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후배 반말 OK"..'골때녀' 우승 이끈 채리나, 센 언니 잊어! [★FULL인터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2회 슈퍼리그 우승팀 FC 탑걸 주장 채리나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3.02.04 10:42 / 조회 : 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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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SBS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 FC 탑걸이 제 2회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언더독'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당당히 챔피언에 등극했다.

FC 탑걸은 지난 25일 방송된 결승전에서 FC 구척장신을 상대로 4대 2 승리를 거두며 명실상부 '골때녀'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스타뉴스는 결승전 방송 이후 FC 탑걸의 주장 채리나와 인터뷰를 가졌다. FC 탑걸은 여자 가수들로 이뤄진 팀이다. 채리나는 그룹 룰라와 디바 멤버로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스타다.

이제 무대가 아닌 축구장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는 그는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일궈낸 성적이라 뭐라 더 표현 못할 만큼 너무 기뻤다"고 감격의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저희 진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거의 연습했거든요. 오늘 배운 게 있으면 내일 까먹고, 자꾸 깜빡 깜빡하는 나이대라 몸으로 익히려고 했어요. 누구 하나 실수하면 더 메워주려고 노력하고요. 그렇게 같이 일궈낸 성과라 정말 기뻐요. 언더독이란 얘기도 있었는데 7연승을 하면서 운도 좀 따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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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언더독'의 반란 "순위 싸움에 익숙한 가수들..연패 자존심 상해"





FC 탑걸은 결성 초기만 해도 그리 주목을 받던 팀은 아니었다. '골때녀' 시즌2 신생팀으로 합류한 FC 탑걸은 리그 전에서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약체로 지목됐다. 평균 연령도 높다 보니 금세 지치는 체력은 약점으로 지적됐고, 기본기도 부족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FC 탑걸은 챌린지 리그에서 3연승을 거둬 슈퍼리그로 승격했다. 슈퍼리그에서도 4연승을 달리며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채리나는 "사실 저희 같은 가수들은 활동하면서 차트 싸움을 하다 보니까 숫자에 좀 더 집착하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처음 연패를 당하고 나서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라"고 털어놨다.

FC 탑걸은 리그 전 당시 SBS 사장에게 받은 회식비를 축구 레슨비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채리나는 "순위 싸움에 익숙한 친구들이라 의기투합이 잘 됐다"며 "회식비를 레슨비로 쓰자고 제안했는데 멤버들이 모두 동의했다. 한 달 동안 리그 쉴 때 우린 계속 모여서 연습하고 팀워크를 다지고 기본기를 닦았다"고 전했다.

방출팀이 결정되는 챌린지 리그에선 매 경기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뛰었다고. "아파도 뛰었어요. 발에 물집이 생기고 다 까지고 있는 와중에도 뛰고, 눈에 실핏줄이 터져도 뛰었어요. 젖 먹던 힘까지 다 쓰면서 했죠. 이상하게 그런 힘이 나더라고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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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채리나 '골 때리는 그녀들' 단독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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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가요계 대선배라도..필드에선 '리나! 정신 차려'





채리나는 멤버들의 멘탈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멤버들은 그를 '전화 상담원'이라고 부른다고.

"개개인의 성격이 다르고, 어떤 게 좋고 싫은지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면 애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들의 마음을 듣고 뭐가 힘든지 짚어줬어요. 고되게 운동을 시키기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할 수 있게끔 신경 썼죠. 그렇게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맘으로 임하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뭔가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았어요. 경기를 하면서도 도움이 됐죠. 방송에서도 좀 더 조직력 있고 끈끈해 보이고 서로 아끼는 게 많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같이 마음을 보듬어 주면서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요."

가요계 선후배 간에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다. 하지만 채리나는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자신도 팀의 일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채리나는 "맨 처음엔 애들이 날 어려워했다"며 "강산이 두 번 변했을 만큼 나이 차가 있는 동생도 있고, 게다가 내가 엄청 센 이미지가 있으니까 더 어려워했다. 그런데 내가 필드에선 그냥 '리나, 리나' 외치면서 반말하라고 했다. 실수하면 '정신 차려'라고 소리도 지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가요계 선배를 떠나 축구는 같이 시작했으니까 선배, 후배가 어딨어요. 다행히 제가 꼰대는 아니라서 아이들에게 더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고, 아이들도 저를 막 대해요. 필드 위에서 축구할 때만큼은 다 허락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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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채리나 '골 때리는 그녀들' 단독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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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채리나는 FC 구척장신과 치른 슈퍼리그 결승전에서 골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문전에서 상대팀 골키퍼 아이린이 놓친 볼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어 골망을 갈랐다. 1대 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의 기를 꺾는 추가골이었다.

