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인종차별의 나라' 조국 스페인에 일침 "나아질 거라 생각 안 해"

박재호 기자 / 입력 : 2023.05.27 18:34 / 조회 : 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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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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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중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펩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스페인 내 인종차별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는 지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로 라리가 원정을 떠났다가 발렌시아 팬들에게 끔찍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인종차별 가해는 소수가 아닌 집단 행위로 이뤄져 더욱 충격을 줬다. 경기 전부터 팬들은 떼를 지어 '비니시우스는 원숭이야'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기가 시작되고 인종차별 행위는 더욱 심해졌다.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으면 '원숭이'라고 외치며 조롱했다. 한 관중은 발렌시아 골문 뒤 가까운 관중석에서 원숭이의 동작을 흉내 내기도 했다.

비니시우스가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인종차별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비니시우스는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페인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브라질에선 스페인을 인종차별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나는 계속 일어나는 이 일에 스스로 지키기 힘들지만 인종차별과 맞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후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전 세계 팬들은 분노는 물론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나서 라리가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브라질 국민들은 상파울루에 위치한 스페인 영사관 앞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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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지난 22일(한국시간) 발렌시아 홈구장에서 자신을 조롱한 팬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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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AFPBBNews=뉴스1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25일 홈 경기에서 비니시우스 등번호 20과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다 같이 입고 '인종차별주의자는 축구에서 퇴장'이라고 적힌 걸개를 내걸며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를 벌였다. 발렌시아 구단은 스페인축구연맹으로부터 경기장 부분 폐쇄와 벌금 4만5000유로(약 6392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을 가한 관중 3명도 경찰에 체포됐다.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인종차별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인종차별이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종차별은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별뿐만 아니라 피부색과 태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낫고 자신의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낫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그렇다"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인간의 다양성을 강점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이번 일이 스페인이 나아지기 위한 한걸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낙관적이지는 않다. 나는 스페인을 조금 알고 있다. 그래서 낙관할 수 없다"며 스페인 내 인종차별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나타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3년 전인 2020년 6월 맨시티와 아스널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하자 이를 지지하며 "백인들은 흑인에게 400년 동안 잘못했던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백인들의 한 짓이 부끄럽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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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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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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