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동백꽃'·'사불' 흥행, 득이자 독이죠"[★FULL인터뷰]

영화 '드림팰리스' 김선영 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6.04 15:00 / 조회 :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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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사진=인디스토리
누가 뭐래도 연기력으로는 두 말할 나위 없는 배우지만, 만족보다는 단순한 '안도감'을 느껴왔다는 배우 김선영이다. 그는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린 두 작품이 득이자 독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의 배우 김선영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 시의적인 사회 이슈를 첨예하게 조명했다. 김선영은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함께 싸운 유가족들, 아파트 할인분양에 분노한 입주민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혜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가성문 감독은 김선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소탈하고 서민적인 역할이나, 희극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역할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혜정과 같이 미운 구석도 많은 복합적인 인물로 관객을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영은 "저는 거의 낙하산이다. 극단 동료 배우의 남편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제 연기를 많이 보셨고, 저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아닌, 합의하고 멈춘 사람들에 대해 조명하는 영화다. 흥미롭기도 했지만, 현재도 치열하게 투쟁하고 버티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고민이 갔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출연을 결심한 이후에는 상황에 던져질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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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사진=인디스토리
그는 '드림팰리스' 속 역할에 대해 "이 여자는 고난이 끝도 없다. 의도하고 계획한 게 아닌데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저는 100% 공감이 됐다"며 "인물에 공감이나 이해가 안 되면 어떻게든 풀고 연기한다. 감독님께 도움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역할에 몰입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김선영이다. 그는 "주책이다"라고 웃으며 "김선영으로서 대답해야 하는데 역할이 잠깐 왔다 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김선영은 24시간 내내 연기를 생각하고, 또 고민한다. 그는 "제가 20년 넘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던져질 준비가 돼 있느냐다. 상황을 진짜라고 믿고, 상대방을 믿고, 상황 속에 던져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야 연기다. 개인적으로 다음 대사를 생각하고 하면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그 순간 진짜여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믿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선영은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저는 이윤지 배우를 '금쪽상담소'에서 처음 봤다. 그때 눈을 본 적이 있는데 슬프더라. 저는 눈이 슬픈 사람을 좋아한다. 진짜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연기를 해보니 몰입하는 게 대단하더라. 저는 그만큼 못한다. 자기 등을 찍는 장면에서도 열 번이면 열 번 다 운다. 감성이 대단하고, 촬영 당시에는 제가 어려웠다고 하는데 저는 몰랐다. (이) 윤지도 말이 없는 줄 알았다. 오히려 촬영이 다 끝난 다음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모자 호흡을 맞춘 최민영에 대해서는 "참 좋은 배우다. 저와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에너지가 뒤지지 않더라.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저와 팽팽하게 맞섰다"며 "제가 '너는 곧 스타가 될 것 같으니까 나를 꽂아줘야 한다'고 말하고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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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사진=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는 김선영에게 "또 왔으면 하는 순간"이다. 김선영은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 나에게 이런 순간이 또 왔으면 좋겠고, 이제는 지나간 추억이다"라며 "제가 이제 40대 후반인데 엄마나 동네 아줌마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서사가 있는 40~50대 여성의 이야기가 잘 쓰이지 않는다. 저는 더 나이가 들 테지만 계속 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서사에 익숙해져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쓰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선영은 의외의 고민을 토로하기도. 그는 "'열일'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오히려 놀고 있다. 현재 찍고 있는 작품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간다. 연기보다 그림을 더 많이 그려서 직업을 바꿔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웃으며 "사람들은 작품을 고른다고 하는 데 전혀 아니다. 저를 캐스팅하는 작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으로 많이 사랑해 주셨다"면서 "그 작품 속의 제 모습이 웃기고 인상 깊어서인지 제가 웃긴 동네 아줌마의 상징이 됐다. 그 이후로 배우로서는 유명해졌지만,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의 폭이 좁아진 건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선영은 "들어오는 대본이 다 그렇더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동네 아줌마 역할이 자주 들어와서 거절하기도 했다"면서 "근데 지금은 제안을 주시는 작품이 너무 없기 때문에 뭐라도 주셨으면 좋겠다. 뭐라도 연락을 주시면 무조건 할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개성 강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김선영이지만 "저는 연기에 대한 만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예전에는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듣거나 상을 받아도 기쁜 게 아니라 안도감을 느꼈다. 단순히 '욕 안 먹어서 다행이다' 정도의 감정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감이 없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가 됐다. 칭찬을 그대로 듣게 되는 것 같다. 저는 연기에 대해 집착하고, 기준이 높다. 늘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변화된 지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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