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정후'는 증명하고 있다, 'MLB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20 07:14 / 조회 : 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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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사진=OSEN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통산 타율 0.342.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KBO리그 타자들 가운데 단연 1위.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그럼에도 늘 변화를 시도한다. 노력하는 천재. 이정후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는 수식어다.


이정후는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 방문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고 돌아왔지만 이정후는 이후 3경기에서 6타수 4안타, 2홈런이라는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왕을 차지했던 첫 시즌 루키로서 세울 수 있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듬해부터 5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 한 자리에 그가 있었다. 교타자로서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파워를 증대해 장타력을 끌어올렸고 2021년엔 타율 0.360으로 생애 첫 타격왕에, 지난 시즌엔 타율(0.349), 최다안타(193), 타점(113), 출루율(0.421), 장타율(0.575)까지 5관왕에 등극했고 심지어 커리어 첫 20홈런도 돌파(23홈런)했다.

그렇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수정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관계자들이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타격폼 수정은 타자에게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더 발전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이전에 잘됐던 것들까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정후는 과감히 변화를 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자격을 얻는다. 빅리그 투수들은 KBO리그에 비해 속구 평균 구속이 5~10㎞까지도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변화구의 궤적도 더 변화무쌍하다.

앞서 KBO리그를 초토화시킨 뒤 빅리그에 도전했던 김현수(LG 트윈스), 박병호(KT 위즈)를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고전했던 이유가 빠른공 적응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니 변화구에도 더욱 쉽게 당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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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준비 동작을 간소화한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톱 포지션(방망이를 잡는 위치)을 한층 끌어내리고 스트라이드를 좁혔다. 군 동작을 최소화해 어떤 공에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쉽지만은 않았다. 미국 전지훈련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은 어색하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던 그였다.

노력하는 천재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WBC를 통해 본 이정후는 자신에게 꼭 맞는 새 옷을 입은 듯 했다. 한국야구는 쓰디쓴 열매를 삼켰으나 이정후 만큼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다. 타율은 0.429(14타수 6안타)에 달했고 세계가 다시 한 번 이정후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한일전에서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속 153㎞ 공을 받아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던 그가 주목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첫 타석에서 몸쪽 140㎞짜리 컷패스트볼(커터)을 잡아당겨 오른쪽 라인으로 보낸 파울볼이었다. 결과를 떠나 일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빅리거 투수의 공을 바뀐 타격폼으로 제대로 때려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눈앞의 결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더 넓은 시야로 성장가능성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 얻은 자신감은 대회 내내 맹타를 휘두른 원동력이 됐다.

소속팀에 복귀해 시범경기에 나선 그는 18일에 이어 이날도 홈런을 때려냈다. 전날엔 강속구 투수 문동주의 시속 152㎞ 속구를 우측 담장 넘기는 솔로홈런을, 이날은 또 다른 파이어볼러 펠릭스 페냐를 맞아 137㎞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빠른공이든 변화구든 문제가 없었다.

이미 이정후에 대한 MLB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빅리그 진출 직전 시즌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강정호와 김하성(샌디에이고) 등이 성공적으로 MLB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직전 시즌 막강한 장타력을 과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더 나아질 게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정후가 올 시즌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단순히 성적뿐 아니라 150㎞ 이상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고 있는 KBO리그에서 이들을 상대로 어떤 성과를 낼지도 이정후의 MLB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는 흠 잡을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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