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박진영의 청룡 점령, 브라보 아방가르드[김노을의 선셋토크]

김노을 기자 / 입력 : 2023.12.02 06:00 / 조회 :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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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사진=이동훈 기자
가수 박진영은 아방가르드하다. 그래서 혹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결국 박진영의 음악적 힘은 그 전위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박진영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에 올라 'Sweet Dreams' 'When We Disco' 'Take On Me' 'Changed Man' 등 총 4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축하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박진영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채였다. 올 화이트 의상에 긴 치맛자락은 무대 상당 부분을 덮어 단숨에 시선을 모았다. 그는 객석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다 탈의하자 보라색 전신 수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박진영은 스탠딩 마이크 앞을 벗어나 무대를 누비며 열창했다.

시상자로 참석한 배우 이성민은 "배우들의 표정을 못 보셨겠지만 박진영 씨가 노래할 때 배우들 표정이 (카메라에) 다 잡혔다. 꼭 확인하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화면에 포착된 일부 배우들은 무대가 난해한 듯 박수를 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외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진영은 이날 공연에서 불안정한 보컬로도 화제를 모았다. 시종 무대를 누비며 춤을 춘 탓에 실제로 보컬이 많이 흔들렸으며, 무대 후반부 고음에서는 아슬아슬하기까지 했다. 동시에 이 대목은 AR 반주 없이 전부 라이브로 소화하려는 박진영의 고집 혹은 신념이 엿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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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44회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해라' '그런 화장은 네 콘서트에서나 해라'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데뷔 30주년에도 안주하지 않는 정신을 높이 사며 '파격' '도전' 등의 표현을 붙였다. 대체로 박진영의 이번 무대는 '2015 마마'(2015 MAMA)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처럼 우스갯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양새다.

피아노를 발로 연주한 '2015 마마' 퍼포먼스가 '흰둥이 퍼포먼스'로 불릴 당시 박진영은 "너무 신나서 (피아노를) 발로 쳤는데 사람들이 뒤집어지면서 웃기에 '이게 왜 웃긴가' 싶었다. 방송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나는 이게 왜 웃긴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데뷔 초 그가 보수적인 방송가를 발칵 뒤집을 만한 비닐 바지를 입거나 2003년 청와대 축하 공연 당시 망사 셔츠, 가죽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 일화를 떠올리면 최근 박진영의 퍼포먼스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박진영의 음악, 춤, 의상, 메이크업, 콘셉트는 여전히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해 일부 악플러들은 박진영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으며 힐난한다.

그렇다면 어떤 창작자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도전 의식은 굳이 대중에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이 마땅한 것일까. 데뷔한 지 수십 년 흐른, 나이 든 창작자의 파격적인 시도는 그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조롱거리일 뿐일까.

박진영은 언제나 주류의 선택과 정반대에 있었던 가수다. 그에게 '반골'이라는 수식어가 따르지는 않지만 그의 행보는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 과감한 시도로 시대를 앞서 간 탓에 항상 대중의 심판대에 올랐고, 조롱거리가 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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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 /사진제공=MBC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제는 명성을 얻은 레이디 가가, 릴 나스 엑스, 샘 스미스도 박진영과 마찬가지로 아방가르드를 앞세운 월드 스타들이다. 지금의 레이디 가가는 예술적 천재로 추앙받지만 데뷔 초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이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 대중은 그의 도전 의식을 존중하고 기꺼이 즐기며 예술성을 함께 나눴다. 그렇게 골칫덩어리들은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결국 창작자의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그저 불편하고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악의 섞인 비방으로 짓누르는것은 성숙한 문화가 아닐 뿐더러 예술성에 대한 억압이다.

박진영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하는 게 너무 좋다. 내가 데뷔했을 때 약 검사도 했다. 경찰들이 무슨 제보를 받고 와서 내가 약을 한다는 거다. 나처럼 춤을 추는 사람이 없으니까, 미쳐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약이 필요 없다. 나는 무대만 올라가면 나도 모르는 세계에 들어간다. 관객들이 보이고 조명이 들어오면 자유로워진다"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박진영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야 제대로 평가받았다. 파격적인 의상, 직설적인 노랫말, 직관적인 안무 등 모든 것이 그랬다. 어쩌면 이번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도 새롭게 재평가될 날이 오지 않을까. 30년 전 조롱을 면치 못했던 바로 그 비닐 바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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