투 용병 개발을 시작한다. 35년 후, '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 분)은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어 전투 A.I. 개발에 힘쓴다.

끝없는 복제와 계속되는 시뮬레이션에도 연구에 진전이 없자, 크로노이드는 '정이'를 두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이를 알게 된 '서현'은 '정이'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간 '부산행'부터 '지옥'까지 작품마다 독보적인 세계관과 다양한 소재로 한국 장르 영화의 저변을 확장해 온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기에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컸다. 그러나 사이버펑크 장르 특유의 디스토피아와 최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관,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선 전투형 A.I. 등 연상호 감독 특유의 복합적인 장르가 뒤섞여있는 '정이'지만, 마치 '과대 포장'된 과자처럼 내용물이 다소 부실하게 느껴진다.

SF 영화인 만큼 초반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결국 영화 내내 공간은 한정적이고, 주로 인물의 대사로 내용이 전달된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SF 장르의 탈을 쓰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SF'보다는 '한국형'에 집중한 듯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SF 장르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띄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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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고전적인 멜로'다. 그는 "SF라는 낯선 장르를 모든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려면 보편적이고 어렵지 않은 주제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말 그대로 고전적인 멜로다. 신파라고도 한다. 시작부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고전적인 한국의 멜로와 SF를 결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내용에 대한 이해는 쉽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미덕이다. 특히 '정이'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강수연의 유작. 영화 속 강수연은 딸이자 실험 책임자로서의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 만큼 자칫 무색무취의 인물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강수연이 캐릭터에 색을 덧입히며 생생하게 살아났다.

액션부터 미묘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작품의 중심을 잡은 김현주의 '도전' 또한 성공적이다. 평범한 인간일 때와 뇌복제를 통해 A.I.로 재탄생했을 때의 모습을 오가는 김현주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정이'가 호불호 평가를 받는 와중 가장 이견이 없는 부분은 역시 CG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물에 잠긴 디스토피아라는 설정에 기반해 도시 전경, 크로노이드 본사, 연료봉 공장 등 주요 공간과 풍경을 디자인하고 물에 녹슬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의 로봇 설정으로 구조적인 개연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혀 어색함이 없는 전투 장면을 보여주며 한국 SF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의 SF는 이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 같은 경우도 많은 시도를 하며 노하우가 쌓여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노하우의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나올 SF 같은 경우는 '정이'의 노하우를 활용해 엄청나게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SF 장르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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