채리나는 "어차피 포지션이 수비수라 골을 많이 넣고 싶은 욕심은 없다"며 "수비와 골 배급을 잘하는 것이 내 목표다. 풋살 경험이 있는 김보경이 와일드카드로 들어왔을 때,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더라. 잘 받쳐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채리나는 솔선수범형 리더다. 1978년생인 채리나는 팀 내 최연장자인데다 허벅지 부상까지 안고 뛰고 있지만 결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조만간 다시 들어가는 리그 첫 경기가 있어서 팀 연습 경기를 했고, 오늘은 회복 훈련을 나왔다"며 "언니가 더 많이 열심히 하면 동생들도 '우리도 해야지'라는 마음이 들 것 같아서 초반부터 많이 노력했다. 잔소리를 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게끔 하다 보니 몸에 배어 버렸다. 하루라도 쉬면 몸이 이상하다"고 털어놨다.

채리나는 "왜 이제 시작했나" 아쉬움이 들 만큼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원래는 진짜 운동을 싫어한다'며" "초등학교 때 육상성수를 했고, 중학교 때 춤에 미쳐 살다 어린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했다. 몸 쓰는 걸 계속하니까 구석구석 아프더라. 혹사를 했기 때문에 활동이 뜸할 때는 컴퓨터 게임 정도만 하고 가만히 앉아 숨만 쉬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축구에 열정적이다. "일주일에 6일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20대 때 운동하면 습득력도 빠르고 몸도 받쳐줄 텐데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니까 2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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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남편은 LG트윈스 코치 박용근.."FC탑걸 동생들도 챙겨..든든"





야구선수 출신인 남편은 채리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채리나의 남편은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코치 박용근이다. 박용근은 선수 시절 LG트윈스, kt 위즈 내야수로 활약했다.

채리나는 "'우선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졌을 때 멘탈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남편이 조언해 준다"며 "운동한 다음 먹는 루틴도 알려주고, 꼼꼼하게 동생들까지 챙긴다. 며칠 있으면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그전에 시간을 내서 내가 운동하는데 따라와 주고 내 플레이에 대해 조언도 해줬다. 많이 든든하고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채리나와 박용근은 2016년 11월 결혼했다. 채리나는 2세 계획을 위해 여러 번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처음엔 '골때녀'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는 그는 "거의 5년 넘게 시험관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고 몸이 너무 망가져 있었다"면서 "그런데 축구를 재밌게 즐기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서 '아기를 꼭 가져야겠다'는 마음도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축구를 하면서 건강도 찾고 행복도 찾았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쇼-스포츠 부문 우수상까지 받았다. 채리나는 '골때녀' 덕분에 인생 2회차를 사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채리나는 "가족들도 '네가 좋아하는 거 해라. 생길 때 되면 생기겠지'라며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며 "시험관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죄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우울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세상 사는 것 같다. 얼려 놓은 게 있어서 맘만 먹으면 바로 수술할 수 있지만 아직은 축구를 놓기 싫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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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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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채리나 SNS




1순위는 FC 탑걸.."모범 주장? 내가 동생들 잘 만난 것"





올해 초 그는 왼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축구를 하다 염증이 퍼져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온 것. 그는 "관리를 잘 못하면 통증이 계속 올라온다"며 "꾸준히 관리하면서 하고 있다. 팀을 위해 안 아파야 하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FC 탑걸은 채리나에게 '1순위'다. 그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친구들"이라며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공연을 하더라고 마주칠 일 없는 상황이라,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도 젊어지는 것 같고 꼰대가 아닌 언니가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아, 이거 하나 꼭 얘기하고 싶어요. 다들 절 '모범 주장'이라고 칭찬하는데, 전 진짜 동생들을 잘 만난 거예요. 모가 난 친구 하나 없이 잘 따라와 주고, 같이 열심히 해줘요. 단체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이게 쉽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전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채리나는 이미 FC 탑걸 동료들과 함께 다음 리그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주위에 운동하는 분들이 많아서 자문을 해주는데 '챔피언을 하고 나면, 다시 하기가 되게 힘들다'고 하더라"며 "욕심을 버리고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느슨해지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단상에 올라가는 3팀 안에는 들고 싶다. 그리고 다영이가 슈퍼리그에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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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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