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웃은 '쌍둥이 감독' 시즌 최종전... 동생은 "거울 보고 축하해줄까"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3.30 06:53 / 조회 :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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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상현 감독(오른쪽)과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이 29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종료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창원=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쌍둥이 형제간의 첫 맞대결 시즌은 끝까지 치열했다. 그러나 끝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창원 LG는 2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라운드 울산 현대모비스와 최종전에서 97-88로 승리했다.

마지막 날까지 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따낸 LG는 시즌 36승 18패를 기록, 승수와 상대전적이 같은 서울 SK를 상대 골득실(486-481)에서 앞서며 2위를 확정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34승 20패라는 우수한 성적 속에도 4위에서 멈췄다.

이날 경기는 조상현(47) LG 감독과 조동현(47) 현대모비스 감독의 시즌 마지막 '쌍둥이 대결'이었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형 조상현 감독이 처음으로 KBL 지휘봉을 잡았고, 동생 조동현 감독도 부산 KT(현 수원 KT) 감독 이후 4년 만에 감독직에 복귀했다. 이렇게 되면서 KBL 최초의 형제간 감독 맞대결이 성사됐다.

시즌 전 KBL 컵대회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 조상현 감독은 "평생 붙었던 형제다. 이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현대모비스, 조동현이라 더 준비한다거나 그런 건 없다"고 단언했다. 조동현 감독도 "내가 조상현 감독을 평가할 역량이 안 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4라운드까지 두 팀은 2승 2패로 팽팽한 상대전적을 보여줬다. LG가 먼저 2경기를 이긴 후 현대모비스가 2승을 추가하며 동률을 이뤘다. 지난 2일 울산 경기에서 94-80으로 LG가 승리했지만 전반까지는 48-47(LG 리드)로 팽팽한 경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LG와 현대모비스는 맞붙기만 하면 수비에서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 전 조동현 감독은 "LG나 우리나 경기하면 고득점이 나오진 않는다. 수비 위주로 하는 팀이다"며 "수비에서 트랜지션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조상현 감독은 "현대모비스는 전통적으로 조직적인 수비가 강한 팀이라 정비되기 전에 부셔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비가 잘 돼야 속공으로 득점 올려 8~90점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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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상현 감독(오른쪽)과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이 29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종료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KBL 제공
그리고 열린 이날 경기, 현대모비스는 1쿼터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게이지 프림을 앞세워 골밑 장악력을 높였고 여기서 연결된 속공으로 점수를 올렸다. 1쿼터 한때 현대모비스는 10점 차까지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LG는 2쿼터 들어 분위기를 뒤집었다. 비록 아셈 마레이가 부상으로 나가는 장면도 있었지만 단테 커닝햄이 그 공백을 메웠다. 이관희와 김준일 등 국내 선수들도 힘을 보태면서 리듬이 살아났고, 결국 역전에 성공한다.

후반 들어서도 LG 주장 이관희가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현대모비스 프림은 과도한 동작으로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는 등 양 팀은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다. 비록 파울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현대모비스가 후반 들어 주춤하긴 했지만 점수 차가 벌어지기 전까진 알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경기가 LG의 승리로 굳혀지자 두 감독은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축하했다.

승장 조상현 감독은 "(조동현 감독이) 마레이에 대해 걱정해주고, (플레이오프에) 가서 잘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형제간에 끈질기게 승부하며 재밌는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조동현 감독은 유머러스하게 형의 승리를 축하했다. 감독 브리핑을 마친 조동현 감독은 "뒤에 들어오는 사람(조상현)한테 축하를 전해달라"고 하더니 "내가 거울 보고 하면 되나"라고 말하며 좌중을 뒤집었다.

상대 전적이나 순위는 모두 형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LG와 현대모비스는 플레이오프에서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과연 첫 시즌 쌍둥이 형제 감독은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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