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챔프전, 졌지만 커다란 소득 남겼다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3.24 06:50 / 조회 :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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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BNK 팬들이 23일 WKBL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사진=WKBL 제공
[부산=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약 16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부산 BNK에 있어서는 큰 의미로 남았다.


BNK는 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57-64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2019년 BNK 창단 이후 처음으로 홈에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지난 시즌 BNK는 4위에 올라 첫 봄농구를 경험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청주 KB에 스윕패를 당했다.

절치부심한 BNK는 이번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친 끝에 두 계단 높은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다. 여기에 용인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에서도 스윕승을 거두며 2019년 부산에 자리잡은 후 첫 챔프전 진출을 이뤄냈다.

이번 시리즈는 부산시민 입장에서도 뜻깊은 경기다. 부산에 연고를 뒀던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팀으로는 무려 15년 11개월, 약 16년 만에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 KTF(현 수원 KT)가 지난 2006~2007시즌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3~5차전을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KTF는 홈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불꽃을 태웠지만 7차전 승부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외의 프로팀에서는 결승전에 올라간 역사가 오래됐다. 지난 1982년 가장 먼저 창단한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는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1999년 이후로는 2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1983년 K리그에 진입한 부산 아이파크 역시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인 1999시즌 이후로 2012년 플레이오프제 폐지까지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한때 부산 프로팀은 한해(1999년)에만 야구, 농구, 축구가 모두 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1998~1999시즌 KBL 부산 기아(현 울산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대우와 롯데가 나란히 챔프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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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 BNK를 응원하는 걸개가 걸려있다. /사진=WKBL 제공
오랜만에 나온 챔피언결정전의 흥행을 위해 BNK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홈구장인 사직실내체육관 인근에 현수막을 부착해 3, 4차전 일정을 안내했다. 덕분에 이날 경기장에는 BNK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물결을 이뤘다.

BNK는 올 시즌 홈에서 10승 5패로 강세를 보였다. 박정은(46) BNK 감독 역시 경기 전 "선수들이 홈 팬들의 응원에 같이 흥을 받는 것 같다"며 "경기력이 떨어지다가도 응원에 힘입어 딛고 올라가는 리듬을 잘 탄다"고 밝혔다.

앞선 2경기를 내준 BNK는 이날도 초반 다소 밀리는 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쿼터 들어 안혜지와 이소희, 김시온이 활약하며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BNK는 이후로도 꾸준히 점수를 올리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정규시즌 1승 5패로 밀린 전적이 챔프전에도 이어졌다. BNK는 3쿼터 들어 김정은에게 연달아 3점을 얻어맞으며 점수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박지현, 김단비 등에게 점수를 허용했고, 에이스 김한별의 부상 여파가 이어지며 장기인 골밑을 점령하지 못했다. 결국 BNK는 3차전도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박정은 감독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해줬다"며 "다음 시즌 준비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상대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 역시 "BNK의 어린 선수들이 지난 시즌 경험을 쌓았다. 선수들이 정말 성장했다"며 "마냥 어리게 보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 트로피는 내줬지만 BNK는 부산 시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전했다. 또한 발전을 위한 밑바탕도 깔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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