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구이와 MZ인턴, 의심스러운 'SNL' 시선[김노을의 선셋토크]

김노을 기자 / 입력 : 2023.02.04 06:3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쿠팡플레이
20대 여성 초년생 인턴 기자를 울면서 도망치는 모양새를 만들더니 이번엔 쥐포구이 논란이다. '더 글로리' 화제성에 발 좀 담그려다 선을 넘어버린 'SNL코리아'는 회생이 가능할까.

지난달 28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3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패러디한 '더 칼로리' 코너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 간 감정선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극 중 문동은은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 중 한 명인 박연진(신예은, 임지연 분)으로부터 뜨겁게 달군 고데기로 온몸에 화상을 입는다. 이러한 설정은 지난 2006년 청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 한 것으로, 가해자는 고데기로 피해자의 팔에 화상을 입히고 옷핀, 책 등 여러 물건을 이용해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자백한 바 있다.

실제 사건에 바탕해 한없이 무거운 고데기 폭력 장면들을 바라보는 'SNL'의 시선은 한없이 가벼웠다. 문동은 역으로 분한 개그우먼 이수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박연진 역의 배우 주현영이 고데기로 쥐포를 태운다는 어이없는 설정은 대체 누구의 입에서 처음 시작돼 촬영까지 이르렀는지,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image
/사진=쿠팡플레이
잘 들여다 보면 그동안 'SNL'은 사회적 약자나 물의를 빚은 사건들에 대해 풍자라고 구색을 맞추고 희화화하기에 급급했다. 이게 바로 'SNL'이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 의심스러운 근거다.

2021년에도 리얼리티냐 희화화냐를 두고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SNL'은 20대 여성 사회 초년생으로 설정된 주현영 인턴 기자에 대해 서툰 리포트, 상사의 물음에 답없이 되묻는 무례함,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향, 타인의 독촉에 눈물을 쏟는 모습 등으로 묘사했다. 'SNL'이 젊은층으로 대표되는 MZ세대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이에 누리꾼들은 "웃기려는 건 알겠는데 왜 하필 또 젊은 여성일까" "누가 생방송에서 울면서 뛰어나간다고" "웃기고 공감도 되는데 그냥 '요즘 애들 이렇지'라면서 희화하고 조롱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MZ세대 비하뿐 아니라 각종 논란에 휩싸여온 'SNL'은 풍자와 희화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그냥 한 번 웃기려고 쓴 대사, 재미있을 것 같아서 넣은 설정에 누군가는 피멍이 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기자 프로필
김노을 | sunset@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연예국 연예1팀 김노을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