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쁨을 당신께 보내니"..'더 글로리' 편지, 명대사 등극 [★FOCUS]

최혜진 기자 / 입력 : 2023.03.18 13:22 / 조회 :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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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스타뉴스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는 수많은 명대사가 있다. 그중 마음을 글로 꾹꾹 적어나간 편지 속 대사는 많은 이들을 울렸다. "유서, 편지는 내가 제일 잘 쓴다"던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 들어맞았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 1,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파트1에서는 문동은(송혜교 분)이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보내는 편지가 내레이션 형식으로 공개됐다. '그리운 연진에게'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박연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문동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5년 그해 봄이 난 참 좋았어. 난 두 번의 도전 끝에 임용에 붙었고. 넌 고맙게도 엄마가 됐으니까. 가을에 태어날 네 아이의 이름을 난 백 개도 넘게 지어 봤어. 건배도 내가 대신했어. 타락할 나를 위해, 그리고... 추락할 너를 위해."

어른이 돼서도 학창 시절 고통에 갇혀 사는 문동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문동은은 편지를 적어가며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고, 다시 한번 복수를 다짐했다. 시청자들이 문동은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고, 그의 복수를 응원하게 되는 큰 장치기도 하다.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잡은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 볼 작정이야, 연진아.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이처럼 파트1에서 박연진에게 보내는 편지가 주를 이뤘다. 문동은이 가해자였던 박연진의 악행을 잊지 않으려고 쓴 기록이 대부분이다.

파트1 공개 후 김은숙 작가는 편지란 설정을 활용한 이유를 밝혔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6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코멘터리 행사에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잘 설명하고 싶었다. 문동은이 잊지 않으려고도 자신 인생의 기록, 17년 복수를 준비하면서 기록을 남기는 거다. 그래서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왔다"고 말했다.

또한 김은숙 작가는 "파트1이 무서울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파트2 대본을 다시 봤다. 파트2 역시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며 "대한민국에서 유서, 편지 이런 건 제가 제일 잘 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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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의 자신감, 편지신은 파트2에서도 등장했다. 그중 딸을 향한 모성애를 확인할 수 있는 강현남(염혜란 분)의 편지와 생명의 은인이었던 빌라 할머니(손숙 분)에게 보낸 문동은의 편지는 '더 글로리'의 명대사로 남았다.

강현남은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 속 문동은의 도움을 받아 딸 선아(최수인 분)을 해외로 보내게 됐다. 남편의 감시 탓에 딸의 출국을 배웅하지 못한 강현남은 딸이 머무를 홈스테이 주인집에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는 딸을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모성애가 담겼다.

"선아는 박복했던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많은 거 부탁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선아는 알러지도 없고 건강하니 이것저것 다 먹여주세요. 저의 기쁨을 당신께 보내드리니 부디 사랑을 주세요."

강현남의 편지는 염혜란의 내레이션으로 완성됐다. 딸을 향한 넘치는 사랑,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은 어조가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는 딸의 행복만을 바랐다. 염혜란은 그런 어머니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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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은 평생을 꿈꿨던 복수에 성공했다. 그제야 그는 주변 곳곳에 있던 '좋은 어른'을 발견하게 됐다. 빌라 주인 할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을 잃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어린 문동은(정지소 분) 역시 학폭 피해로 힘들어하다 차가운 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다 할머니를 발견해 그를 구했고, 할머니는 문동은에게 "우리 봄에 죽자"며 그를 돌려보냈다. 서로에게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어른이 돼 할머니와 재회한 문동은은 복수가 끝나서야 그의 정체를 알게 되고 편지를 보냈다. 자신에게도 '좋은 어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내레이션에서 문동은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감사'의 감정을 깨닫게 된 그는 어딘가 상처를 치유받은 모습이었다.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뭐가 됐든 누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열여덟 번의 봄이 지나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걸. 친구도, 날씨도, 신의 개입도요. 그리고 지금은 추우니까. 나중에 더 따뜻할 때 봄에 죽자던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다는 걸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처럼 보낸 이들의 감정이 절절하게 담긴 편지들은 '더 글로리'의 명대사가 됐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편지를 쓴 배우들의 덤덤하면서도 애틋한 내레이션이 보여준 시너지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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