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코칭 받았나요?" 이러려고 박수홍 친형 변호했나[윤상근의 맥락]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3.06.10 07:00 / 조회 :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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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방송인 박수홍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 모씨와 배우자 이 모씨에 대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호사님, 자꾸 난해한 질문을 하시는데요..계속 질문을 애매하게 하시는데요.."


기자와 함께 재판을 지켜보던 방송인 박수홍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연신 헛웃음을 지었다. 박수홍 친형 박씨 부부의 횡령 혐의 소송 6번째 공판에 참석한 한 세무사가 박씨 변호사의 질문을 듣고 당황한 모습을 지켜보며 지은 헛웃음이었다.

지난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진행된 박씨 부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 6번째 공판 증인신문에서 박씨 부부의 변호사가 증인들에게 내세웠던 질문은 박씨 부부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질문에서 상당히 벗어난 질문으로 가득했다.

이 변호사는 이 재판의 증인신문이 시작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무혐의와 관련된 질문에서 벗어나진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증인신문에서의 모습까지를 비춰봤을 때 이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박수홍이 언론 플레이의 귀재여서 친형이 악마가 됐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검찰이 내놓은 공소사실이 잘못됐다는 취지를 밝히려는 주장을 증인신문을 이어가며 서서히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다.

먼저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수홍 전 매니저 A씨가 메디아붐에 일하며 박수홍이 알지 못했던 회사 비용 처리에 대해 박수홍이 알수 없을 수밖에 없는 박수홍의 당시 비용 처리 습관에 대해 물어보고 박씨가 대부분 관련 업무를 대신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후 반대 신문에서 A씨가 변호사로부터 받은 질문은 "박수홍은 평소에 나이트 클럽에 자주 가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박씨 변호사는 박수홍이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클럽으로 향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박수홍의 나이트 클럽 출입 여부를 묻고 있었다. 여기에 박수홍이 나이트클럽에서 결제를 어떻게 하는 지를 덧붙여 질문했는데 아무리 박수홍의 결제 습관과 관련한 질문이라고 하지만 박수홍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근거로 물었다고 하기엔 물음표가 띄워졌고, 순간 A씨도 멈칫하더니 "제가 박수홍 씨 사생활까진 다 알지 못하니까요"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A씨의 신문에 이어 등장한 두 세무사를 향한 박씨 변호사의 반대신문은 더욱 가관이었다.

검찰은 신문을 하며 박수홍이 라엘과 메디아붐에서 발생된 이해할 수 없는 비용 처리를 인지한 것과 두 세무사의 이에 대한 소명 요청에 친형 부부가 연락두절이 된 것에 대해 물어봄으로써 박씨 부부의 배임 횡령 정황이 의심됐던 당시를 떠올리게끔 했고, 두 세무사는 입을 모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는 답변을 전했다.

세무사 B씨는 검찰 신문에서 "2017년부터 (박씨) 회사 업무에 관여했고 세무 대리인이었다. 라엘과 메디아붐의 세무 처리를 했다"라며 "라엘은 웨딩 사업을 접고 박수홍 기반 엔터 회사로 인지했고 메디아붐도 그렇게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원은 주로 박수홍 출연료였고 다른 매출은 거의 없었다"라며 "지출의 경우 박수홍 관련 내용이었고 업무 상 비용을 회계 처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박수홍이 알지 못한 비용 처리에 대해 물어봐서 친형에 내용을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서로 의심을 풀면 될텐데 안나와서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 C씨도 "박수홍이 찾아와서 자료를 달라고 하면 자료를 주지 말라고 박씨에게 연락이 왔다. 심한 표현도 했다. '박수홍이 여자친구 때문에 미쳤다'라는 언급도 했다"라며 "그동안 박씨와만 만났고 워낙 선한 분이어서 1%도 의심을 안했고 정말 박수홍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후 3차례 미팅을 했는데 박씨가 얘기한 것과 어긋나는 게 많아져서 이상했고 각자 입장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두 세무사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누가봐도 배임 횡령이 의심되는 정황으로 보였다. (이후 증거로 제출된 세무사가 정리해놓은 자료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정황은 재판을 통해서 일부 알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신문을 다 들은 박씨 변호사는 C씨가 "세무 자료 처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했다"라는 말에 "그럼 정확한 것보다 효율적인 것을 추구한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C씨는 다소 당황한 듯 "신뢰도가 높은 편이고 이는 정확성도 바탕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박씨 변호사는 "박씨가 답을 하지 않았는데 왜 편취라고 단정지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물론 방어권 보장 취지로 단정을 짓지 말라는 질문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 전까지 충분한 신뢰를 쌓고 업무를 맡긴 세무사로부터 내용증명을 7차례나 받은 것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입장에서 편취라고 단정을 짓지 말라고 하는 주장도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박씨 변호사는 세무 관련 자료를 본 C씨가 "이 자료는 반쪽짜리 데이터다. 반대되는 데이터도 있을텐데요"라고 묻자 "그렇군요. 저희는 전문가가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했다. 노종언 변호사의 헛웃음을 유발한 순간이었다.

급기야 박씨 변호사는 도중 "원하는대로 증언을 하도록 코칭을 받은건지 나오시는 증인들마다 왜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시는 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C씨가 박씨에게 상품권 비용 처리에 대해 조언을 한 것에 대해 박씨 변호사가 추궁하자 "상품권 양식을 보내라고 제가 지시할 이유도 없잖습니까. 그리고 지시를 한다고 대표님(박씨)이 들을 입장도 아니고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질문을 하시네요"라며 "그렇다고 추정하시지 마시고요. 그건 본인의 상상이시잖아요"라고 말하자 "세무사님도 그럼 (박씨의 행동이) 편취라고 상상하지 마세요"라고 답변한 모습은 코미디에 가까웠다.

그 와중에 박씨 변호사는 재판부로부터 여러 혐의에 대한 소명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박씨 변호사를 향해 "부동산 등기 비용이라든지 허위직원 급여 지급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도 입장을 안 밝히셨네요. 메디아붐 법인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답변도 없으셔서 다음 기일까지는 답변해달라"라고 밝혔다.

박수홍 친형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연예기획사 라엘, 메디아붐 등 2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박수홍의 출연료 등 62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허위 직원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날 모든 증인신문을 마치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8월 9일로 잡은 가운데 다음 기일에는 박수홍 막내동생과 그의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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