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어공주' |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를 향한 논란이 계속 되고 있었다.
지난 24일 개봉한 '인어공주'는 개봉 당일 오전 부터 "영화를 보고 아이가 울었다"라는 악평을 시작으로 영화를 향한 리뷰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호평이든 혹평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당일 오전 10시부터 이어지는 악플들, 그리고 영화에 대한 호평에는 수백 수천개의 '싫어요'가 나오는 상황은 평범하지 않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를 향한 논란은 왜 나온 것일까.
'인어공주'는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해주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1989년 디즈니가 안데르센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며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인어공주' 에리얼은 많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사로잡으며 붉은 머리와 하얀 피부 그리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진 공주의 모습은 우리들의 머리 속에 고착화 시켰다.
디즈니가 34년 만에 '인어공주'를 실사화 한다고 하자 많은 기대와 우려가 이어졌다. 작품에 대한 관심만큼 여러 의견이 나왔고, 디즈니가 인어공주 에리얼을 흰피부의 배우가 아니라 흑인 배우로 캐스팅한다고 하자 논란이 쏟아졌다. SNS를 중심으로 'Not my Ariel'(나의 에리얼이 아냐)라는 태그가 번지며 인어공주를 블랙워싱한 디즈니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동안 PC주의(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PC)를 추구해온 디즈니의 흐름 속 대중들도 이번에는 선을 넘었다며 의견을 표시했지만 디즈니는 자신들의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에리얼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논란에 '인종 차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영화 개봉 후 논란은 더 이상 'PC주의'가 아닌 '외모 지상주의'로 넘어갔다. '인어공주'를 본, 혹은 보기 싫어하는 관객들은 에리얼의 미모를 문제 삼았다.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못생긴 주인공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어공주이지만 공주 같지 않은 에리얼, 왕자 같지 않은 에릭 왕자, 애니메이션처럼 귀엽지 않은 바다 생물들이 '어글리 하다'며 혹평하고 있다.
/사진='인어공주' |
물론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각자의 취향이 있기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다. 하지만 이 같은 '외모 혹평'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영화 평점은 성비로 각각 평점을 볼 수 있다. 여성들의 평점은 7.52점(29일 오후 현재) 정도인 가운데, 남성들의 평점은 5.11점 정도로 현저하게 낮다. '인어공주'를 괜찮게 봤다는 8점 이상의 별점은 올라오자마자 수백개의 '싫어요'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누가 이렇게도 '열심히' 인어공주를 싫어하는지 궁금해진다. '인어공주'를 실제 관람한 관객들이 올리는 CGV골든에그 지수는 75%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튜브 사이버 렉카는 더 심하다. '끔찍하다', '극혐' 등 혐오를 담은 내용으로 '인어공주'를 특히 '인어공주' 에리얼의 외모를 비하하고 있다. 영화를 향한 정당한 평가나 비판이 아니라, 주인공의 외모를 집중적으로 혐오하는 모습이 괴이하게 느껴진다. 에리얼의 노래 실력이나 실사화 된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장면 등 영화의 장점에는 눈을 감아 버린다.
이같은 '인어공주'의 비정상적인 평점에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데드라인은 '인어공주'가 개봉 사흘만에 1억 6380달러(한화 약 2175억원)의 글로벌 흥행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과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시장에서 '리뷰 폭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인어공주'는 로튼 토마토 지수 관객점수 95%를 받았지만 해외 반응이 수상하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한 사이트에서는 영화 개봉전부터 10점 만점에 0.7점의 별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영화의 어두운 화면, 고전을 리메이크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유로 설명 한 리뷰도 있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인어공주의 인종과 외모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고. 한국에서는 '검은 인어'에 대한 반발로 인해 외모에 대한 조롱과 평점 테러로 인해 개봉 첫날부터 관객수가 급락하는 등의 현상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개봉 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관객 점수 자체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흑인 인어공주를 향한 불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전 작품을 실사화 한 것에 대한 완벽한 만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것은 자유지만, 인어가 흑인이라서 혹은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보지도 않고 미워하고 나아가 별점 테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논란을 논란으로 덮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디즈니의 PC주의에 맞선다며 주장하는 것이 결국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현상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