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의철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에 '사퇴' 걸었다 [종합]

영등포구(서울)=안윤지 기자 / 입력 : 2023.06.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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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의 반대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밝힌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의철 KBS 사장(이하 김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을 두고 사퇴를 말하며 강하게 의견을 어필했다.

KBS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의철 사장, 최선욱 전략기획실장, 오성일 수신료국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 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득표수는 96.5% 찬성으로 마감됐다. (찬성 5만6226건, 반대 2025건)

현재 TV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현행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 및 징수된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돼 한국전력이 수신료를 일괄 징수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을 두고 반대의 입장을 내비친 KBS는 지난 5일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입니다. 따라서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은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에 대해 "사회적 제도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의미와 고민이 있었는지,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KBS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으며 별도로 의견을 물어온 바 없다. KBS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의견서가 정부다. 사회적 제도다. 대통령실 설명과 달리 공영방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 있었다"라며 "KBS는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조직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낮은 비용과 적은 인력으로 세계 유수 방송사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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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의 반대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밝힌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또한 "'추석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처럼 수익성은 낮지만, 충분히 방송할만한 공영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관현악단, 소외계층을 위한 수신 환경 개선, 방송 문화 연구 등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류가 생소했던 20년여 전부터 '겨울연가', '뮤직뱅크'로 K 문화를 다진 것도 KBS다"라며 "만약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고품격 제작에 투입되어야 할 돈이 징수 비용으로 납부된다. 6200억원 수익은 분리징수 시 1000억 원 대로 낮아질 것이다.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리징수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 사장은 "사회적 갈등만 키우는 모순적인 일. TV 화면 속 일개 방송사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문화 창간, 다양한 책무가 진행되는 KBS다. 진정한 의도가 뭔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라며 "난 KBS가 정치적, 상업적 압류에도 흔들림 없이 KBS 사장에 지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고 KBS 구성원은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싸워왔다. 이번 대통령실의 말은 공영방송 근간을 흔드는 말"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KBS는 예능, 드라마 등 콘텐츠 경쟁과 관련해 뒤처지는 상황임은 확실하다. 김 사장은 "근본적으로 KBS의 현재 이슈는 수신료 제원은 공적인 부분 45% 나머지는 콘텐츠나 광고 수입으로 1조 5000억원대로 운영 중"이라며 "예능, 드라마 경쟁력에 힘을 쓰지만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 잘 알다시피 '오징어 게임' 혹은 어떤 예능이 편당 얼마 들었다는 말을 알지 않나. 이런 부분이 충분하지 못해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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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의 반대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밝힌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을 강하게 반대하며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니 대통령실은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 철회하는 즉시 내가 이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KBS 미래와 발전을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과 직접적인 대면을 요청한다. 수신료의 실질적 주체는 KBS다. 징수 방식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수신료의 가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있겠다"라며 "국민들께 감사드리며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는 건 언제나 KBS의 과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이 보여준 질책엔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정권을 언급한 김 사장의 발언은 그간 앞서 언급했던 정권 교체 역사를 기반으로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발언과 관련, 김 사장은 "지금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통해 공영방송 근간인 수신료 제원을 흔들고 있다. 그러면 공적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KBS 사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수신료 분리 징수를 막아내는 것이다. 이게 현실화하면 공영방송 존립성이 훼손된다. 그런 측면에서 스스로 공영 방송 KBS를 지키기 위해 사장으로서 하는 일이 어떤 일일까 생각했다. 그런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 독립은 사장 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관련해서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돼 물러나도 KBS 구성원을 믿는다. 공영 미디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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