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오타니 '감격 포옹', 실력-리더십-인성 '결점 없는 슈퍼히어로' [WBC]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22 12:30 / 조회 : 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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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2일 미국과 2023 WBC 결승전에서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과거의 영웅'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가 흔들렸지만 일본은 무너지지 않았다. '슈퍼히어로' 오타니 쇼헤이(29·LAA)가 열도를 구해냈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팀이 3-2로 앞서가던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히 막아내고 세이브, 3-2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의 3번째 우승을 이끈 오타니는 단연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였다. 타석에선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투수로는 3경기에서 9⅔이닝 동안 2실점, 평균자책점(ERA)은 1.86에 불과했다. 오타니는 모두의 예상대로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타석에선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으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진가는 마운드에서 발휘됐다.

팀이 3-1로 앞서가던 6회 이후부터 오타니는 불펜과 더그아웃을 오갔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오르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지명타자였기에 공격 땐 더그아웃을 지켜야 했고 수비로 나선 선수들 만큼이나 바쁘게 움직였다.


등판이 확실히 되며 오타니가 몸을 푸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를 통해 포착됐다. 오타니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잔뜩 얼어있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위원도 "아까도 그렇고 긴장한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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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9회말 마운드로 향하고 있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8회말 믿었던 다르빗슈가 솔로포를 맞고 3-2, 한 점 차 승부가 된 것. 결국 오타니가 팀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9회말을 앞두고 오타니가 불펜에서 마운드로 걸어나왔다.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지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첫 타자 J. 맥닐과 긴 승부 끝에 7구가 다소 낮게 제구되며 볼넷을 허용했다. 미국은 대주자 바비 위트 주니어를 내보냈지만 의미는 없었다. 무키 베츠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병살타로 주자를 지워냈기 때문. 오타니는 우승이라도 차지한 것처럼 크게 포효했다.

마지막 순간이 단연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LAA 팀 동료인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했다. 초구는 벗어났고 2구는 트라웃이 좋아하는 코스였으나 헛스윙을 했다. 3구 존을 벗어난 공은 무려 시속 100마일(161㎞)의 컷패스트볼(커터)이었다. 4구는 한복판을 찌른 속구로 역시 100마일의 '광속구'였고 트라웃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5구가 다소 손에서 빠지며 풀카운트가 됐고 운명의 6구에 승부가 결정났다. 오타니의 손을 떠난 슬라이더에 트라웃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타니는 경기 후 모자와 글러브를 벗어던지며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번 대회 첫 경기 중국전 오타니는 선발로 나섰고 이날 마지막 투수도 오타니였다. 일본의 처음과 끝을 챙임진 오타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일본의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투타에서 보인 존재감을 떠나더라도 안타를 때려낸 뒤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후추를 갈며(일본 세리머니) 팀 사기를 끌어올렸고 전날 멕시코와 준결승에선 1점 뒤진 9회말 공격에서 2루타를 때려내고 모자를 집어던지는 열정을 보이며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다. '천재' 오타니를 넘어 새로운 '리더'의 탄생을 알린 대목이었다.

경기 후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이 있었다. 오타니는 더그아웃에서 나온 다르빗슈에게 다가가 따뜻한 포옹을 했다. 인성으로도 좋은 평가만 받는 오타니는 이날 아쉬운 장면을 보이긴 했으나 다르빗슈는 일본 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를 잊지 않았다. 14년 전 일본의 2번째 우승 때 다르빗슈는 한국을 상대로 난공불락 투구를 펼치며 팀을 2번째 정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다르빗슈 또한 오타니를 흐뭇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대화를 나눴다. 마치 일본 야구 영웅의 세대교체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듯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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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MVP를 수상한 오타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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