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은 미국을 동경하지 맙시다" 오타니 한마디, 日 투혼 일깨웠다 [WBC]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3.22 13:35 / 조회 : 5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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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SNS 갈무리
[김동윤 스타뉴스 기자] 경기 전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한마디가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의 투혼을 일깨웠다.

일본 대표팀 공식 SNS 계정은 22일(한국시간) 미국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가 선수들을 한 데 모아 연설한 것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했다.

영상 속 오타니는 클럽하우스에서 "하나만 말하겠습니다. (미국을) 동경하지 맙시다. 1루에 골드슈미트가 있고 외야에는 트라웃과 베츠가 있습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누구나 들어본 이름일텐데요. 오늘 하루만은 (그 마음을) 버립시다"라고 선·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미국을 동경해버리면 넘어설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1위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 가자!"라고 연설을 끝냈다.

평소 어느 팀, 어느 상대든 존중하는 인터뷰로 일관해 많은 팬의 호감을 산 오타니였지만, 이날만큼은 그도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본인부터 솔선수범했다. 3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1회 첫 타석에서 볼넷,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땅볼 처리되며 일본이 뽑은 3점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몸이 바빴다. 혹시 모를 늦은 이닝 등판을 위해 오타니는 5회 타석이 끝난 후 좌측 외야에 설치된 불펜으로 향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6회말 연속 볼넷으로 라스 눗바가 타석에 들어가자 다시 벤치로 향했으나, 눗바가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자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몸을 예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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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투수로 등판하기 위해 볼펜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AFPBBNews=뉴스1


그 노력은 끝내 빛을 발했다. 오타니는 7회초 4번째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후 2루 베이스 옆을 스치는 타구를 1루까지 내달려 내야 안타로 만들어냈다. 간절함과 투지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8회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수로서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이 3-2로 앞선 9회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상대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타격왕 제프 맥닐, 아메리칸리그 MVP 경력의 무키 베츠와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는 이들을 볼넷, 병살타, 헛스윙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고, 일본은 미국을 3-2로 누르고 2006년, 2009년 우승 이후 14년 만에 세계 야구의 정점에 섰다. 스스로의 다짐을 자신의 손으로 달성한 순간이었다.

2023 WBC 조직위원회는 일본의 우승 직후 오타니를 대회 MVP를 선정했다. 오타니는 타자로서 7경기 타율 0.435, 1홈런 8타점 9득점 1도루, 출루율 0.606 장타율 0.739, OPS 1.345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도 3경기(선발 2경기) 등판해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9⅔이닝 11탈삼진을 작성했다.

대회가 끝나자 평소 야구팬들이 알던 오타니로 돌아왔다. MVP 수상 후 오타니는 "트라웃은 뛰어난 타자이기 때문에 그에게 맞든 안 맞든 후회하지 않을 공을 던지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트라웃을 막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라를 대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일본 최고의 선수들 그리고 각 나라의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해 영광이었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그동안 상대해온 나라들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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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우승 직후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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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후 MVP를 수상하고 미소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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